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개

 

멧돼지(Wild Boar)는 캘리포니아에는 없던 동물이다. 누구인지는 모르나 사냥꾼들이 소련에서 들여와 살게 된 이 짐승이 지금은 정신 없이 번식하는 바람에 정부에서도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다. 번식률만으로도 문제가 되는데 설상가상으로 멧돼지에게는 사람 이외에는 천적이 될 만한 동물이 없다고 한다. 사냥을 다니다 보면 멧돼지에게 멋모르고 덤볐다가 당한 사냥개를 종종 볼 수 있다. 불쌍할 정도로 형편없이 찢겨진 사냥개들을 보면 대부분 주인 말 안 듣고 혼자 까불다가 당한 경우들이다.

멧돼지의 이빨을 보면 날이 잘 세워진 가위와 같이 무서울 정도로 날카롭다. 거기다 안으로 굽었기에 한번 당하면 상처가 아주 깊게 생긴다. 이 멧돼지가 뛰기 시작하면 시속 35마일의 속도를 낸다. 빠르고 위험한 이빨을 무기로 가진 것 외에도 멧돼지의 상징인 앞가슴 가죽은 웬만한 총알도 받아낼 정도의 방패로 엄청나게 두껍고 튼튼하다. 사냥개가 덤비면 멧돼지가 이에 맞서 싸우는 방법이 독특하다. 우선은 개에게 물으라고 가만히 대주고 있다. 훈련 받은 사냥개들은 우선 목덜미를 물라고 배워 먼저 목덜미를 공격해오는데, 멧돼지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온 몸을 개있는 쪽으로 홱 돌려 그 가위와 같이 날카로운 아랫니로 상대의 몸을 찢는다. 이것을 당해 낼 개가 없다.

 

이 무적인 멧돼지를 당할 개는 없어도 개들은 있다. 개 한 마리가 아무리 훈련을 잘 받고 싸움을 잘해도 혼자서는 멧돼지를 절대로 이기지 못하나, 서너 마리의 사냥개들이 팀웍(Team Work)을 발휘하면 멧돼지를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냥개들이 멧돼지를 처음부터 물려고 하지 않고 그냥 몰아 다니면서 힘을 다 빼놓은 다음 교대로 뒷다리부터 공격하면 점차로 멧돼지는 힘을 잃게 된다. 제대로 훈련 받은 개들은 주인이 와서 마지막으로 멧돼지 사냥을 끝낼 때까지 자신을 잘 보호하며 상대를 조종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개들의 조상인 늑대들도 항상 사냥을 할 때는 집단으로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늑대나 개들이나 혼자서는 잡을 수 있는 먹이가 별로 없고 또 자신들이 다치기에 이들은 항시 몰려다닌다. 아프리카에 사는 들개나 멧돼지나 마찬가지이다. 밀림의 왕이라 불리는 사자도 혼자서는 들개들의 집단공격에 상대가 못 된다.

 

우리 기독교인들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참으로 흠도 많고 약점도 많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잘난 교인도 사탄의 공격에 당할 자가 없다. 멋모르고 내 힘만 믿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기에 주위의 조언도 또 선배의 가르침도 그리고 친구의 도움도 마다하고 혼자 적을 물었다가 당하는 수가 얼마나 많은가? 사업도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당연히 돈이 벌려야 할 것 같은데 안 벌리는 것은 고사하고 있는 것까지도 홀랑 날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경에서도 말씀하신다. 주위의 조언을 많이 들으라고. 요즘 유행어처럼 쓰이는 Team Work. 사실 개들은 벌써부터 이것을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들개 떼가 집단으로 사냥을 나가서 선두개가 목표물을 정하면 모든 개들은 같은 목표물을 향해서 공격한다. 목표물을 쫓아서 뛰다 보면 더 쉬운 다른 목표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신기한 것은 한번 선두개가 정한 목표물 외에는 쉽고 바로 앞에 있는 그 어떤 것이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마냥 전혀 본 채도 않는다는 것이다. 

 

교회도 하나의 힘이 아니고 많은 작은 힘이 모였을 때 요즘 세대가 요구하는 여러 모양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 말로는 쉬운 Team Work, 그러나 실천에 옮기려면은 많은 시행 착오가 필요하다. 모든 집단에는 항상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일단 지도자가 정해진 후 모든 결단은 그 지도자에게 맡기고 따른다.

 

개들에게 또 배운다. 지도자를 일단 세운 후에는 무조건 따라주는 것. 이 점이 나 자신도 항상 부족한 것을 시인한다. 새로 오신 목사님이나 새로 뽑힌 회장 등 여러 지도자들을 젖혀놓고 터줏대감 마냥 이 교회에 오래 다녔다는 것 하나로 나만 아는 것 같은 행동을 얼마나 많이 했는가? 또 지도자가 목표를 정해놓고 나아가는데 내 앞에 쉬운 목표물이 있다고 내 마음대로 개인 독주한 것도 사실 돌아볼 때 참으로 혈기에 찬 짓이었음을 시인한다. 나 같은 자는 혼자서 나 잘났다고 멧돼지 목덜미를 물었다가 언젠가는 당하기 쉬운 그러한 사냥개일 수가 있다. 아직 주님이 보호해 주시고 또 아내와 어머니의 기도 때문에 당하지 않은 것으로 믿고 그냥 감사 할 따름이다.

 

수년 전에 큰아들 주형이와 같이 시작한 노숙자 점심대접. 혼자서 하려고 하니 한 달에 한번도 힘이 들었다. 또 집에서는 값 싼 음료수를 마시면서 그들에게는 유명 상표로 대접해야 한다는 고집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힘이 많이 들었다. 몇 년을 이렇게 해오던 중 하루는 교회의 백봉기 형제가 돕겠다고 나섰다. 몇 번 같이 하더니만 당장 한 떼를 몰고 와서는 해대는데 매달의 행사가 매주로 바뀌었다. 그리고 서로 하겠다고 나선다. 정말 Team Work은 멋있다.

 

앞으로는 팀 플레이를 많이 해야겠다. 혼자서 뛰자니 힘도 들고 또 크고 먹음직스런 목표물은 나 혼자 감당치 못하기에 포기를 했어야 했던 것들을 집단으로 할 때가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