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개

 

얼마 전 새로 들어온 영업부 직원 Mark가 전복을 따러 가자고 제의해 왔다.  재미있는 일에는 도시락 싸가지고 쫓아다니는 버릇이 있는 나는 승쾌히 동의했다.  토요일 가기로 결정을 하고 준비를 하는데 점점 심상치 않아지기 시작했다.

 

토요일 새벽에 출발해야 함으로 금요일 까지는 잠수복을 빌려야 했다.  그 외에 잠수용 안경과 스노클 도구 그리고 스킨 다이브용 오리발까지 모두 구하는데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바다낚시 허가증과 전복용 티켓을 따로 구입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중력 때문에 물에 뜨는 것을 방지하고 잠수하는데 쉽게 물속에 잠기기 위해서 허리에 차는 34파운드짜리 납 주머니를 포함해서 그 외에 자질구레한 장갑, 양말, 주머니 등등 돈도 꽤 들고 주위 사람들의 걱정하는 눈치를 피할 길이 없어졌다.

 

아무 것도 모르고 가기로 한 이 전복 따기 여행은 시작 전부터 겁이 나기 시작했다. 산호제에서 3시간 넘게 북쪽으로 운전하여 Fort Ross란 해변가에 도착했다.  그 갑갑한 잠수복을 입고 허리에는 34 파운드 (약 15 킬로) 납 덩어리를 차고, 또 전복 따기에 필요한 모든 도구들을 들고 가파른 벼랑을 타고 한참 내려가서 반 죽음이 된 몸으 물속에 들어갔다. 너무나도 더웠기에 어름물같이 차가운 바닷물이 너무나도 시원하고 좋았다.  내가 Mark 에게 물어보았다. 언제 전복을 따 냐?  그의 대답이 여기서 100미터 가량 수영을 해 나가야 된다고 …. 맙소사.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도 없고, 오기도 있고, 내 딴에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교만에 “렛쓰 고!”라고 외쳤다.  먼저 Mark는 수영을 해 나갔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바위 사이로 물개와 같이 그는 빠져나갔다.  나도 서둘러서 그를 쫓아 나갔다.  그렇게 쉽게 나간 Mark와 똑같은 도구로 (사실 내 것이 신형이고 더 비싼 것이었음) 똑같은 방법으로 바닷물에 뛰어 들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전혀 경험이 없는 나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무던히 안간힘을 썼다.  스킨다이브용 오리발은 보통 오리발보다도 두 배나 길기 때문에 상당히 컨추롤하기가 쉽지 않았다. 잠수복은 찬물용 7mm짜리니 너무나도 갑갑하고 둔한 몸집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중력 때문에 내 허리에는 34파운드의 납 덩어리 벨트까지 차여 있었다.

 

용감히 파도와 맞서며 몇 분 동안 허우적 거리며 전복이 있는 방향으로 나갔다.  아무리 나가도 파도에 휩쓸려 제자리 걸음을 몇 번 하다가 마침내는 내 허리에 있던 납 벨트가 흘러 내려서 물속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을 잡으려 그러면서 물속에 아주 빠지지 않고  바위에 부닥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 보니 어느 사이에 내 몸이 물속으로 가라앉으며 미역이 몸을 감아버리는 겁나는 상황이 됐다.  짜고도 짠 바닷물을 마시며 허우적거릴 때 아주 생각 못할 일이 생겼다.  바로 눈앞에 물개가 와서 (내가 보기에는 웃는 얼굴로) 나를 보며 누워서 아주 자연스럽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아주 짧은 몇 초의 순간이었지만 스쳐간 그 이미지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물개는 파도와 싸우려고 하지도 않고 또 나와 같이 급하게 수영을 하려고 하지도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을 물에 맡기고 수영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이것을 보는 순간 나도 언뜻 Mark가 가르쳐준 것이 기억났다.  ‘파도와 맞서지 말고  그냥 그 파도를 타고 물 밖으로 나와라. 파도와 싸우지 말아라’  아참! 너무나 당황했기에 새까맣게 잊어버린 그 진리.

 

아무리 힘이 많고, 좋은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조물주가 만드신 자연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내 힘을 빼는 순간 즉시 허우적 하는 것이 멈추고, 또 일부러 일어서려고 하지도 않고 파도가 밀려 들어 올 때는 자연스럽게 바위에 부닥치지 않을 정도의 힘만 쓰고, 파도가 밀려 나갈 때, 힘을 빼고 그 파도에 몸을 실어서 던지니 너무나도 쉽게 바위 사이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납 덩어리 벨트를 잃었기에 물속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고 또 벌써 허덕이는 과정에서 너무나 짠 바닷물을 많이 마셨기에 기진맥진 해서 물에서 기어 나왔다.   바위에 걸터 앉아서 Mark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데 그 물개가 옆에 와서 또 웃는다. (아마도 비웃음) 그 물개를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너는 누가 가르쳤니? 힘을 빼고 정말 파도에 몸을 싣고서 자신의 힘은 들이지도 않고 자유자제로 물속을 헤치고 다니는 것을.

 

우리 사업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아무리 힘을 쓰고 아무리 투자를 많이 하고 여러 사람이 노력을 해도 상황을 감당 못하는 것이다.  기독교 사역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성경에도 써 있듯이 아무리 사람이 계획하고 노력을 하여도 발걸음을 옮기는 자는 여호와라고.  잠언서에도 너무 자신에게 치우치지 말라고 오직 주를 인정할때 오직 우리의 길이 곧아 진다고.

 

하나님의 힘을 제일 쉽게 보여주는 것이 자연인 것 같다. 그 중에도 파도인 것 같다. 아무리 큰 프로젝트도, 아무리 커다란 배도 이 바닷물은 지배하지 못하고 다만 밀물과 썰물 그리고 바람과 파도 등을 잘 파악해서 그 순리에 어긋나지 않게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사업상 돈을 버는 것은 우리 나름대로의 노력에 따라서 대가를 받는다.  그러나 세상을 움직이는 커다란 재력은 오직 하나님에게 달린 것이다.  사역도 마찬가지로 우리 노력만으로는 지속되는 화끈한 사역은 기대 할 수가 없다.  오직 하나님에게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결코 우리가 감당 할 수 없는 것을 싸워서 이기려고 하는 바보는 목적도 달성 못하고,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가지고 있던 것도 잃어버리고 자칫 잘못 하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까지 몰고 간다.

 

맡기자.  순리에 따르자. 자연을 창조하신 하나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