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족보

 

우리 몰라를 집에 데리고 올 때 따라 온 서류 중 AKC American Kennel Club 에서 발부한 개 족보 Certificate of Pedigree 가 있다. 이것을 보며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우리 가족이 내용이 담겨있는 경주 이씨 국당공파 족보 총판과 우리식구 위주의 부분쪽을 내 딴에는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이사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민 올 때 갖춘 서류 중 주민등록 초본 그리고 재학증명서 등등 지금은 아무 쓸모 없는 서류들을 정리하면서 훑어 본 기억이 난다.

 

이 족보가 있는 개는 $600-$2,000 값어치가 있고, 족보가 없는 개는 공짜다. 옛날로 돌아가면 고구려 혹 신라 시대 때는 노비가 평민이 되려면 쌀을 3,000석 바쳐야 족보를 가질 수 있었다.

 

이렇게 값어치 있는 족보지만 사실 요즘 너무나도 가짜가 많이 나돌기 때문에 진짜 값어치를 못한다. 한국 역사에 노비가 자신의 신분을 바꾸기가 상당히 어려웠지만 시대에 따라서 값은 자주 바뀐다. 예로 임진왜란 때 정부가 너무 쪼들리는 살림을 하면서 노비들을 쌀 15석에 신분을 바꿔 주었다. 그리고 한국 동란을 계기로 신분제도가 완전히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렇다 보니 평상시 대화 중 이 양반, 저 양반 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국민의 30%정도가 노비였고 나머지 대부분이 평민이고 진짜 양반은 많아야 국민의 10-20%에 머무르던 것을 계산해 보면 사실 양반이란 타이틀은 아주 조심해서 써야 될 것이 지금은 너무 막 쓰여진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진짜 양반은 정말로 나라를 위해서 위대한 일을 하거나 나라에서 집행하는 과거에 입시해서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에게만 주는 호칭이었다. 이 호칭을 자손들에게도 물려 줄 수있는 것이지만 그후 가문에 7대 내에 다시 과거에 붙던지 커다란 공을 다시 세우지 못 할 경우 양반의 위치가 깎이게 된다. 왕족 집안도 역시 7세대까지 다시 자신들의 가치를 재 증명 못하면 밑으로 떨어지게 되어있다. 전통이 풍부한 유럽 서양문화에서도 GENTLEMAN-신사 라는 호칭은 아무나 못쓰게 되어있다. 진정한 신사는 가문에 땅에 넉넉히 있어서 자신이 직접 일을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자산이 있어야 되고 또한 나라에서 공적으로 내려준 호가 있을 때 진짜 신사인 것이다. 당연히 LADY-숙녀라는 단어도 같은 계열의 호칭이다.

 

평상시 불리는 양반 혹은 신사라는 명칭이 너무 보편화 돼다보니 진정한 양반과 신사의 값어치가 떨어진다. 다행히 진짜 양반들과 진짜 신사들은 이러한 엉터리 명칭에 상관없이 양반처럼 살고 신사도를 지키며 살고 있기에 문제가 없다.

 

미국 교회에서는 별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국교회에서는 문제가 되어서 조금씩 고쳐져 가는 과정에 있는 집사 제도를 여기에 연관시켜 본다. 미국 교회에서는 그리고 교회 역사를 볼 때 집사란 호칭은 아주 명예스럽고 상당한 무게가 있는 단어이다. 단어 자체는 종, 하인, 대리인 등 여러 가지로 있지만 성경에서 설명된 집사는 남의 모범이 되고 모든 봉사에 앞장서고 불우한 자들을 솔선수범으로 자신의 재산을 털어서라도 행하는 자로 이해된다. 이러한 거룩한 집사라는 호칭이 대부분 교회에서 아직도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유독 한국 교회에서는 집사라는 호칭이 그저 교회에 1년이상 나온 사람, 헌금 정기적으로 내는 사람 그리고 별 다른 호칭 (, 의사, 선생, 변호사, 교수, 사장)이 없는 사람들의 이름에 붙여 부르기 좋은 호칭으로 타락했다. 그렇기에 아무개 집사 하면 대단한 의미가 없다. 사실 원래의 뜻은 아주 존경하고 높여서 부르는 호칭이었는데.  교회에서 너무나 남발한 집사호칭을 정리하려는 노력이 그래도 앞을 내다보는 교회에서는 요즘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때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우리 침례교회에서는 없지만 성경에는 확실히 있는 장로제도 또한 비슷한 이슈가 될수 있다. 최소한 장로라는 직함은 목사나 감독수준의 직함이라서 인지 아직도 존경을 받고 남용의 횟수가 집사보다는 훨씬 보장되어 다행이다. 사실 장로나 집사라는 직함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내 나름대로 정리된 기본 조건과 자격이 있다.

- 설교나 성경공부 인도를 목사님 정도 혹은 그 이상으로 할 수 있어야겠다.

- 대표 기도를 하면 듣는 사람의 속이 후련해 질 정도로 화끈한 기도를 해야 한다.

- 돈을 제대로 많이 벌어서 부족함 없이 풍부히, 자주 쓸 수 있어야 한다.

- 사회생활에서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존경 받는 사람이어야 한다.

- 가정과 자녀를 모든 세상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수 있도록 다스려야 된다.

- 교회 봉사 활동에 있어서 정말로 헌신적으로 앞장 서서 나가는 사람. 등등

이 모든 것이 다 조건이고 자격이 아닐지라도 최소한 한가지라도 적용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한가지 적용되는 것을 맡아서 끝까지 잘해 나갈 때에 정말로 진정한 장로며 집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진돗개가 아직도 국제수준에서는 순종으로 인준을 못 받은 이유가 바로 족보가 없고, 있는 족보는 검증이 되지 않은 아무나 발부할 수 있는 종이 조각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우리 집안의 족보도 사실 어느 정도 검증된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아버님 이름이 자 이고 의 돌림이 38대 손 것이고, 39대인 나의 아기 이름은 상범 중 자 돌림이며 40대인 주형과 태형은 자 그리고 은희의 자 돌림이라는 것 외에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우리개 몰라의 족보도 사실 그냥 종이 한 장에 쓰여진 문서다. 이런 족보와 문서 한 장 때문에 내가 누구고 몰라가 누구인지 바뀌지는 않는다. 오직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삶을 살고 내 자식을 어떻게 기르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개가 얼마나 값어치가 있냐는 그 주인이 얼마만큼의 값어치를 두느냐에 딸렸지 족보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다.

 

양반, 신사, 집사 그리고 장로라는 호칭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호칭에 맞게 사는 삶이 중요한 것이다.  호칭을 받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고 내려진 혹은 내려질 호칭에 합당한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하고 헌신할 때 호칭과 족보의 값을 하는 것이다.

 

예수쟁이 Christian 이라는 호칭은 아무나 붙이는 것이 아니고 오직 이 호칭을 위해 목숨과 바꿀 수 있을 때 붙여지는 상당히 부담 가고 값비싼 호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