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 가스

 

병술년이라서 그런지 혹은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인지 눈에 자꾸 이상한 기사들이 들어 온다. 내가 사는 산호제에서 1시간 거리인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의 배설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떠들썩 한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도 유별나게 애완동물을 많이 키운다고 한다. 24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기르면서 자연히 생기는 연간 6000톤이 넘는 개똥을 따로 모아서 메탄가스로 바꾸고 이것을 전기로 바꿀 계획이란다.

 

사실 이러한 방법은 유럽에서 벌써 20여 년 전부터 실생활화 했고 나 자신도 어렸을 때 한국에서 외할머니 농촌집에 가면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변소에서 만들어지는 가스를 파이프를 통해 집안에 가지고 들어와서 부엌에서 연료로 사용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고 보면 미국에 NEWS는 한국이나 유럽에서는 OLDS가 되는 세상이 된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집에 기르는 개 몰라를 방목하다시피 기르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자신이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한구석을 자신의 변소로 정하고 매일 행사를 치르는 것이었다. 요즘에는 아내와 산책을 돌면서도 정해진 자리에서 일을 본다고 한다.  매주 뒷마당에 있는 몰라의 변소 청소를 하던 막내 딸이 하루는 똥자루를 보여주면서 아빠, 몰라는 똥 기계야 하던 말이 이 기사를 읽으면서 귀에 쟁쟁하다.

 

아마도 전기를 전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널려있던 개똥들이 모자라서 찾느라 바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한국 속담에 개똥도 약으로 쓰려면 없다가 미국화 되어서 개똥도 연료로 쓰려면 없다로 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이처럼 아무 쓸데없던 개똥이 우리 인간들의 문명의 기본인 전기를 만드는데 사용된다는 사실을 되뇌며 나 자신을 포함한 주위에 많은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을 둘러본다.  어떻게 해야 나와 이들을 사회에 기여하는 중요한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혹은 교회에 이름은 걸고 수십 년을 꼬박꼬박 참석하다가도 정작 하나님이 필요해서 사역에 부르실 때는 싹 빠져버리는 정말 개똥같은 우리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생각을 해 볼만한 이슈이다.

 

교회 내에 여러 종류의 교인들이 있다. 일부는 성경지식이 많아서 가르치는 달란트를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남을 섬기는 것이 몸에 익숙하여 아주 자연스럽게 새로운 교인을 인도하는 분들도 계시고 또 막노동처럼 보이는 교회 청소와 건물관리를 맡아서 자기집보다 더 열심히 교회를 가꾸는 분 등등 정말로 열심히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사용하신다. 그 외에 교인들은 별로 눈에 뜨이지 않기에 개똥 취급을 당한다.

 

요즘 많은 한국교회 (미국 & 한국)에서 유행하는 사역이 있다. 바로 중국사역이라 해서 수많은 교회들이 자비 선교사로 시작해서 아예 중국에다 교회도 차리고 발전해서 교회의 상당한 예산을 투자해서 현지에 신학교도 세우는 등 정신없이 바쁘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사역이면서도 종종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부인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전체교회에 받아 들여지기를 몇몇 특정인들만 하는 선교로 바뀐 것이다. 선교에는 항상 관심이 있으나 내 자신이 직접 중국에 다녀오지 못했기에 사정을 잘 몰랐다. 그러나 어떤 기회가 되어서 중국 단기선교에 참가 할 수 있는 첸스를 잡았다.  당연히 경력있는 분들이 앞장을 서기에 나는 참가자로서 거의 구경꾼 정도의 수준으로 참관했다. 여기에 참가한 분들 중 몇몇은 현재 교회에서나 사회에서 유능한 선생으로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 외에 몇분은 사실 교회에서 주일학교도 못가르치는 별 볼일 없는 개똥 교인 취급 당하는 분들이었다.

 

이번 기회에 그 개똥 취급 당하는 분들이 자신들의 돈과 시간을 들여서 헌신 할 때 많은 중국 처소교회 사역자들이 너무나도 많이 감사해하고 또한 진정한 사역에 열매가 열리는 것을 목격했다.  현지에 실정이 유명한 강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특출한 신학을 배우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중국 처소교회들이 갈망하고 필요한 강사는 우리 한인교회에 흔해터진 집사  즉 개똥같이 쫘악 널려져있는 집사들의 실력이면 충분하다 못해 딱 맞아 떨아지는 수준의 강사인 것이다.  간증도 신학적으로 깔끔하고 매끄러운 것 보다는 좀 무식하고 무대포 식의 간증이 먹히는 것이다. 나는 강의를 위해 기독교적 세계관 이란 요즘 유행하는 그리고 쏙쏙 잘 먹히는 주제를 가지고 갔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한 멋있는 철학적 강의보다는 내가 30년전에 예수님 처음 믿었을 당시의 우둘두틀한 메세지였다.

 

신문에 개똥 to 전기 프로젝트 담당자가 인터뷰 하길 이 계획의 주요 장애물은 아마도 말하기 조차 꺼리는 배설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수거하는데 대한 전국적인 논란일 것이라 한다. 마찬가지로 선교정책을 계획할 때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멋있고 멀리 있는 외국선교, 특히 일부의 사람들이 만이 할 수 있는 선교, 거기에 완벽한 강의내용과 멋있는 신학적 배경등을 선호하기에 돈만 몇푼 들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선교정책에는 별로 가치를 부여 못 할 것이다.

 

별 볼일 없는, 흔해 터진 개똥을 가지고 문명의 꽃인 전기를 만든다? 정말 멋있는 구상이다.  마찬가지로 교회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개똥 교인을 세워서 선교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그리고 하나님이 얼마나 좋아하실까?   여기에 전제 조건이 따른다 - 자신이 썩어야 되는 것이다. 그것도 완전히 썩어야 되는 것이다.  개똥이 썩지 않고 있으면 평생 쓸모 없는 개똥인생이 되어버린다. 성경에도 한알의 밀알이 썩지 않고는 열매를 거둘 수 없는 것과 같이 개똥도 썩어야 가스가 되어 화력을 통해 전기가 될수 있는 것이다. 

 

개똥이 썩고 썩어 일백 번 다시 썩어

냄새 나는 메탄가스 되어

예수님 따끈하게 드실 온수를 끓이는 연료가 되어서

 

나 같은 개똥교인도 어디엔가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니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