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발자국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이름을 남긴다.  조금 무거운 감이 있지만 동감이 가는 잠언이다.   그 보다는 가벼운 표현으로 새가 놀다간 자리는 대나무, 개가 놀다간 자리는 꽃밭이란다.  다시 말해서 새가 놀던 자리에 새 발자국이 어지럽게 놓여있는 것이 꼭 대나무 그림 같고, 개가 놀던 자리에 개 발자국은 꼭 꽃을 진흙에 그려 놓은 꽃밭 같다고들 한다.  개 발자국은 결국 꽃 그림???

 

우리가 매일 일반 생활을 할 때 전혀 신경이 쓰여지지 않고 사는 발자국.  이 발자국은 당연히 내가 어디에 다닌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경찰 영화 같은데서 가끔 나오는 장면 중 발자국 흔적 때문에 범인이 잡힌다.  컴퓨터쟁이인 필자에게 이 발자국 (Footprint)이라는 단어는 얼마만큼 자리를 차지 하는지 혹은 얼마만큼의 메모리 자원을 차지하는것을 표현 하는 단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발자국 (Footprint)은 단순한 흔적만 남기는 것이 아니고 그 발자국 주인의 뒷면도 부분적으로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관심과 사역이 연관 있기에 Native American Indian들과 많이 교제를 한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발자국 하나로 그 발자국의 주인에 대해서 상당히 알 수 있다 한다.  예를 들자면 당연히 그가 가는 방향과 그 사람의 몸무게, 무엇을 들고 있었나, 오른발 / 왼발잡이, 뛰는 속도 그리고 언제쯤 이 발자국이 생겼는지도 알 수 있기에 요즘에는 미 국경 경비대에서 이 인디언들을 초청해서 특강도 듣고 또 경비대에 아예 입대 시키는 예가 있다 한다.

 

사냥을 종종하는 필자는 절대로 전문 사냥꾼이 아니기에 그냥 따라 다니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나를 안내하는 진짜 꾼들은 발자국 하나로 어느 방향으로 우리 목표물이 갔냐는 물론이고, 그것이 아침 아니면 저녁에 생긴 것도 알고, 당시 이 짐승이 걷고 있었던지 뛰고 있었던지 그리고 암놈과 수놈까지도 구분하면 또 그 짐승의 크기와 무게를 거의 정확히 알아낸다.

 

이와 같이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만드는 발자국이 전문가 혹은 조물주가 볼 때에 우리의 모든 행실이 밝혀진다.

 

내가 하는 사업이 컴퓨터업이다 보니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발자취를 추적하는 방법을 연구할 기회가 생겼다.  우선 요즘 세상에 대학교 학생들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크레딧카드를 사용한 추적이 가능해졌다.  현찰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전혀 없고 Discount와 Frequent Purchase, Preferred Customer 그리고 Coupon 등을 사용함에 따라서 당사자의 일거일동을 완전히 알수 있다. 그 가정의 월급날로 시작해서 몇 식구가 살고 있으며 그들의 취향, 그들의 쇼핑 날짜 등 아주 Basic한 정보이다.  비행기로 어디에 여행하고 얼마나 체류하며, 또 휘발유를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위치가 정확해진다.  여기에다 요즘 많이 사용되는 Global Positioning System (GPS) 과 이동 전화기를 포함하면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그리고 어느 방향을 향해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가 식의 수많은 발자국을 만들고 다닌다.

 

이렇게 우리 인간들도 발자취를 가지고 나름대로 이 사람에 (발자국의 주인) 대해서 정확히 아는데 전지전능한 조물주의 관점에서 우리의 발자국을 들여다 보면 아주 가관일 것이다.   우리 딴에는 숨어서 혹은 아주 조심 한다고 해도 우리들이 들락 날락 거리는 그 장소가 폭로 날 때 참으로 조물주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 할 것이다.  여기에다 우리 인간들에게는 가능하지 않은 머리에 있는 생각을 아시는 조물주 입장에서는 정말 우리의 발자국과 겹쳐볼 때 정말로 설명 하기 힘들 수 있다.

 

산호세에 가장 오래 된 놀음장이 있다. 내 사무실에서 너무나 가깝고 24시간 운영은 하되 음식이 아주 청결하고 값이 싸며 서비스 또한 최고급이다.  장소만 놀음장이지 그 외의 모든 조건이 좋기에 직원들과 손님 대접을 이 장소에서 자주하는 편이다.  가끔 식구들과도 가서 싼값에 좋은 음식을 즐긴다.  문제는 파킹장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것도 같은 교회에 생활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야 음식을 먹으러 왔지만 그들은 다른 이유로 왔기에 안절부절 어디다 몸을 두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이런 일이 바로 부끄럽고 창피한 발자국이 되는 것이다.

 

개 발자국은 꽃밭을 만든다고 한다.  우리의 발자국은 무엇을 만들며 어디에다 만들어 져야 될까?   요즘 기독실업회(CBMC)라는 단체에 관련되어서 지회를 세우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믿음의 선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지만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것이 있다면 “땅(사역지) 밟기”였다.  내가 목적으로 하는 사역지와 전도 대상자 그리고 같이 사역할 동역자들과의 교제를 위해서 무조건 시간을 투자해서 교제하고 네트워킹하는 과정을 “땅 밟기”라 하였다.  이것을 다시 말하면 발자국 내기인 것이다.   이것을 성사 시키기 위한 다른 비결이 없다. 오직 시간과 내 관심을 바쳐서 하는 방법 밖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미국군이 조그만 자신도 방어 못하는 이라크와 싸우면서 아직도 승리를 완전히 하지 못한 것은 아무리 공군의 우수함과 해군의 화력이 강하다 해도 육군의 “땅 밟기”에 성공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발자국, 과연 내 발자국은 어디에 있나?

 

성경에도 복음을 전하는 자의 발이 복이 있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그 발자국을 낸 사람에게는 복이 있는 것이다.   개 발자국은 꽃밭을 만든다 하였으나 나는 어떤 모양의 발자국을 만들고 있을까? 궁금하다. 가능하면 조물주가 보기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