개털 모자

 

나는 내가 예수를 영접하고 또한 성경에서 말하는 구원의 여러 면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따라서 살려고 노력한다고 믿기에 내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확신한다. 구원에 관한 몇 개의 과정 중 많은 분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성화(Sanctification)의 목적을 보자.

 

요즘은 사업을 조금 더 늘려보려고 하면서 생각해보았다. 왜? 왜 사업을 늘리려고 하는지. 대답을 여러 모로 생각해보았다. 회사가 커야 하나님 일도 크게 하고, 직원들도 많이 고용하여서 좋은 길로 인도하고 집사로서 사업이 번창해야 보기도 좋으며 그 외에도 거룩한 대답은 많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사실 겉도는 대답일 뿐이다. 사실은 ‘돈을 더 벌어 보려고’ 아닌가.

 

젊었을 때는 아니 어렸을 때는 ‘돈’ 이란 그 단어 자체에 무관심 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한동안은 최소한의 생활비로 가장 작은 싸구려 집에 사는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하였고 지금도 예금통장 없이 산다. 자동차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선포했다 - 새 차 특히 외제 고급 차는 절대로 안 탄다고.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니 돈깨나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이 들을 속으로는 부러워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척, 그것도 모자라서 그들의 삶을 억지로 불쌍하게 보면서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부자는 낙타가 바늘구멍’ 등의 이론을 펼친다.

 

늦게나마 철이 들어 나의 세계관이 정리되면서 돈을 다시 보게 되었다. 사실 돈은 물과 같아서 잘못 사용될 때는 물과 같이 빠져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고, 없을 때에는 목마른 자가 물을 찾는 것 같이 정신 없이 앞 뒤 안 가리고 필요한 것이 돈이다. 또한 돈은 물과 같이 세탁에 사용되기에 겉치장을 싹 씻어내 진실을 환하게 나타낸다. 나의 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바로 잡아준 C.K.라는 사업과 인생의 선배가 있었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렇기에 요즘 늦게나마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진실로 진실로 돈이 많으면 좋은 일도, 하나님의 일도 부담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기에.

 

영적 생활과 교회 생활도 열심히 하면서 종종 혼자에게 질문한 점이 있다. 그때마다 솔직해지기 싫어서 거룩한 생각으로 무마하며 넘긴 질문들. 솔직히 오늘날 교회 다니는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 보고 싶다. 왜 이렇게 하나님의 일, 교회 일을 열심히 하나? 이렇게 물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반면에 몇몇 분들은 신약에 대한 굉장한 지식을 동원해서 대답을 하곤 한다. 자유의지를 주신 주님에게 감사하며 예정론에 따라 다른 길이 없기에, 누군가는 이 세상 사람들을 죄에서 구원하는 방법을 제시해야 하기에 등 정말 신학 박사의 논문을 읽는 것 같다. 개중 많지는 않지만 다행히도 눈물이 글썽해지면서 죽어 가는 영혼들이 불쌍해서 라고 대답하는 분들을 만날 때는 존경스럽고 부럽다. 그런가 하면 어떤 분들은 정말 황당한 이유로 열심히 교회를 섬긴다. 예를 들자면 집사의 직함을 얻기 위해, 장로의 직함을 얻기 위해 - 무슨 벼슬이나 하는 것 같이.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교회를 바꾸고 혹은 목사를 내쫓고 뒤엎는 정말 코미디도 종종 볼 수 있다.

 

요즈음 허심탄회(simple life)하게 살려고 노력한 결과, 거룩한 대답으로 장식하지 않고 솔직해 질 수 있게 되었다. 만약에 오늘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많은 분들을 실망시킬 것이다. 왜냐 하면 내 대답은 신학적이지도 거창하지도 않을 뿐더러, 한 생명이 그렇게 불쌍해서도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참으로 단순해졌다. 아니 솔직해졌다. 열심히 뛰는 이유는 오직 내가 천국에 갔을 때 개털모자 받지 않고 멋있는 생명의 면류관을 받으려고.

 

내가 고등학생 때 우리 교회의 부흥회 강사로 오신 이천석 목사님이 즐겨 쓰시던 단어- 개털모자. 내 생명만 겨우 건져서 천국에 가면 면류관대신 개털모자 밖에는 못 받으니 열심히 하라고. 이 이유 하나 때문에 나는 열심히 교회 일을 한다. 잘 생기지도 못하고 뚱뚱한 이 몸에 개털모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상이군인 출신인 이 목사님은 내 눈에는 그다지 말끔한 스타일의 목사는 아니셨다. 그렇기에 거룩한 말과 잘 정돈된 신학적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그분 특유의 스타일로 툭 던지시는 그 말씀이 내 마음에 와 닿았나 보다. 부흥회 끝나고 전도사님과 같이 그 분을 숙소에 모셔다 드리니 그 분이 피곤한 다리 하나를 침대에다 끌어올리시며 하시는 말씀,

경석이 너는 개털모자 안 쓰게 열심히 살아. 알았어?.........

다듬어지지 않은 이 말이 너무나 나에게는 재미있고 마음 깊숙이 스며들며 다정하게 들렸다.

 

나는 개털모자가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