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름

 

개를 입양해 오던 날 식구간에 개 이름을 가지고 토론이 벌어졌다.  전 주인이 지어준 이름은 롤라-Lola 이었다.  아이들은 이름이 좋다고 했다.  나는 왜 그런지 설명은 되지 않으나 미국사람이 지은 이름 때문인지 발음하기가 좀 까다로운 것 같았다.  아내가 의견을 제시했다 L 발음을 하기 쉬운 M으로 하기로. 롤라가 무슨 뜻이 있는 이름인지는 모르기에 아무 부담없이 그저 발음하기 쉬운 몰라가 되어 버렸다.  개 족보 등록도 몰라로 되었고, 개 병원 기록도 몰라로 되어있다.  요즘은 애들은 아직도 롤라라 부르고 나는 몰라로 부른다. 개 자신은 전혀 상관을 하지 않고 두 이름에 다 반응을 보인다.

 

한국에서는 성씨에다 이름 두 자를 합하여 보통 이름 석자가 통상례가 되어있다. 특히 양반을 따지는 분들은 무슨 씨에, 어떤 파 그 중에서 이런저런 자손이라고 정확히 자신을 설명한다.  나 자신도 아버님에게 물려 받은 족보에 써있는 것을 보면 경주 이씨 국당공파 39대 이런저런 손이라 한다. 나의 부족한 한문 실력 때문에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조금씩 다른 대답을 받는다.  한국을 떠난 이상 별 볼일 없는 것을 따지는 감이 있기에 그리고 사실 전혀 미국에서는 상관이 없기에 신경을 끄고 산다.  어느 통계를 보니 한국민 중 거의 30%가 김씨이고 다음에 이씨, 박씨 그리고 최씨를 합하면 전체 국민의 절반이라 한다. 이와 같이 성씨를 가지고 구분하는 시대는 이제 다 지나고 개개인이 가진 이름 즉 First Name이 더 중요한 가치가 부여된다.  나에게 주여진 첫 이름은 상범이다. 이것을 작명소에서 다시 지어서 별자에 클자를 합하여 이경석이란 이름이 생겨졌다.  부모님 덕인지 대단히 멋있는 이름은 아니지만 그래도 흔해터진 이름은 아닌 것 같다.  세계의 모든 자료가 기록되어 있다는 YAHOO Search에서 이경석 Christian 혹은 이경석 CBMC 아니면 이경석 + Mexico, Africa, Hualapai, Homeless, Caleb 등등을 찍어 넣으면 즉석에서 찾아준다.

 

이렇게 흔하지 않고 나름대로 특출한 이름이 미국에 와서는 완전히 박살이 난다. 보통 무식한 미국인들의 발음은 카이-영 쑥 야이 (Kyung Suk Yi) 가 되었다. 아마도 조상님들이 들었으면 벌떡 화를 냈다가 나중에는 배꼽을 잡고 웃음거리가 될 만한 소재이다. 내 이름이 이처럼 고생을 하면서 힘들게 사는데 왜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고집을 하는지 내 자신도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내 이름 고생하는 것도 모자라서 미국서 태어난 애들 이름도 법적 정식 (First Name)이름은 주형, 태형, 은희로 만들어 놓고 Middle NameNathaniel, Aaron, Happi로 지어 주었다.  내 자신의 이름도 요즘에 와서 내가 철이 좀 들어가는지 미국식 이름을 지을까 생각 중이다. 아마도 를 소재로 많이 시간을 보내니 자연스럽게 Caleb 혹은 Keleb 도 좋은 이름 같다.

 

얼마 전 CBMC선교단체를 통해서 만난 한 분을 소개하고 싶다.  그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 하신 분이다.  지금은 은퇴를 준비하며 많이 정리하고 줄여서 400여명 정도의 직원을 가지고 있다는 상당한 수준의 달라스 텍사스 출신의 사업가이시다. 이분이 자신을 소개하는데 성이 오씨-OSEE라고 하시기에 처음에는 이상하게 들리던 것이 설명을 듣고 보니 너무나도 멋있게 들린다. 당연히 무식한 미국 사람들도 전혀 발음을 하는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름이다.

 

이름이라는 것이 나를 나타내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남들이 나를 가리켜서 부를 때 기억하기 쉽고 발음하기 쉽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개명도 한번쯤은 생각해 볼만한 이슈이다.  아니면 이름을 아예 본토 인디언 식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동녂 , 자이신 아버님의 성함은 Rain from the East 그리고 내 이름은 Master Star, 아들의 이름은 큰 언덕 자와 밝을 이니 Bright Giant Hill이 되는 것이다.  나의 개 몰라의 이름은 Clueless 아니면 Dont Know 가 된다.  성은 오얏 씨니 영어로 Prune Tree 정도가 된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조금은 비 현실적이고 이상하다.  

 

이처럼 이름도 공연스레 특별한 이유없이 옛 내 것을 주장하는 것보다는 현실에 맞게 또 이름의 본 목적을 따라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 해주는 입장을 취함이 정당화 된다. 이와 병행해서 따라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우리의 문화이다. 무조건 한국 문화 그리고 한글 (이북에서 쓰는 식)을 주장할 것이 아니고 계속 바뀌어져 나가는 세계의 변화에 맞추어 혹은 앞서서 미리 바꾸어 개선하는 것도 장려하고 싶다.

 

동방예의지국의 풍습과 4000여 년의 역사 중 버리거나 혹은 고쳐야 될 점들이 꽤 많을 것이다. 무조건 버리자는 것은 아니다. 심중하게 검토하고 재 정리하여 검증을 받는 단계를 거치면서 미국식 한국 우리고유의 현실적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요즘 많이 듣는 단어 중 한국식 vs. 미국식 이것을 발전시켜서 맞고 vs. 틀리고로 바뀌면 상당히 건설적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교회에서도 영어사역 vs. 한어사역이 발전되어서 이세대 vs. 차세대 식의 성서적 바탕의 실질적 변화를 기대해 본다. 

 

개 이름에다 특별한 사명과 계기를 부여하는 억측이 아니고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실질적 이름이 마땅한 것과 같이 우리의 삶과 문화 그 외에 모든 생활에서도 목적을 가지고 처리 했으면 한다.  우리 교회에 옛날에 오셨던 부흥목사님께서 농담 삼아 하신 자신의 이름 풀이가 기억난다. 자신의 교회에 교인이 약 2,000명 정도 되는데 목사님 성함이 이천석이라 면서, 성이 씨에다 천석 대신 만석, 오만석 (10,000 자리)이였다면 어떠했을까? 라고

 

어차피 이름값도 못하는 인생이 되지 말고 예수님이 자신을 주시고 구입하신 우리들은 최소한 예수값은 해야 되지 않나 생각을 하니 참으로 내 삶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똑똑하면서도 멍청한 나의 개 몰라의 이름을 알아로 바꾸고 내 이름도 Caleb 갈렙으로 바꿔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