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교인

 

2001년 추수감사절 바로 직전이었다.  10여 년 전에 만난 손님이 급하다고 하며 메시지를 남겼다.   전화를 해보니 자기 사업체를 경쟁사에 합병시키고 자신은 은퇴하게 되어 지난 10년간 나에게 도움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다음날 오리사냥을 같이 가자고 했다. 사실 바쁜 이유도 있었지만 다음날 일찍 일어날 것을 생각하니 귀찮아서 핑계를 댔다. ‘나는 장총 (Rifle)만 있지 산탄총(Shotgun)이 없다’고 하니 벌써 그렇게 나올 줄 알았는지 당장 걱정 말란다. 자기가 다 준비를 해 올 터이니 몸만 오란다. 그리고 Bob이 하는 소리가 그 자리를 빌어서 고객이 될 만한 친구도 하나 소개해 주겠단다. 개성 사람인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꼭 부수입이 있어야 하는 나는 드디어 승낙을 하고 나서 두세 시간 겨우 눈을 부치고 다음날 아침 4시30분에 새크라멘토에서도 북쪽으로 한 시간 더 가야 하는 약속장소를 향해 떠났다.

 

 

정작 8시에야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우리가 부려야 할 개가 오리 사냥용이 아니고 꿩 사냥용이란다. 하는 수 없이 꿩잡이에 나섰다. 쌀 농사 짓는 땅 100 에이커를 사서 농사도 짓고 사냥 기간에는 사냥터로 쓰는 약 3시간짜리 코스를 돌기 시작했다. 내 신발은 마른 땅에서 뛰기 좋은 신발이니 진흙에 빠지면 흙이 들러붙어서 상당히 무겁고 걷기에도 힘이 드는데 어찌 하겠는가. 맨발로 할 수도 없고, 멧돼지 사냥밖에는 경험이 없는 나는 숨어서 기다리거나 멀리서 목표물을 정해놓고 하는 줄 알았는데 꿩사냥은 무작정 걸어야 된다고 - 맙소사!! 3분 거리도 차를 타고 다니는 게으름쟁이 난데. 아니나 다를까 시작된 지 30분도 안되어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이 까짓 것이 무어라고 내가 이 고생을 하나..... 

 

그후 2-3시간 동안 천방지축으로 뛰어 다니는 개를 부지런히 좇아 다닌 결과, 꿩 두 마리를 잡아서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대신 먹은 기억이 있다. 이 꿩사냥에서 얻은 것 중 사실 제일 귀한 것은 새 고객도 아니고 꿩 두 마리도 아닌 바로 내 앞에서 뛰어 다니던 LUCY - 그 개에게서 배운 것이다.

 

개가 너무 앞서서 뛰어가면 꿩은 다 도망을 가고 그 도망가는 꿩을 잡으려고 하면 이미 산탄총을 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그렇기에 개는 항상 우리의 10-15미터 앞에 있어야 한다.  혼자서 막 앞서 가다가도 LUCY는 자기를 부르는 주인의 억양만 듣고도 자기가 너무 앞서 간다는 것을 깨닫고 서서 기다리거나 주인의 고갯짓 하나만으로도 우리에게 가까이 온다.  아무리 지저분한 물 속이라도 주인이 가라면 뛰어 들어가고 또 가끔 튀어나오는 토끼를 재미로 쫓다가도 자기의 이름만 부르면 정확하게 따르는 개 - 순종의 극치였다.

 

첫 번째 꿩은 걸어가는데 경고도 없이 뛰어 올랐다. 전혀 겨냥도 못하고 급하게 발사했는데 재수가 좋아서 맞았다. 약 30분 후에 잡은 두 번째 꿩은 하도 지겹고 힘들게 걷고 있는데 잘 걸어가던 개가 갑자기 정지를 하더니만 우리를 빤히 쳐다본다. Bob이 하는 말이 아마도 개가 꿩 냄새를 맡은 모양이니 발사준비를 하라고 한다. 개와 눈을 맞추니까 개가 수풀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몇 초가 안 지나서 푸드득 하고 꿩이 날기 시작한다. 나는 이미 무릎을 꿇은 사격자세로 겨누고 있다가 여유 있게 한 마리를 더 잡았다. 너무나도 신기할 정도의 후각 기능을 가진 개들. Bob이 한술 더 떠서 설명을 해준다. 그 전 해에 왔을 때는 개 혼자서 수풀 속에 들어가서 몇 분 동안 뛰더니만 꿩을 한 마리 물고 나왔다고 - 달란트를 제대로 사용하는 짐승이었다.

 

흙투성이가 되어 지칠 만큼 지치고 배고프고 목마른 상황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잡은 꿩은 바로 털을 빼지 않으면 나중에 힘들다고 하여 부지런히 털을 뽑고 난 뒤, 콜라를 하나 집어 들고 쉬려고 의자에 앉았다. 개도 힘들고 배고플 것 같아서 내가 먹던 빵 조각을 주었다. 그런데 먹지를 않기에 왜냐고 물으니 주인이 주지 않으면 먹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도 이 개는 또 한 바퀴 돌자고 나의 바지를 잡아 끈다. Bob의 말로는 꿩사냥에 재미를 들인 개는 하루에 세 팀을 데리고 갈 수 있단다. 많이 잡는다고 주인이 특별히 감사하는 것도 아니고 음식을 따로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또 가자고 성화인지, 정말로 기쁨에 넘쳐서 아무런 보상도 없이 최선을 다하는 삶 - 이것 또한 배워야 될 것 같다.

 

우리 한번 우리의 현주소, 즉 오늘날의 우리생활을 비추어 보자.

항상 주님의 음성을 사모하고 기대하기에 아무리 바쁜 중에도 주인의 한 마디면 주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는 자세가 되어있나?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억양, 추세 혹은 상황만 보고서도 자진해서 일을 능동적으로 할 수 있으며 직원이 사장이 전혀 생각도 못해볼 불가능한 일을 감당할 능력이 있고 담당함은 물론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가 정확하게 따를 수 있고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여기에다 보상, 직위, 명예, 권세 등을 따지지 않고 오직 자기가 하는 일이 그저 재미있어서 솔선 수범하는 직원이라면... 그런 직원을 가진 사장은 참으로 행복한 사장이다. 그리고 이런 직원이야말로 천하와 바꿀 수 없는 귀한 직원이 되는 것이다.(개 같은 직원)

 

기독교 사역에 있어서 이렇게 평신도가 만인제사장직을 이해하여서 성경이 가르치는 모든 것을 실천함은 물론이고, 목사가 생각도 못하는 방법으로 전도대상자를 물색하여서 교회에 초청하고 또한 그 사람을 기독교인 되도록 기도하며 주위에서 보살피는 멋있는 교인. 교회에서 장로직도 주지 않고 내 돈과 시간 들여서 열심히 전도하고 봉사하는 이러한 성자가 다된 교인. 그저 한 생명이 귀해서 주위에서 누가 무어라 하든 그저 전도에 재미가 들린 교인. 이런 교인이 곧 목사들이 침을 질질 흘리면서 찾는 귀한 교인인 것이다.  나는 개 같은 교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