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개와 마른 개

 

멕시코에서 점심 시간마다 내가 동네 개들을 먹이는 것을 지켜보던 학생들이 하나, 둘씩 남은 음식을 나에게 갖다 주었다.  한꺼번에 주면 커다란 개가 다 먹을 것 같아서 조금씩 조각을 내어서 던져 주었다. 일부러 못 먹어서 살이 마른 개에게 한 점이라도 더 먹게 하려고 가깝게 던져주어도 항상 통통히 살찐 개가 부지런히 뛰어가서 날름 먹어 버린다.  한편으로는 통통한 개가 얄밉기도 하고, 마른 개가 불쌍하기도 해서 열심히 못 먹는 녀석에게 던지는데도 이 녀석은 게으른 것인지, 힘이 없는 것인지 꿈지럭 꿈지럭하다가 빠른 살찐 개에게 빼앗기고 만다.

 

후에 못 먹거나 먹기가 싫어서인가 해서 직접 입에다 넣어 주니 잘 먹는다. 오직 게으르거나 빠르지 못해서 못 먹는 것이었다.  그나마도 누가 주는 음식도 빠른 개에게 빼앗기니 더욱 더 못 먹어서 살이 안 찐다.  설상가상으로 부지런하고 빠른 개는 잘 먹어서 더욱더 적극적으로 받아 먹고, 남의 것까지도 잽싸게 집어 먹어서 더 살만 찐다.  멕시코처럼 한정된 환경과 처지에서도 빠르고, 부지런 한 놈이 먹고 살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다르윈같은 사람이 이런 광경을 보고서는 진화론이라는 이론을 내놓은 것 갔다. 최소한 이 개들과 내 20여 년의 소규모 사업을 바탕으로 볼 때 아주 엉뚱한 이론은 아닌 것 같다.

 

교회 사정을 봐도 최근 개척한 교회나 규모가 애초에 작은 교회들은 새로운 전도 대상자를 앞에 갖다 놓아도 막 성장하는 교회, 대형 교회들에게 그 대상자를 빼앗기게 된다.  또 이 부지런하고 빠른 교회는 이 새로운 전도 대상을 전도하고 교인을 만들고 제자로 훈련시켜서 그들이 전도자가 되게 하는 사역을 훌륭히 감당한다.  이러한 일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결과는 큰 교회는 계속 커지고, 작은 교회는 계속 영세하게 운영이 되고 만다.  이러한 성장의 과정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지는 않으므로 일부 교회들이 변칙 방법을 쓴다.  전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성장하려면 너무 시간이 걸리니, 남의 교회에서 다 길러서 성숙한 전도 할 수 있는 교인들을 뭉치로 옮겨 온다.  보기에도 비 정상적으로 급성장하는 교회의 많은 경우 이렇게 변칙 수평 이동식 성장에서 온다.

 

개들의 예를 본다면 게으르고 느린 개가 작은 빵 조각을 던져 주면 ‘저것을 먹어 봤자 간에 기별도 안가고 내 살이 되지 않아’ 라고 생각하며 ‘나는 영양가가 풍부한 것을 한꺼번에 왕창 먹어서 키도 훌쩍 크고, 몸무게도 쫙 늘고 또 속도도 화끈하게 빨라 질거야’ 하는 식의 정신상태인 것이다.  

 

조그만 빵 조각을 계속 줏어 먹어야 계속 몸이 크고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하루 아침에 크려고 하는 마음가짐은 바로 일확천금의 꿈과 같은 것이다.  모든 일이란 작은 일에 충성을 해야 하는데 이것을 무시하고 커다란 비전만 내걸고 나가는 교회 / 단체 / 사업이 얼마나 많은가?  

 

요즘 유행하는 Management Concept책 중에 “Don’t Sweat the Little Stuff” (작은 일로 땀 흘리지 말라) 라는 책이 많이 팔렸다 한다.  본인도 이 책을 읽을 때는 이해가 되고 공감도 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은 고개가 좀 갸우뚱 해 질 때가 있다.  또 우리 한국인에게도 많이 알려진 Steven Covey 박사의 “Seven Habits”책 중에 ‘중요한 것 부터’라는 것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뒷맛이 영 좋지만은 않다. 여기에 나름대로 해석하라면 이런 식으로 말하겠다. “내 앞에 있는 작은 일은 남의 앞에 큰일보다 더 중요하니 충성을….”

 

우리 남침례 교회 중 가장 빨리 성장하는 남가주의 Saddle Back교회에 수년 전 가족과 함께 참석 했을 때  담임 목사 Rick Warren이 외치던 구호가 기억난다.  같은 침례교 목사였던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아들에게 말씀하신 “One more for Jesus”란 구호가 정말로 이 교회를 세계의 관심 거리로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본다.  자신이 운전해서 30분 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과 교회의 전도 대상 이란다.  이런Warren목사의 목회 방침은 빵 부스러기 하나 더 줏어 먹으려고 여기 뛰고 저기 뛰는 포동포동 살찐 부지런한 개의 멋있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가난하고 못 사는 멕시코 이지만 기회가 나서 빵 부스러기 하나 하나 줏어 먹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 이치를 아직도 많은 목사님들 그리고 사장님들은  모르신다. 한술에 배 부르려고 걸쭉한 부흥강사초청, 유행하는 프로그램동원, 멋있는 슬로건을 내걸고 숫자 놀음만 하는 교회.  사업체도 무조건 커야만 되는 줄 알고 무작정 투자를 끌어 들이고 놀음 식의 대박 터지기만 기다리는 사업가 등 아직도 주위에 이런 분들이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

 

미국 교회도 마찬가지이고 한국 교회에서도 대충 계산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전체 교회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그 증가 하고 있는 숫자만큼 교인들이 늘지를 않고 있다는 실정이다.   한 교회의 성장이 다른 교회의 아픔이요 다시 말해서 다른 교회의 슬픔은 내 교회의 즐거움과 성장으로 번역이 된다.  이 수평이동이 빨리 없어지고 각 교회 하나 하나가 작은 부스러기를 정기적으로 꾸준히 먹는 것처럼, 전도대상을 하나씩 찾아서 전도하여 교인을 만들고, 제자 삼아 가르쳐서 그가 전도를 할 수 있도록 … 이 방안을 반복하여서 정식 성장하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다.

 

영어로 “INCH BY INCH IS CINCH, YARD BY YARD IS HARD” (찔끔 찔끔은 쉽지만 성큼 성큼은 힘들어) 라는 말에 동감이 간다.  별 볼일 없이 보이는 작은 일부터라도 지속적으로 꾸준히, 당장 하라고 어려서부터 “지금–하나–성공” 이라고 가훈으로 내려준 아버님의 말씀이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