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먹은 개

 

이번2004년 여름 yCBMC창립을 준비하는 과정 중 가족들을 동반하여 3일간 휴가 팀빌딩 목적으로 휴양지에 모였다.  참석하는 가족 중에 한가족이 저녁 늦게 도착 하였는데 가족 중에는 한국산 진돗개도 동반하였다.  이름이 싸로 (Sharo – 개가 나오는 영화 제목)  인 진돗개 백구(흰색깔 개)는 주인의 옆을 떠날 줄 몰랐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방안을 돌아다니면 이사람 저 사람에게 슬쩍 지나쳐 다닌다.  생김새도 아주 잘 생겼고 진돗개여서 인지는 몰라도 한국인의 인상도 풍기는 “싸로”는 조금 친해지는 것 같기에 개를 좋아하는 우리 애들과 나도 어울려 이 개를 조금 더 친해 보려고 노력을 했는데 노력을 하면 할수록 아주 쌀쌀해 지는 개였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여러 방법으로 그의 집중을 받아보려고 노력 하였는데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우리 아이들과 나는 이 “싸로” 가 귀먹은 개로 판정을 내렸다.  귀가 먹지 않았다면 아주 멍청한 개로 판정되려는 찰라 뒷방에서 주인이 “싸로”하고 불렀다.  조금도 우리에게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던 개가 갑자기 불침 맞은 것처럼 벌떡 일어나서 주인에게 뛰어 갔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우리 애들은 나를 쳐다 보면서 “아쭈! 귀머거리는 아니네”라는 표정을 지었다.

 

주인이 진돗개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몇주 되지 않은 강아지일 때도 데리고 오면 새로운 집과 주인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시간이 다른 개보다는 많이 소모되고 또한 진돗개는 대부분 훈련 학교에도 못 보낸다고. 자기의 주인이 확실히 형성된 단계에서는 훈련사의 말을 전혀 듣지 않을 뿐더러 만약 자신의 주인이 확실치 않을 경우에는 훈련사가 주인의 역을 맡게 되므로 진짜 주인이 와서 주인 대접을 받지 못 한다고.  개를 좋아하기에 내 손에만 오면 가려운데 긁어주고 쓰다듬어 주면 잘 따를 줄 알았던 개가 전혀 반응이 없기에 처음에는 쌀쌀맞고 말을 잘 안 듣는 개처럼 보이던 “싸로”가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하루 저녁 내내 “싸로” 주인과의 대화 중 주인이 이 개를 더욱 더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주인 외의 사람들에게는 쌀쌀하게 구는 그 자체가 더 사랑 받는 방법인 것도 깨달게 되었다.   주인 본인은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겠으나 내가 그 개의 주인이었다면 나 외에는 전혀 귀도 안 빌려주고 눈길도 안주는 개가 더욱 더 사랑스러울 것이다.   주인이 덧붙여 설명해준다.  이 녀석이 아주 똑똑해서 온 가족이 주인이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우선은 자기와 제일 많이 시간을 보내주는 큰 아들로 시작해서 차례대로 좋아하고 따른다고.  개가 혼자 집에 있다가 식구가 같이 집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우선 큰아들에게 안기고 다음 순서로 넘어간다고.  여기에다 주인을 정말로 꼼짝 못하게 하는 행동은 주인이 없으면 밥도 안 먹고 기다린다고….   주인이 너무나도 귀여워 죽을 못쓰게 만드는 개 “싸로”.

 

이러한 개의 “주인 길들이기 방법”을 토론하다 보니 나의 주인인 예수를 내가 길 드린다고 하면 좀 주책없는 말이고 최소한 주인에게 더욱 더 사랑을 받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같다.

 

우선 귀가 먹는 것도 참 좋은 방법중의 하나인 것 같다.   성경에 보면 우리에게 마음과 생각을 잘 간수하라고 한다.  아무것이나 보고 듣고 다니면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엉뚱한 데로 가기에.  오직 주인이 말하는 것에 외에는 다른 곳에는 장님과 귀머거리가 되어 버리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 된다.   성경에 또 말씀하신다. 귀 있는 자는 들으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우선으로 들어야겠다.   이런 훈련을 하다 보면 우리 기독교적 표현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목자의 음성을 제대로 듣고 잘못 빠지지 않으며 부르는 데로 행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

 

이 세상을 살면서 유혹이 얼마나 많이 오나.  유혹 받는 표현 중 악마가 어깨에 앉아서 귀에다가 속삭이는 장면은 누구나 상상 할 수있는 장면이다.  사탄을 대상으로 논쟁을 벌여서 무슨 소득이 있으랴.  그들이 우리보다는 훨씬 똑똑하고 재력과 권력 등 모든 면에서 우월하기에 최선의 방법은 사탄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도록 귀머거리가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제대로 사용한 예가 성경에도 있다.  예수가 40일 금식기도 후에 사탄에게 유혹을 받는데 사탄과 논쟁을 벌리지 않고 오히려 동문서답격인 하나님의 말씀만을 인용하여서 위기를 넘긴 좋은 교훈이 있다.

 

이 세상에서 살면서 오직 예수뿐이면 얼마나 쉬울까? 주인이 하나가 아니고 온 가족인 경우에도 “싸로”는 차례를 정해서 주인 대접을 한다.  우리도 예수의 일 뿐이 아니고 교회일, 가정일, 직장일, 사업일, 사회일, 학교일 등등 많은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그러나 우선 순위는 정해 주어야 된다.   첫째는 예수이다.   예수 외에는 모두 다음인 것이다.   간혹 어떤 분께서 말씀 하신다. ‘교회 일만이 바로 예수 일이다’고, 여기에 나는 완전히 동의하지는 못한다.  경우에 따라서 교회일 보다는 학교 일이 우선일 수도 있고, 먹고 사는 직장 혹은 사업이 우선일 수가 있다. 사실 예수가 우리에게 주신 모든 일을 할 때 예수께 대하듯 열심히 해야 되는 것이다.  예수께서 주신 사역이 다니는 학교일 수도 있고, 경영하는 사업체가 될 수도 있고, 또 가장으로 이끌어 나가는 가정일 수도 있기에 각자가 주님과의 관계를 확실히 하고 우선 순위를 제대로 매겨서 행 할 때에 주인에게 더욱 더 사랑을 받는다.

 

선택성 귀머거리 개  싸로”에게 배운 것을 실천에 옮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