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보다 못난 인간들

 

나이에 비해서 다른 아이들보다 성숙하고 자기 앞날을 잘 준비해가는 아이는 똑똑하다고 칭찬을 받는 잘난 아이다. 반대로 같은 나이의 아이들보다 조금 늦게 성장하거나 자립심이 없는 아이는 못난 아이로 불린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어릴 적부터 들볶인다. 공부해라, 숙제하라, 피아노 쳐라, 수영해라, 복습해라, 예습해라, 예습한 것 복습해라 등 장난이 아니다.(나도 종종 똑같은 소리를 자식들에게 한다) 왜 이렇게 난리냐고 물으면 대부분 부모들이 ‘성공을 하려면 어려서부터 독립심을 키워주어야 하고 또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교가서 유명 대학원에 가고 졸업 후 좋은 직장을 잡아야지 밥거리 걱정 않고 돈을 많이 벌면서 살지’ 라고 미리 준비한 전형적인 대답을 한다. 더 앞을 내다보는 분들은 거기에다 몇 가지 더 부친다. ‘빨리 결혼시켜서 손자 손녀 봐야지’까지. 그러면 부모님들에게 다시 물어본다. 성공한 사람을 표현해보라고. 인품이 좋고 다른 이들에게 존경 받으며 솔직하고 강자로서 약자 편에 서고, 자상하고, 인격적이고, 선하고, 공평하고 등등이다. 이것들을 종합해보면 우스운 결론이 나온다.

 

우선 자라나는 과정에서 무조건 빨리 가르치는 게 성공에 일찍 이르는 것이라 믿는 부모님들에게 나누고 싶은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3-4학년 때 우리 집에 땅개가 한 마리 있었다. 우리 식구 아무도 모르는 새 새끼를 베고 때가 차매 새끼를 낳았다. 기억나는 것은 네 마리를 낳고 집밖에 나가서 잠깐 돌아다니다가 와서 또 세 마리를 낳았다. 누가 새끼를 받아주지도 않았는데 자기 혼자서 청소까지 하면서 새끼들을 출산하고 기른다. 며칠이 지나니 이 강아지들이 벌써 걷기 시작하고 3-4주가 지나니 혼자 먹는 것도 찾아먹는다. 6-8주가 지나서는 출가를 시켰다.   사람보다 개들은 7배가 빨리 자라고 늙는다고 한다. 계산을 해보니 엄청나게 빠른 성장기간이다. 엄마와 같이 있는 기간이 길면 8주인데 그 동안에 엄마에게 배운 것에다가 본능을 합쳐서 이것만 가지고 평생을 사는 것이다. 이 속도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엄청나게 느리게 성장하는 것이다. 개에 비교한다면 인간들은 정말 못난 동물이 된다.

 

우리 인간들은 최소한 의무적으로 12년간은 학교를 다녀야 한다. 교육열이 높은 한인들은 당연히 4년을 (남자는 5-7년) 더 다녀서 대학교를 졸업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대학(University)에서는 Universe를 공부한다 하여 철학, 정치, 음악, 미술, 역사 등을 골고루 공부하였건만 요즘은 먹고 살기 위한 준비만 배우다 보니 대학이 전문기술학교(Trade School)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한발 더 앞서나가기 위해 대학원에 간다.(사실 요즘은 졸업 후 직장을 잡을 수 없어서)  거기서 2-3년 과정을 마치면 석사(Master)가 되는 것이다. 이 석사란 단어를 보면 우리 세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할 때 다 함께 외운 시가 기억이 난다. 

 

1989년도에 Robert Fulghum이 쓴 이 시는 미국 국회에서도 읽혀지고 Larry King 과 Paul Harvey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매스컴을 타고 세계로 퍼져나갔다. 아마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나왔건만 우리 민족에게는 큰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다.  간단히 추려본다.

 

제목: 내 인생에 필요한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터득

  내가 세상에서 어떻게 살며 무엇을 하고 내 처세와 삶 자체를 다 유치원에서 배웠다.

  지혜 (Wisdom)는 대학원이라는 산의 정상에서 찾은 것이 아니고 주일학교 놀이터에서

  쌓아 놓은 모래언덕 위에서 찾았다. 나는 이렇게 배웠다.

남들과 나누고 살아라                 정당하게 살아라

남을 치지 말아라                       제자리에 갖다 놓아라

청소는 각자 하라                       남의 것을 훔치지 말아라

잘못했을 때는 사과하라              먹기 전에 손을 닦아라

변기는 깨끗하게 눌러라              자기 전 따스한 과자와 차가운 우유 먹어라

삶을 살 때 균형을 맞추어서 살아라

적당히 배우고                적당히 묵상하고   

그림도 그리고                            색깔도 칠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놀 때 놀고                                 일할 때 일하고

낮잠은 건강에 좋고

세상에 나갈 때는 차 조심하며     친구와 손을 잡고 걸으라  서로 도우며

이것들만 가지면 세상을 아주 평화롭게 살 수 있다.

아니 아주 성공적으로 살 수 있다.

 

우리 신앙 생활도 마찬가지로

구원은 신학 대학원 산의 정상에 있는 것이 아니고 VBS / 주일학교 반에서

무릎 꿇고 선생님의 손을 잡고 기도하며 - ‘하나님 사랑해요 예수님을 나의 주님으로

모실래요. 나쁜 짓 용서해주세요 앞으로 주님과 같이 살래요‘ 이것만으로도 족하다.

 

개들에게 배우자 - 너무 배워서 무엇 하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