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과 암캐

 

2004 Mexico Servant Safari에 왔다.

도착한 장소에 텐트 80여 개의 작은 도시가 들어섰다.  약400여명의 고등학생, 선생 그리고 학부모들이 가난한 이 학고방촌 동네에 집 20채를 지어주기 위하여 1 주일간의 시간과 각자의 돈을 들여서 매년 오는 곳이다.

 

올해에도 하나님이 무슨 방법으로 우리를 가르치고 은혜를 주실까?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 첫 순간부터 머리속으로 노트를 시작하였다.  첫째 눈에 띄는 것이 부엌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허스럼하던 부엌이 올해에는 깨끗한 것은 물론 그 안에 모든 도구들이 최고의 훌륭한 전문 도구들이였다.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 - 왜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첫 인상이 부엌일까? 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이 작년에 왔을 때 조금 사귀어 두었던 세빠뜨 두 마리였다. 주머니에 있던 과자부스러기와 말린 쇠고기(Beef Jerkey)를 던져주었다.  잘 놀던 개 두 마리가 서로 먹기 위해 잠깐 싸우는데 암놈이 먹게 되었다.  다시 한번 왜 하나님이 부엌을 보게 해주시고 다음에는 힘 좋은 암놈 개를 눈에 띄게 했을까?

 

작년에 음식이 빨리 준비되지 않아서 매끼 식사 때마다 시간이 길어지고, 해가 거듭 할수록 많아지는 인원을 감당하기 위해서 새로 지은 이 부엌은 한국사회나 미국사회를 막론하고 항상 여자들 차지인 것이다.  우리 남자들이 감사의 생각도 별로 없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이 부엌일이 사실 모든 매일 매일의 행사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어느 장수도 먹지 않고는 싸울 수도 없고, 또한 군대 전체도 마찬가지로 먹어야 하기에 모든 행사, 활동, 사역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한국 속담에도 있듯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이 중요한 곳이기에 첫눈에 들어왔다 치자 - 그러면 왜 암캐?

 

지구상의 대부분의 짐승 중 Food Chain에서 높아 질수록 여자(암컷)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예를 들자면 밀림의왕 사자는 수컷은 폼 잡고 앉아 있고 암놈이 새끼를 낳고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사냥도 암놈이 잘한다.  그 외의 짐승들도 대부분 먹이 사냥하는 것을 볼 때 암놈이 해놓으면 수놈은 그냥 얻어먹기만 한다. 그렇기에 암놈이 힘도 좋고 빠르다.

 

이상한 것은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모든 인간사회에서는 남자(수놈) 위주의 사회가 되어있다.  내가 이사로서 봉사하는 남침례교 가주총회를 돌아보면 여자의 수는 소수이고 최고 이사회 (Executive Committee)중 여자는 전혀 없다.  또한 침례교단은 아예 여자는 목사안수를 주지도 않을 뿐더러 집사직도 여자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 집안을 보아도 나는 별로 전문적인 신학공부를 한 것도 없고 그저 교회에서 시키는 것이나 하며 이것 저것 뛰어다 보니 여러 가지 타이틀이 와서 붙는다.  그러나 나의 아내는 신학대학원까지 졸업을 했기에 겨우 여자로서는 최고의 직책인 전도사란 타이틀 하나 얻었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당장 목사 안수받고 하나님의 일을 앞 뒤 안 가리고 할 터인데 여자이기에 부엌일 종류의 일에 매인다.

 

하나 확실히 집고 넘어갈 일이 있다.  ‘부엌일 따위’가 아닌 ‘중요한 부엌일’ 같은 많은 일들을 하지만 과연 매력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생각을 해보면 여자들 만이 할 수있는 일도 수없이 많지만, 여자들에게 기회만 주어진다면 남자보다 더 잘 해낼수 있는 직종과 기능이 얼마든지 있다.  꼭 교회뿐이 아니고, 사역장이나 선교지에서도 그리고 당연히 사업체에서도 여자가 나서면 잘 전개될 일들이 많다. 그러나 꼭 교회나 사회가 여자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서 일을 못하는 것 만도 아니다.  많은 경우에 여자 자신들이 이러한 “가부장” 문화를 핑계삼아 일을 피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조물주가 여자를 만들었을 때는 확실한 계획과 목적이 있으셨기에 성경에도 정확히 써있다. 여자의 목적은 남자의 HELPER로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이 helper 를 한국어 식으로 풀어 쓴다면 “도우미”, “딱갈이”, “시다”, “꼬봉” 등으로 볼 수 있지만, 관점을 바꿔 성경에서 다시 찾아 왜 조물주가 남자를 만들어 놓고 무엇인가 빠진 것 같아 고민을 하시다가 온전치 않은 남자를 위해 도우미를 만들기로 결정하시고 여자를 만드신 것을 결론으로 보면 조금 더 정확하게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구분된다.

 

전문직인 컴퓨터 업에 종사하고 내 사업 자체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손님들에게 판매를 하고 계속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사업인데 이것을 help desk라고 부른다.  우리 직원들은 손님들에게 helper 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helper 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알고, 조금이라도 더 잘난 사람이어야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이 남자를 만드신 후 모자라는 점을 보강하기 위해서 New and Improved Version / Updated Version 으로 여자를 만드신 것이다.   이 글은 아내가 안 봤으면 좋겠다.  자기가 나보다 낫다는 것을 내가 시인하는 꼴이 되기에 (아마도 벌써 알면서도 남편의 체면 살려 줄려고 모르는 체하겠지만)  oh well.

 

올해 멕시코에서 첫 날 깨우침이 아내가 (여자들이) 나보다 낫고 또 부엌일이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모든 일의 바탕이 된다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눈좀 붙이고 내일 일찍 일어나서 부엌일 하는 분들을 조금 도와야겠다.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는 수놈 개에게 따로 먹을 것을 갖다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