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산책
친구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 집에는 아주 작은 치와아 2 마리가 있었는데 한 마리는 아주 조그마하고 다른 한 마리는 작은 덩치에 비해서 상당히 뚱뚱해 보였다. 이 뚱뚱한 작은 개에게 옷을 입혀 놓았는데, 그 옷에 써있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셔츠에 써있기를 “Who is walking Who?”라고. 이것을 보면서 한번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면서도 대단한 의미심장한 문구였다.
개를 기르기 시작하면 먹이는 것과 개 똥 치우는 것을 포함한 모든 일거리 중에 가장 시간을 많이 소요되는 것이 바로 개와의 산책이다. 사실 40-50 파운드 무개의 개가 나만큼 먹고 이것을 소화하려면 상당한 움직임을 필요로 한다. 또한 개들은 집단으로 사는 동물이기에 무슨 이유를 써서라도 주인과 또한 가능하면 다른 개들과도 어느 정도의 상호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대부분의 개 주인들은 수긍하고 정기적으로 개와 산책을 즐긴다. 나도 가끔 저녁식사를 지나치게 즐기고 나면 아내가 명령을 내린다; 개와 산책을 갔다고 오라고. 워낙 게으른 나의 습관 때문에 개와 산책을 나오려면 아내의 협박과 구박 그리고 꼬심까지도 받아야만 가능하다. 개를 앞세우고 나가면 정신없이 뛰고 싶어하는 ‘몰라’를 잡아당기면서 야단치며 산보를 마치는데 땀이 옷을 적신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아내가 나에게 개 산책을 맡기는가 보다. 아내도 자신의 몸이 좀 운동이 필요하면 낮잠자는 ‘몰라’를 깨워서 나간다. 당연히 ‘몰라’는 좋아라 하면서 뚸쳐나간다.
개 산책을 즐기면서 나도 동네 한바퀴 돌아보고 운동삼아 수십미터는 개와 경주도 해보고… 이러한 모든 행동이 처음에는 개의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산책이었다. 이것이 변경이 되어서 우리집에서는 주인들의 건강을 위해서 개가 산책의 앞잡이가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이 원해서 산책을 하는 것이지 정말로 개를 위해서 산책을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아파트 같은 작은 공간에 살면서 개가 소변과 대변도 볼 때가 없어서 하루종일 참다가 나오는 경우도 종종 본다. 그러나 이것은 예외이고 대부분의 개 산책은 주인들이 개 핑계로 자신의 산책을 ‘Walking the Dog’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꼬치꼬치 따지는 이유는 사실 개가 필요한 산책을 하든 사람이 필요한 산책을 개와 같이 하든 상관이 없지만 결과는 서로 상부상조하고 서로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Win – Win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살면서 주제나 타이틀은 한쪽이나 결과와 목적은 양편이 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것을 잘 투명하게 잘 이용하면 진정한 Win – Win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요즘 교회에서 유행하는 단기선교, 봉사선교, 비전여행, 그리고 선교여행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행해지는 행사가 있다. 이것을 톡 까놓고 보면 예수쟁이들이 놀러는 가고 싶으나 쌩으로 노는것 보다는 그래도 죄책감 줄이기 아니면 무슨 좋은 일을 하고는 싶으나 너무 힘이들고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니 위와 같은 행사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이같은 행사를 아주 하찮게 여겼다. 왜 놀려면 놀고 진짜 봉사를 하려면 제대로 하던지… 그런데 세상 일이 꼭 이렇게 흑과 백으로 나뉘어져야 된다는 법이 없고 사실 모든 일들이 대충 섞여서 일어나는 것을 요즘에야 배우게 된다. 특히 개와 산책을 하면서 이것이 꼭 개를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주인을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형편에 따라서는 둘다 아니고 그냥 버릇처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이러한 무의미한 개 산책도 정기적으로 하다보면 개와 주인이 가까워지고 둘다 건강해지는 자연법칙도 깨닫게 된다.
청소년 사역과 교회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옛날에는 참으로 고지식했다. 수양회를 가면 절대로 재미 위주가 아니고 항상 거룩하고 모든 것을 배우는 자세에서 암기와 기도 그리고 봉독과 통독 등 정말로 힘들게 하는 것만이 옳은 것이라고 오해를 했었다. 그래서 봉사 활동을 해도 화끈하게 하지 않을거면 시작도 말라고 … 이런 꼴통식의 생각으로 인디언사역을 하다보니 오히려 힘은 힘대로 들고 동역하는 분들도 힘들어 하신다. 지난 몇 년간은 사역을 좀 완화시켜서 여행도 겸하고 재미도 겸하니 동역자도 생기고 또한 돌이켜 볼 때 결과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절대로 사역을 물을 술에 탄 듯 아니면 술을 물에 탄 듯 하자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 꼭 이것 저것을 구분 할 필요없이 동시에 겸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것을 내가 관계된 아리조나 인디언 사역에 적용을 해보니 아주 좋다. 청소년들을 황무지 지대인 인디안 보호구역에 데리고 가서 다 쓰러져가는 집들을 페인트하고 또 완전히 쓰레기장 같은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하면서 잡초들도 다 뽑고 또 시간을 내서 동네의 어린 아이들을 모아서 여름성경학교(VBS)도 해 주고. 틈틈이 시간을 내 서 실내 운동장에 들어가서 동네 청소년들과 배구, 농구 시합도 하면서 기독교인의 사역을 한다. 몇일 일정을 다 마치고 이 보호구역이 속해있는 그랜드캐니언을 관광하면서 하나님이 만드신 멋있는 세계를 경험한다. 이러한 Volunteer Tour Mission Trip이 나름대로 의미가 주어지는 것 같다. 예수쟁이들이 관광여행과 선교봉사를 짬뽕해서 하되 이것을 멋있는 선교라 부르지 않고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 VolunTour Mission이라하면 어떨까?
사실 여행을 하다보면 지루하고 거의 목적없이 노는것도 나같은 사람한테는 완전히 스트레스다. 오히려 며칠 힘든 막노동 봉사활동도 괜찮은 것 같다. 또한 봉사활동도 어느 정도 쉬면서 해야지 너무나 힘들고 진이 빠지면 다음에 다시 오고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개가 나를 산책 시키든지 내가 개를 산책 시키든지 산책은 산책이다. 그리고 산책은 결과적으로 좋은 것이다. 너무 무리하지 않고 서로 부담주지 않으면서 상부상조하는 테크닉을 사역과 사업에도 제대로 투명하게 접목시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