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개 훈련시키기

 

미국의 속담 중에 “you can't teach old dogs a new trick"이란 말이 있다. 늙은 개에게 새로운 재주를 가르칠 수 없다. 이 속담을 자주 사용하시는 분이 있다. 내가 다니는 교회의 담임목사로 10년을 같이 지냈고 내 미국인 직원들은 ‘너의 친구’라고 거리낌없이 부르며, 또 내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거침없이 내 친구(그분은 나를 무어라고 부를지 모르지만)라고 소개할 수 있는 목사님이시다. 그분이 은퇴하시기 전에도 나에게 몇 번 ‘늙은 개......’ 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요즘도 불쑥 내 사무실에 찾아오셔서 세상 이야기 들려주시고 꼭 나의 사업체를 위하여서 축복기도 해주시는 그리고 가끔 “Let's go fishing tomorrow. (이 집사 낚시갑시다)” 하시는 목사님에게 아직 전하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있으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Old dogs shouldn't have to learn a new trick.  Just be yourself - an old dog with old tricks.  Your bag of old tricks are just fine because the Bible, God, Jesus, Holy Spirit have not changed and nor should you."  - 늙은 개가 새로운 재주를 배울 필요는 없고 다만 옛날부터 하던 능숙한 재주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성경과 하나님, 예수, 성령이 옛날이나 오늘이나 같기에 목사님도 꼭 바뀌실 필요가 없습니다.- 능숙한 영어실력에다 남부 악센트를 섞어서 우리 미국인 직원도 너무 재미있어하는 목사님과 나의 대화는 완전히 영어와 한국어 짬뽕의 극치이다.

 

이 목사님(Old Dog)으로 말할 것 갔으면 30세 전에 벌써 한인 최초의 남침례교 박사가 되어서 한국 신학대학원에서 교편을 잡으신 후 한국의 내노라 하는 많은 목사들을 길러 내셨다. 그때 가르치신 그 내용이 지금도 변함없이 한국 침례교계를 지탱하고 있다. 그분의 사모님은 한술 더 뜨시는 분이다. 기독교 양반집안에 태어나셔서 지금은 지병으로 육신이 힘들어하시지만 가끔 전화번호를 적으시라고 하면 왜 적으냐고 반문하신다 - 다 기억하기 때문에.  20여 년 전에 있었던 일들도 어제 일 마냥 기억을 하시기에 막 튀시는 목사님을 뒤에서 잘 챙기시는 분. 이러한 분들에게 새로운 방법으로 사역할 것을 강요하는 그 자체에 모순이 있는 것이다.

 

지금의 담임목사님께서 현명하셔서 은퇴하신 목사님(Old Dog)을 모셔다가 우리 교회의 교인들을 훈련시키신다. 목사님께서는 너무나 재미있으셔서 젊은 목사(Young Dog)들이 엄두도 못 낼 정력으로 하루 종일 강의하신다. 배우는 성도들도 너무 재미있게 배운다.  당연히 늙은 개는 능숙능란한 그들의 재주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오늘날 변화만 추구하는 우리에게 가르치시는 것 같다.

 

이 속담을 바꾸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Teach young dogs an old trick" - 젊은/어린 개들에게 오래되고 검증된 재주를 가르치자.

요즘 젊은 목사들과 교회들이 자신들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무조건 새로운 비전, 새로운 프로그램, 새로운 조직 등을 해야만 되는 줄로만 안다. 너무 정신 없이 바꾸다 보니 자신들도 왜 바꾸는지 망각하고 교회와 사역이 하나님의 나라 선포와 한 생명을 구하는 일은 뒷전에 밀리고 다만 비전 제시와 프로그램 정착에 묶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교회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와 사업체에서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된다. ‘변화를 위한 변화’ 라고 해도 무리가 아닌 바쁜 (busy-ness = business) 사업체가 된다. 이 상태를 부채질하는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나?’ 라는 책을 나 자신도 직원들에게 강제로 읽혔다. 확실한 것 하나는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성화되어야 한다 하셨다. 그러기에 여기에 맞추어서 전진하여야 한다. 성화 과정 이외의 변화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우리 조상의 지혜에 의지해 볼만하다.

 

새로운 재주를 배우려고만 노력하지 말고 ‘tried & proven' 해보고 검증된 재주를 배워서 그 것을 더욱 완벽하게 하는 것도 한번쯤은 고려해 볼만하다. 그 과정에서 늙은 개들에게 배울 것은 배우고 조언을 받을 것은 들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합도 받아가면서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 교회는 요즘 과도기에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그룹, 경험을 살리고 진보적으로 나가는 그룹, 나이를 지긋이 먹어 옛 것을 무조건 고수하려는 그룹 등 자신의 방법이 최고라고 서로 바뀌라고 요구하며 퉁긴다. 하나님 일에는 다만 good and better way 뿐인데.

 

오 주여! 늙은 개에게 새로운 재주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젊은 개가 검증된 재주를 고려할 수 있게 하시고 당연히 모든 이들에게 성화돼가는 과정을 통해서 하모니를 이루는 지혜를 허락해 주십시오. 특히 나에게 남의 재주를 포용하고 또한 그것을 인정하는 마음을 갖도록 허락하여 주소서.

 

나 자신이 늙은 개가 되든 젊은 개가 되든 오직 주님을 위해서 재롱떨기 위해 재주를 배우고, 부리는 충성된 개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