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팔자가 상팔자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서 보는 노동

(Christian World View on Work/Labor)

 

한국의 옛말 중에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있다.

아마 여름철 그늘에 누어서 늘어지게 낮잠 자는 개를 보고 부러운 생각에, 그리고 그렇게 게으른 사람을 두고 만들어 낸 양면이 있는 말일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 실리콘밸리에서 노다지를 터뜨린 후 거품이 꺼지기 직전에 조그만 재주를 부려서 저금해놓은 돈을 가지고 일거리 없이 놀며 지내는 그들의 생활과 정신상태를 볼 때 어떤 사람들은 참 부러워하면서 하는 말이 “.... 상팔자”.

 

교회들이 여기에 대해서 특별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항상 기복신앙을 추구하다 보니 예수를 믿으면 돈도 많이 벌고 또한 풍요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거기에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 아브라함, 솔로몬, 욥 등을 지적하며 재산이 많은 것이 하늘의 축복을 받은 것이라는 생각이 보편화되어 있다. 더구나 요즘처럼 직장에서 해고당하였거나 사업체가 문을 닫았기에 생활이 어렵고 돈이 없어서 쪼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을 믿으면 만사형통 된다고 전도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런 태도는 우리에게 돈 많고 놀고먹는 사람들은 축복 받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암암리에 갖게 한다.  그렇다면 돈도 없고 먹고 살기 위해서 두세 군데 직장을 마다 않고 뛰는 사람은.......

 

성경에 나오는 노동에 대한 세계관은 과연 어떠한가?

강보형 목사라는 이 분야에는 상당히 앞서 나가는 분에게 잠시 배운 적이 있다. “노동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라는 강목사님의 저서를 읽으면서 나의 기독교적 세계관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창세기에 나오는 노동은 하나님이 우리 인간에게 주신 최초의 축복이고 또한 모든 인간들에게 명하신 우리의 임무이며 특권인 것을 배웠다. 전에는 별로 생각지 않던 Tent Maker(자비량 선교)에 대한 개념도 재정리가 되었다. 노동 그 자체가 정말 우리의 마음과 정성을 다할 때는 진정한 예배(Worship / Service)가 되어서 하나님께 상납되는 것을 깨달으며, 나 자신이 항상 입버릇처럼 하던 말, ‘빨리 돈 벌고 은퇴해서 목회에 뛰어 들어야지“ 하는 생각이 재정리되었다.

 

내가 지금 운영하는 이 작은 사업체 자체가 나의 선교지이며 내 직원이 나에게 맡겨진 양인 것을 새삼 느끼며, 나에게 자신들의 사업체 관리를 전적으로 맡긴 1000여 회사의 사장들은 나의 동역자이며 또한 선교지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에게 맡겨진 임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몸으로 느낀다. 사업체에서 받는 부담 없이 신학교 다니다 졸업하고 거룩하게 목회나 하면서 “상팔자”를 누리려던 나의 옛 생각에 나 자신이 상당히 부끄러워진다.

 

 목회 하시는 분들을 나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선택된 분들은 하나님이 전업으로 부르시고 길을 열어 주신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에서 세상과 부닥치고 싸우며 생활하는 일선의 선교사로 부르신다. 옛날에 전업 선교사들 사이에 많이 사용되던 유행어 중 “10 / 40 Window" 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많이 발전하고 현실화되어 사용되는 “9 / 5 Window of mission opportunity" 로 바뀌었다. 꼭 선교사로 후진국에 나가거나 전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비 신자들이 더 많은 우리가 사는 이 지역에 내 직장, 내 사업체 안에서 선교하라는 것이다. 얼마 전 달라스에 가서 들은 이야기다. 주일 예배 참석률이 달라스는 45%인데, 내가 사는 여기 실리콘밸리는 7%라 한다. 매일 8시간 이상 같이 지내는 동료, 부하직원, 상사, 손님 등 이 모든 사람들에게 예수를 전할 수 있는 기회는 무지하게 많은 내 직장 - 여기가 내 사역지 이다.

 

일 하기 싫은 사람들이 “개팔자는 상팔자” 라고 외치는 이 세대에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

개팔자는 개들이나 누리게 하고 인간들은 하나님이 우리를 만들어서 최초로 주신 사명대로 축복을 누리는 삶 - 노동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요즘 노다지의 거품이 빠지면서 직장을 잃은 이들에게 물어 보라. 집에서 노는 것이 상팔자냐고. 나는 개팔자가 싫다.

 

개팔자는 저주 받은 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