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 식구

지난 주일에는 우리교회의 건물을 지난 7 년간 빌려서 사용하는 American Indian Baptist Mission 교회의 교인들을 초청했다. 처음에는 목사님이 없어서 본인이 격주로 설교와 성경공부를 인도했다. 당시에 그 교회을 집사로 섬기던 Shawney가 정식으로 안수식을 거치고 지금은 담임목사로 교회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매주 주차장에서 지나치며 인사는 하지만 가깝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집으로 저녁초대를 한 것이다. 아내가 항상 내가 일을 저지르면 뒷처리는 자신이 해야하는 것을 이해하기에 망정이지 집으로 20여 명의 손님을 부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메뉴는 갈비, 잡채와 그 외 여러가지의 진수성찬이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얼른 집에와서 마지막 준비를 한다. 나는 옥수수를 굽고, 막내딸 해피는 후식 케이크를 만들고, 미시건에서 방문인 동생은 샐러드를 만들고 등등… 4시 30분 정도 되니까 교인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나는 이때부터 갈비를 굽기 시작하니까 냄새와 연기가 진동한다. 뒷마당과 온 동네에 퍼지는 불고기 굽는 냄새는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냄새일 것이다. 여태껏 잠잠히 묶여만 있던 우리 개 “몰라”가 손님도 오고 또 갈비굽는 냄새를 참지 못해서 짖기 시작한다. 저녁 식사를 뒷뜰에서 상을 피고 식사를 하니 “몰라”는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눈앞에 두고 어찌할 줄 모른다.

고기를 계속 구면서 처음 도착한 인디안 교인과 대화를 나눈다. 항상 하는 대로 같이 그에게 무슨 부족이냐고 물어보니까 자신은 Dakota의 Sioux 란다. 얼마전 잃은 책 “Bury my heart at Wounded Knee”에서 나오는 부족이고 지역이라 더욱 호기심이 가서 자세히 그의 배경을 물어본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부모님들이 강제로 캘리포니아로 이전 당한 이야기 등을 전해준다. 이 분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하면 감싸줄 수 있나 생각하며 계속 갈비를 굽는다.

다음에는 안면이 있는 Navajo 부족의 교인이 들어오면서 나에게 농담을 걸어온다. “냄새가 아주 좋은데 무슨고기야? 혹시 너희 한국사람들이 즐겨먹는 개고기 아냐?”라고 물어본다. 그것도 손님 대접하느라고 정신없이 짖어대는 “몰라”를 가르키며 크게 웃는다. 나도 질세랴 “응 막 짖는 ‘몰라’도 저 녀석도 너무 시끄럽게 짖으니까 만약 고기가 모자라면 더 구워야 되면 써야지”라고 받아 넘겼다. 사실 인디안들과는 지난 수 년간 예배도 같이 드리고 식사도 거의 매주 같이 나누다 보니 상당히 친해져 있기에 별의별 말들을 다하고 지내는 사이다. 당연히 우리 한국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는다는 내용의 대화도 있었다. 이처럼 농담을 주고받으며 고기를 굽는데 처음에 도착한 교인이 불쑥 나서면서 하는 말이 “나도 어렸을 때는 개고기를 많이 먹어봤어”라고 하는 것이다. 남들이 먹는 것을 봤다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개고기를 자주 먹었고 또한 요즘에도 Sioux는 행사 때에 맞추어서 개고기를 먹는다고 자세히 설명을 한다. 이 대화에 다른 분들이 껴드는데도 상관없이 자신의 부족은 개를 통째로 익혀서 머리부분을 떼어내는 것은 용사들(Warrior)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란다. 자신은 너무 어려서 그것은 못해보고 그저 개고기만 먹었다고 한다.

오가는 대화를 듣던 좀 늦게 도착한 교인한 분은 자신의 부족은 아직 정부로부터 인준을 받지 못 했지만 2000여 명의 멤버가 있다고 하면서 자기들도 옛날에는 개고기를 즐겼다고 한다. 대화가 한 동안은 개고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가 갈비가 모두 구어지고 식사 감사기도를 하기위해 중단되었다. 식사가 시작되고 2시간 정도 모든 음식을 다 먹어치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 자신이 개고기를 많이 먹었다는 교인과 더 친근감 있게 대화하는 것을 감지했다. 그리고 그 분도 나와 전에는 말 한마디 없이 지내던 분이 개고기 때문에 터진 관계를 만끽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분들이 모두 집에 돌아가고 난 후 청소를 하면서 오늘 나누었던 교제를 생각해 본다. 손님 중 몇 분은 오늘 전까지는 거의 말 한마디 없이 지내던 사이였는데 음식 (개고기)때문에 시작된 대화가 발전 되어서 그분들의 아픈 과거의 상처까지 내 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또한 다음에 이 분들을 교회에서 뵐 때 아마도 상당히 가까워진 관계가 될 것이다. 우리 한국말(한자) 중에 식구-食口 라는 설명을 들은 기억이 난다. 먹을 “식”자에 입 “구”, 즉 한 구멍에서 먹는다는 설명이었다.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요즘 시대에 아주 적합한 가르침 같다. 한국에서는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옆 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지내는 요즘 생활이다. 교회에서도 같은 하나님을 믿고 말로는 형제, 자매하면서도 진지한 대화는 고사하고 그분들의 이름조차도 모르고 지내는 형편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신학적 고등방법이 있겠지만 나 같은 사람한테는 그저 음식이 최고인 것 같다. 그냥 그들과 식구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식구라는 단어는 내 사업체에서도 쓸 수 있기에, 그냥 가족이란 단어에 비해서 다목적용이어서 좋다.

음식을 통해서 친해지는 관계, 이것은 과히 새로운 방법은 아니다. 성경에도 보면 예수님도 제자들과 친해지는 과정상 같은 밥솥에서 드셨고, 또한 형편에 따라서는 수천 명과 함께 교제를 하고자 빵 몇 개와 물고기 몇 마리를 가지시고 축사를 하신 다음 기적적으로 다 먹게 하셨다.

이러한 방법을 나름대로 정리를 하다보니 사실 내 경험만 뒤 돌아봐도 CBMC의 가델, 알파, 그리고 구역예배 등등 모든 사역들이 음식과 교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을 알면서도 사실 힘들고, 시간들고 또 돈까지도 드니까 비켜가려고 해서 그렇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상의 대인관계의 비결이다. 사실 개고기를 나눌수 있다면 엄청난 수의 친구를 만들 수 있겠지만 이것은 조금 오바 하는 것이고 그냥 엘크고기, 멧돼지고기, 사슴고기, 전복, 물고기 등을 동원해서 친분을 쌓아야겠다.

할수 없이 핑계김에 열심히 사냥이랑 낚시 다녀야겠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