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꼬리

 

개들이 태어날 때부터 꼬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인들이 나름대로 목적이 있기에 잘라서 꼬리가 없는데 그 꼬리를 자르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으나 내가 아는 대로 적어 본다.

 

개들은 기분이 좋거나, 반가울 때 또 칭찬을 받을 것 같을 때는 꼬리를 하늘을 향해서 뻗치면서 좌우로 마구 흔들어댄다. 밥을 얻어먹을 때와  주인이 집에 올 때도 반갑다고 반기면서 꼬리를 정신 없이 흔들어댄다. 그것을 싫어하는 주인이 어디 있으랴 - 그러나 사냥개는 다르다.  내가 4 - 5세 때 우리 집에는 아버님이 꿩사냥에 쓰시던 King이라는 영국산 포인터 사냥개가 있었다. 이놈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냥을 하다 덤빌 준비가 되면 자신들도 재미가 있고 흥분되기에 자동적으로 꼬리를 위로 치켜들고 좌우로 마구 흔들어댄다. 이때 주위의 풀들이 같이 흔들리게 되므로 목표물이 눈치를 채고 도망갈 수 있기에 아예 우리 눈에만 볼 수 있게 10cm정도만 남기고 싹둑 잘라 버리는 것이다.

 

개와 고양이는 천적이라고 한다. 사실 야생으로 살 때는 서로 부딪힐 일도 없지만, 사람들 주위에 살면서 서로 주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 싸우다 보니 천적이라고들 한다. 고양이와 개의 싸움이 일어나는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이 꼬리 때문이다. 위에서 밝힌 대로 개의 꼬리는 반가우면 올라가고 반대로 무섭거나 위험을 느낄 때는 꼬리가 다리 사이로 들어간다. 반면에 고양이는 반가운 표현을 전혀 안 하지만 자신이 즐거울 때는 꼬리가 평상시처럼 그냥 뒤로 쳐져있다.  단, 적을 만나거나 싸울 준비가 되었을 때는 꼬리가 위로 치솟는다. 그렇기에 개는 화가 나있는 고양이의 꼬리를 보면 놀자는 신호로 받아들여서 막 덤빈다. 그때 고양이는 당연히 개가 자기를 해하려는 것으로(왜냐하면 개의 꼬리는 위로 향하였으니까)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서 싸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개와 고양이는 천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배울 영적, 실질적 레슨은 뒤로 미루겠다.

 

개의 꼬리를 자르는 또 하나의 경우는 도사견(싸움개)의 경우이다. 개싸움은 예로부터 도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도박이 이루어지려면 개들이 막상막하로 필요할 때마다 언제고 싸워야 한다. 그래야만 장사가 된다. 개싸움을 시키려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개들은 그것을 원치 않는다. 도사견 자신들이 다쳤을 수도 있고 피곤할 수도 있고, 그냥 싸울 생각이 없을 수도 있고, 상대가 겁이 날 수도 있고 등등. 이럴 때는 예외 없이 꼬리가 다리 사이로 감춰지게 되는데 상대편 개는 그것을 보면 싸움을 걸어오질 않는다. 벌써 승부가 결정 났기에 승자는 약자를 공격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싸움이 중단되면 도박꾼들과 구경꾼들은 재미가 없기에 이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미리 꼬리를 잘라버리고 그러면 무조건 싸움이 벌어지고 약자도 자신의 방어를 위해 싸우게 된다. (똑똑한 인간/잔인한 인간)

 

여기서 우리 인간들이 배울 것이 있다. 약자가 항복을 하거나 조건상 싸움이 필요 없을 때에 개들도 신사적으로 상대를 고려해 주어서 싸움을 피하는데 우리 인간들은 상대가 약할 때만 골라서 공격을 한다. 나도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나의 경쟁상대가 아주 힘들어할 때 공격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얼마 전에도 나의 경쟁자가 Windows용 프로그램을 약속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우리에게는 그들의 고객을 빼앗기에 아주 좋은 기회가 있었으나 자중을 하였더니 새로운 손님들이 우리가 신사적으로 경쟁을 하는 것에 반했다고 더 큰 이득을 보는 좋은 경험을 했다.

 

교회들도 이런 때에 조심하여야 한다. 많은 교회들이 이웃 교회가 힘들어 할 때 자기 교회의 교인증가에 힘쓴다. 어떤 분은 이렇게 표현한다 -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하나님이 과연 즐거워하실까?

 

고양이와 개로 돌아가자.

결혼한지 20년이 아직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도 고양이와 개에게서 배울 것이 많은 것 같다. 내가 기분이 좋고 내 상황이 좋다고 아내의 기분과 상황을 동일시하여 완전히 왜곡할 때 대판 싸움이 벌어진다. 여기에다 여자들은 또한 고양이처럼 자신들의 기분 좋은 것을 내색하지 않으면서 남편들이 그냥 알아주기를 원한다.

 

한국에서 중학교 1학년 영어시간에 제일 먼저 배운 회화:

How are you?  하면      

Fine ......    이렇게 배웠는데,

 

미국에 사는 화가 잔뜩 나있는 아내에게:

How are you?  하면      

Fine ......    이때는 문제다, 큰 문제다.

                   싸울 준비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건드리지마’ 이다.

 

하나님이 우리 인간들에게도 꼬리를 주셔서 좀 쉽게 살도록 할 수가 있었는데

너무 인생이 재미없을 것 같아서 하나님이 우리의 꼬리를 잘라 버리셨나 보다.

아니면 너무 꼬리가 길면 잡힐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