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밥그릇

어느 토요일 하루는 늦잠을 자느라고 ‘몰라’에게 밥을 주는 것을 잊어 버렸다. 거의 정오가 되어오니까 밖에서 요란스런 소리가 들려 온다. 커튼을 살짝 열고 밖을 내다보니 ‘몰라’가 자신의 플라스틱 밥그릇을 입에 물고 돌아다니면서 집어던진다. 배가 고파서 땡깡을 부린것 인지 아니면 장난감 대신으로 밥그릇을 가지고 노는 것인지 확인은 못 했지만 깨지고 이빨로 뜯어버린 그릇을 버리고 사기로 된 값나가는 밥그릇으로 대처했다. 우선은 무거우니까 입으로 물고 다니지 못하고 아무리 이빨로 깨물어도 이빨자국이 나지를 않는다. 그리고 플라스틱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위생적이다.

어느날 손님과 약속이 있어서 그의 사무실을 방문을 했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길목에 비서 책상 위에 “몰라” 밥그릇과 똑 같은 사기 그릇에다 사람들 먹으라고 사탕을 가득 담아 놨다. 궁금해서 비서에게 이 그릇을 어디서 구했냐고 물었더니만 자신의 개가 쓰던 그릇이란다. 사실 그릇이 만들어질 때는 아마도 개 밥그릇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것을 구입한 사람이 용도를 바꾸어서 사탕 그릇으로 사용할 때는 개 밥그릇이 아니고 사탕 그릇이 되는 것이다.

미국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약 30여년 전에 경험한 조금 더 심한 용도 변경이 있었다.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던 요강이 태평양을 건너면서 둔갑해 미국 집 안방에 화장대 위에 올려져 있었고 거기에는 아름다운 꽃이 꽂아 있는 것도 보았다. 이러한 것을 보면서 목적있는 삶을 다시 한번 회상한다. 어떤한 목적이 있어서 만들어진 개 밥그릇이던 요강이던 사용하는 사람이 임의적으로 용도 변경을 하면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몰라’의 물통도 처음에는 플라스틱이었다가 얼마 전 새 그릇으로 바꾸어 주었다. 이것도 다시는 물고 다니면서 깨뜨리고 씹어서 망가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옛날에 한국식 돌솥 비빔밥 만들어 먹으려고 사다 논 돌솥이었다. 묵직한 그릇에 물을 담아주면 절대로 들고 다니지도 못하고 실수로 걷어차도 넘어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이 처음에 만드는 사람의 목적은 개 밥그릇이었는데 사탕 그릇이 되어서 사용되고 반대로 전통적 돌솥이 하루 아침에 개 밥그릇이 되는 것이었다. 완전히 엿장수 맘대로인 것이다. 주인인 내가 맘대로 개 밥그릇이든 사탕 그릇이든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난 수십 년 간 외쳐 온 목적있는 삶과 정 반대되는 이론이 형성되는 것이다. 모든 물건은 목적이 있어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존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목적이 먼저라고. 이 같은 헷갈리는 이론에 성경구절을 더하면 더욱더 애매해진다. 각자가 목적이 있었기에 태어났다고 얼마나 목사님들이 강단에서 외치나. 때문에 여기에 멋있는 예정론이란 전문 단어를 사용하면서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등의 노래 가사를 외어서 부르며 내가 누구라는 것을 재확인 시킨다. 여태껏 내가 외치던 Essence precedes Existence (가치가 존재보다 먼저) 라는 것을 부분적 무효화 혹은 완성시키는 이론을 여기 나열하고자 한다.

우선 만드는 사람의 목적이 있다. 토기장이가 개밥 그릇을 만들든지 아름다운 도자기 꽃병을 만들든지 나름대로의 기술과 예술성을 총동원하여 만든다. 이것에 현실을 적용을 하면 만들어지는 그릇이 토기장이가 손수 만드는 것은 거의 없고 기계를 통하여 아니면 손으로 만든다 하여도 대량 생산을 하는 주 목적은 그릇이 무엇에 쓰이느냐에 있지 않고 사실은 대량으로 생산하여서 생산가 격을 낮추어서 박리다매를 통한 이익의 최대를 도모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있을 수 있다. 진짜 예술품으로써 유명한 작가가 만드는 제품은 예외라 할 수 있다. 이런 대량 생산 그릇의 목적은 상업 수익성이지 사용 목적이 아니다.

다음으로는 값을 치루고 구입하는 사람의 목적이 있다. 일단 만들어져서 구입을 하면 긍극적으로 이 그릇이 어디에 사용이 되는 것은 돈을 주고 구입한 주인 마음대로다. 즉 목적이 다시 부여되는 것이다. 이 때 결정권은 만든 사람에서 값 치루고 구입한 사람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도 성경에서 가르치는 예수의 피 값으로 산 옛 죄인이었던 사람이 성화되는 예수쟁이가 되는 과정이다. 이때부터는 목적부여가 새로 구입한 주인의 손에 달려있다.

과연 누가 진실한 주인 인가? 과연 이 개밥 그릇 혹은 돌솥의 원래 목적과는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될 때 잘못 된 것인가? 아니면 긍극적으로 만든 사람의 목적은 일단 팔릴 때 달성하고 일단 팔린 후에는 새 주인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태어날 때는 천민으로 혹은 노예로 태어났다 하여도 예수를 믿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면서 완전히 다른 삶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주인이 이제는 개밥을 담지 않고 사탕을 담을 수도 있는 것이고, 요강으로써 오물을 담는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꽃을 꽂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태어날 때 타고나는 달란트가 있다. 주어진 달란트에 따라서 일을 하게되면 재미도 있고 능률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고 타고난 달란트에만 따라서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경우에 교육을 통해서 필요한 기술이나 후천성 달란트 발견과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새로운 일을 창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도서 3:22에 써 있기를 자신에게 주어진 일하는 자체를 “즐거워하는 것을 보다 나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개인의 신분이나 집안 배경 혹은 주어진 환경에 묶여서 발전이 없는 삶 보다는 새로운 삶은 고후 5:17에 써 있기를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정말 개밥 그릇이 사탕 그릇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