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개

한국에서 국민학교를 다닐 때 “반공 도덕”이란 시간이 있었다. 기억으로는 일주일에 겨우 한 시간이었지만 나라를 사랑함과 공산체제를 반대하고 또한 나름대로 도덕생활을 배웠다. 여기에다 더해서 보이 스카우트을 통하여 “일일 일선”등을 배워서 오늘에 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도덕(道德)이란 단어를 사전에 찾아보면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 외적 강제력을 갖는 법률과 달리 각자의 내면적 원리로써 작용하며, 또 종교와 달리 초월자와의 관계가 아닌 인간 상호 관계를 규정 한다.” 아주 명백게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이민 온 한글 실력으로도 쉽게 이해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쉬운 원칙이 일상 생활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내 막내 동생은 애들이 없이 사는 DINK (Double Income, No Kid)족이다. 동생과 매제 둘이서 전문직을 가지고 열심히 살면서 아이들 키우는 대신 개를 기르겠다고 한다. 때문에 이들이 기르는 개는 사람과 거의 비슷한 대우를 받으며 산다. 대우 뿐이 아니고 훈련도 비싼 돈 많이 들여서 사람 이상으로 교육을 받아 상당히 예의(?) 바르고 말을 잘 듣는 개다. 얼마 전 영국으로 장기 출장가기 전에 동생이 ‘찰리’를 데리고 우리집에 놀러왔다. 뒷뜰에 ‘찰리’와 ‘몰라’를 같이 놀게 하는데 좀 특이한 일이 일어났다. ‘찰리’와 ‘몰라’는 똑같은 밥을 사다 먹이는데 ‘찰리’가 배가 고플 때가 됐는데도 ‘몰라’의 밥그릇에 담긴 밥을 먹지 않는 것이었다. 또한 먹을 것 조각 두 개를 동시에 개들에게 던져 주었는데도 ‘찰리’는 그냥 구경만 하고 ‘몰라’가 다 두 개를 다 차지했다. 사실 동작은 ‘찰리’가 훨씬 빠르고 던져주는 것도 공중에서 신기할 정도로 잘 받아 먹는 반면 ‘몰라’는 별로 빠르지도 못하고 던져주는 것도 반 이상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다. 이 상황을 동생이 웃으면서 대충 설명하기를 “아마도 ‘찰리’가 예의(도덕)를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개들이 무슨 예의나 도덕을 지킬까? 그냥 남의 집 혹은 남의 영토에 왔으니까 조심스러워하거나 자신이 꼭 싸우면서까지 먹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있는 것이다. 아니면 주인에게 제대로 훈련을 받아서 주인이 주지 않는 남의 것은 먹지 않는 것 뿐이다.

이런 상황을 좀 바꾸어서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면 오히려 예의나 도덕을 배웠고 또한 여기에 일반 상식을 적용했을 때 우리의 행동이 어느 정도 높은 차원에 있어야 함에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한발짝 더 나아가 진짜 예의나 도덕, 믿음과 사랑이라는 단어가 범람하는 교회 주변에 가면 당연히 유토피아는 못되어도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어야 할 환경에서 오히려 잡음이 더 많이 나온다.

사람들끼리 서로 이웃에 살면서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것이 항상 지켜지지 않고 힘센 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힘 없는 자의 것을 빼앗아 독식 하기에 사회에 불협화음이 그치지 않는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법이 만들어지고 이를 억지라도 지키게 한다. 인간 관계 뿐이 아니고 사업과 사업 사이에서도 상도라는 것이 있어 크고 힘 많은 업체가 작은 업체를 집어삼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의 법을 만들어서 규제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소규모 혹은 중소업을 돕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사업에도 선택권을 주기도 하며 가격면에서도 보조를 아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기업이 중요하지만 어느 사회나 중소기업이 기반이기에 여기서 특출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진짜 주인의식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서 가장 효휼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즉 빈부의 차이를 줄이고 중산층이 많을수록 나라와 사회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옛부터 한국 문화는 상인(Businessman)표현을 ‘장사꾼’이라는 단어에서도 느껴지듯 비하했다. 양반들은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하고 오직 상놈 아니면 평민들만이 장사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요즘은 좀 진화되어 상인들도 좀 우대를 받는다. 이러한 치열한 개판(Dog-eat-Dog)의 상인들 사이에서도 상도가 있다. 예를 들어서 커다란 백화점이 셔틀버스를 동원해서 다른 동네 손님들까지 싹쓸이 하지 않는 것은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도 실행된다고 들었다. 또 작은 구멍가게에서 파는 같은 물건을 부적당한 가격으로 인하해서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위해 덤핑을 못하게 한다. 그리고 다른 사업체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을 뺏어오는 행위도 눈 밖에 나는 일이다.

대형교회는 나름대로 부르심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형교회가 나쁘다는 것도 절대 아니다. 그러나 작은 교회 목사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제일 힘든 것이 한 가정 겨우 전도해서 어느 정도 정착 할 때가 되면 예외 없이 그 가정에 있는 청소년 자식을 위해 이중언어 혹은 한국학교를 운영하는 큰 교회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이럴 때 마다 허무함은 물론이고 같은 팀으로 협동 해야 할 대형 교회에 대한 원망만 늘어간다는 것이다. 요즘 교회들을 돌아다 보면 큰 교회들이 버스를 총동원해서 특히 노인 어른들을 몇몇 큰 교회에서 싹쓸이해 간다. 미국에서는 청소년 사역자 그리고 이중언어 사역자를 빙자해서 독점은 물론 그들의 부모들까지 떨이해 간다. 자체 건물이 있고, 교회 재정이 두둑한 교회는 무료로 맛있는 점심 대접은 물론 자주 모일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사용해서 더 많은 사람을 끌어 모은다. 대부분의 큰 교회일수록 작은 교회의 사람들이 몰리고 또 적극적으로 끌어 모으면서 이것을 ‘전도’라고 멋있게 표현한다.

상놈들이 운영하는 생존 경쟁의 피 튀는 삶의 현장인 장사판에서도 상도가 있고, 죄인들이 우글거리는 일반 사회에서도 정의와 도덕이 있다. 인간 관계에서도 양심이나 일반 상식으로도 해결이 나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법으로 어느 정도의 중심을 잡아준다. 또한 도덕은 물론 예의도 모르는 하찮은 개들도 훈련을 받거나 혹은 자신의 배가 부를 때에는 남의 것을 빼앗지 아니하거늘…

교회와 목사님들, 지도자들이 한번쯤은 뒤돌아 볼만한 이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