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도 약에 쓰려면

 

수년 전부터 소년원에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가지고 수감된 청소년과 교제를 하려고 하니까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종교와 정부의 분리)’ 논리를 들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개성사람의 피를 이어 받은 이경석이가 호락호락 쉽게 물러날 리가 만무하다. 한가지 꾀를 냈다. 소년원 담당자에게 나는 종교적 설교를 하러 오는 것이 아니고 다만 이 청소년들이 형량을 다 끝내고 출감한 후 사회에 나가서 직장을 잡아야 할텐데 직장을 찾는 길과 일단 직장을 잡은 후 어떻게 그 직장에서 적응해야 하는가 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려 한다고 설득하였다. 또한 작은 회사의 사장 입장에서 어떻게 사람을 뽑으며 어떤 사람을 승진시키는 지 등을 가르치겠다고 하였다. 담당자가 관심을 보이며 그 세미나의 줄거리를 써오란다. 내가 써간 내용 줄거리를 읽어보고 자기의 상부에도 올려서 승낙을 받아냈다.

그 내용을 가지고 주제와 맞추어보려 한다.

사장인 내가 직원을 뽑으면서 강조하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이 조건들은 지난 20여 년간 주일학교를 가르치면서 수없이 강조하고, 새로운 예비 선생님들을 교육할 때마다 항상 나눔으로써 그들에게 도전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그 직책을 맡는 부담을 덜어 주기도 해왔다. 그런데 내 몸집이 조금 뚱뚱한 편에 들다 보니 이 조건을 듣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항상 웃는다.

 

하나님이 사역자를 부르실 때는 (사장이 직원을 채용할 때는) FAT한 사람을 찾으신다.

 

뚱뚱한 사람이 아니고 Faithful, Available, Teachable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낸 약자이다. 지금 쓰는 이 글에서는 각별히 Available을 다루고자 한다. Faithful이나 Teachable은 사실 상당히 주관적인 점이 있어 계산을 할 수 없는 Non-quantitative한 것이다. 반면에 Available에 해당하는 시간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셀 수 있는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아무리 믿음이 좋고 많이 배운 사람도 필요할 때에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다. 개똥으로 치자면 거름으로도 사용될 수 없는 아주 보잘것없고 쓸모 없는 쓰레기이다. 이러한 개똥이 한약으로 정말 쓰여질 일도 없겠지만 만의 하나 가능하더라도 없으면 쓰임을 못 당하는 것이다.

 

교회에서나 사회에서나 둘러보면 종류대로 여러 능력의 사람과 여러 가지의 학력소지자들이 많다. 그 능력 많고, 많이 배운 사람이 많으면 무엇 하는가. 정작 하나님과 고용인이 쓰려고 할 때에 그 위치에 Available한 사람이 있어야지.

 

바꾸어서 말하자면 내가 아무리 믿음이 좋고, 능력이 많고, 학력도 좋고, 하나 가르치면 둘을 알아듣는 천재이면 무엇을 하나. 정작 하나님이 부르실 때 요리 빠지고 조리 빠지고 한다면 아무리 기다리시는 하나님이라도 그런 나를 쓰지 않으시고 조금 실력이 없고 조건이 탐탁지 않은 사람이라도 들어서 쓰시는 것이다. 나 자신을 조금 더 비판하는 현미경의 눈으로 들여다본다면 참으로 미꾸라지 같은 존재이다.

 

새로운 목사님께서 우리교회에 새로 부임해 오시면서 같이 사역하는데 합심하자고 하면 무슨 핑계를 대든지, 어떤 때는 그럴싸한 명목이 생기고 해서 쓸모 없는 개똥이 나의 모습이다. 나름대로 노력을 해서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나의 마음을 고쳐먹고 (내가 조금 느리기에 시간이 필요) 같이 사역에 참여하려고 하면 이미 떠난 기차가 돼버리고 마는 경우가 태반이다.

 

남들에게 가르치기만 좋아하는 나의 교만을 버리고 내 자신이 나의 설교에 깨어질 때가 된 것 같다. 아무리 사역 경험이 많고 배우고 열심이면 무엇 하랴. 실지로 일할 때에 빠져있는 나 자신이라면.

 

하나님 죄송해요. 여기 있으니까 쓰세요.

개똥 정도의 가치밖에 없는 이경석이지만

하나님의 손에 들어가서 감초가 되는 이경석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