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

 

내가 아는 형제 중에 백모형제가 있다. 눈초리만 봐도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그 형제가 하루는 아프리카에 선교를 가는데 수천 명을 놓고 설교를 한단다. 사실 ‘신학교도 안 나오고 설교하는 것을 한번도 못 들어 봤는데’ 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물어보았다. “언제 그렇게 많이 배우고 준비를 해서 목사님들도 못하는 힘든 일을 하냐?”고 묻는 나에게 그 형제의 대답이 새로운 깨달음과 동시에 도전, 그리고 한 단계 높은 세계관을 보게 해준다. (까마귀 고기를 먹었는지 이 새로운 깨달음도 금방 잊곤 하지만)

 

그 후 1-2년이 지난 후 우리 교회 집사님 몇 분과 청소년 5명, 그리고 All Tribe교회의 쏴니 목사님을 모시고 아리조나에 있는 인디안 보호지역 답사를 간 적이 있다. 차에서 내려 6시간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 당연히 차도 없고 미국이지만 문명과 떨어져 살다 보니 영어도 못하는 사람이 있고 아직도 백인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신기한 마을이었다. 동네에 유일한 교회의 담당 비마스 목사님과 만나서 인사를 하고 교제를 목적으로 대화를 나누는데 백형제가 말해준 것이 새삼 기억이 났다. ‘아프리카, 중국 (내 경우에는 인디안 보호구역)에 가보면 우리 교회의 집사 정도의 성경지식만 가지고도 목사님들을 가르치는 실력이에요’- 얼마나 놀랍고 믿어지지 않는 사실인가!

 

수년 전에 All Tribe의 담임 목회자를 찾으러 오클라호마에 가서 목사님 후보들 3명을 면담한 적이 있다. 그때의 대화 내용, 과정 등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한 가지 또렷이 기억나는 것이 있다. 그때 하도 이상하고 특이하다는 인상을 받았기에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수없이 많은 인디안 목사님들이 계시나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분은 거의 없고, 전 미국을 통틀어 십여 분의 인디언 목사님만이 정식 대학교를 나오고 그 외의 분들은 고등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하였다. 우리가 면담한 세 분들도 예외 없이 모두 대학졸업자가 아니었다. 많은 분들은 고등학교 과정도 이수하지 않은 분들이라고 한다. 함께 간 윤형제가 물었다 ‘어떻게 목회를 하냐고?’ 이구동성으로 하는 대답이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 이었다. 본인들이 예수님 영접하고 교회생활을 정기적으로 하면서 주일학교 정도를 가르친 그 자체가 목회를 위한 준비의 전부였다. 일부는 졸업은 못했어도 신학을 청강생으로 배운 것 때문에 엘리트 축에 끼는 목사님도 있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교의 기반은, 신학교 문턱도 못 넘어본, 그저 어렸을 적 부모 손에 이끌려 다니던 주일학교에서 들은 아주 기초적인 성경지식에서 시작되었다. 그 외에 신학적으로 맞는지 틀리는 지도 모르는 하나님의 사랑,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 그리고 그의 부활, 성령님의 인도, 이것이 총 재산이 되어서 마차 타고 서쪽으로 나오면서 세워진 우리 침례교회들. 지금도 우리 침례교는 목사님의 안수자격 중 신학교 졸업을 꼭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한국 교회의 특징 중 하나가 열심히 배우는 것이다. 우리 교회만 하더라도 ‘최선의 삶’ 교재가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열심히 가르치고 배웠는지, 전 미국의 모든 침례교회 중 가장 많은 수강생을 배출하였기에 저자이신 Avery Willis 목사님께서 직접 우리 교회 ‘최선의 삶’ 과정 수료식에 참석하신 기억이 난다. 요즘도 북가주 침례회 이사회에 가면 많은 미국 목사님, 특히 흑인교회 목사님들은 진심으로 칭찬을 아끼지 아니하면서 부러움을 표시한다.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배우냐?’고.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는 다른 생각을 한다.  ‘배우면 뭣해? 몸으로 실천하면서 살아야지.’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벌기만 하고 쓸 줄은 모르며 특히 사회에 돌려줄 줄 모르는 민족으로 찍힌 것과 같이 한인교회들도 미국 교단으로부터 모든 혜택은 받으나 도움이 안 되는 그룹으로 찍혔다.

 

아시아에 신학교 학생의 대부분은 한국사람이라 하고, 신학교는 계속 세워지나

한국에서 그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있으면 무엇 하나?

기독교 문화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으니...

한국 기독교인의 숫자가 지난 십여 년 동안 하향세라는데 과연 정말로 줄어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와중에 쭉정이와 알맹이가 갈라지면서 쭉정이들이 날아가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오히려 ‘서당개 3년...’ 식으로 신학교는 가지 못하고 정식으로 배운 것도 없지만 어렸을 때 주일학교에서 배운 성경구절 몇 구절만이라도 확실하게 가지고 목사로서, 선교사로서, 부흥사로서 그리고 당연히 평신도로서 하나님 나라 확장에 열심히 참가하고 도움되는 이들이 정말 부럽다.

 

성경에서 배운 것 하나 실천으로 옮기고, 그것을 간증과 토대 삼아 하나 더 배우고, 또 새로 배운 것 하나 실천하는 이것이 성경이 강조하는 성화과정인 것을 백 형제는 벌써 몸으로 깨우치고 있었다. 나는 많이 배우지도 못했건만 내가 아는 것만 실천에 옮기려고 해도 내 일생에 다 할 자신이 없다.

 

주님!  서당개만도 못한 저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