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 개

항상 개를 주위에 두고 사는 내가 요즘 기르는 개 “몰라”는 래바도라는 사냥터에서 새를 주워 오는 리추리버이다. 한동안은 한국인의 상징인 진돗개를 기를까 생각을 했지만 주위에서 사람을 물어서 안락사를 당하는 안타까움을 목격했기 때문에 내 개는 아주 순하고, 물어도 다치지 않는 개를 찾기로 했다.

주위 사람들이 말하기를 종자에 상관이 없고 그저 주인이 기르기에 따르는 것이기에 아무 개나 데려다가 잘 훈련만 시키면 된다고 한다. 나름대로 개에 대해서는 알만큼 알지만 그래도 돌다리 두드려 건너는 셈 치고 전문가들에게 물어본다. 그들의 대답은 보통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반 상식과는 조금 다르다. 개는 개지 라는 식의 생각은 잡종을 보고 하는 소리고 진짜 순종은 생긴 것과 몸 규격 등이 확실하게 표준화된 것과 같이 그들의 성격과 행동도 붕어빵 식으로 똑 같다고 한다. 이러한 엄연한 사실 위에 각각의 주인들이 훈련을 시켜서 명견을 만든다고 한다.

내 자신이 개를 방목하는 식으로 막 기르며, 훈련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주인 인지라 최소한 개 종자가 순하고 아이들과 함께 기르는데 문제없는 종자로 결정했다. 이러한 조건을 결정하고 나니 몇몇 가지의 종자로 좁혀졌다. 이때 지금의 “몰라”와 만나게 됐다. 우리집에 와서 개훈련 학교를 다니면서 기본 훈련을 받기는 했지만 완전히 천방지축이다. 당연히 주인이 제대로 못 가르친 결과이다. 오히려 이렇게 훈련을 제대로 못 받은 개이기 때문에 종종 진가를 보이는 계기를 맞게 된다.

교회에 여름성경학교가 있어 집에서 걸어서 교회에 개를 데리고 간다. 당연히 어린 아이들이 개를 보고 덤비는데 전혀 싫어하거나 무섭게 굴지를 않는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을 보고 놀자고 하는데 그들의 팔뚝을 입으로 물어서 끌어 당기는데 전혀 아프지 않게 문다. 침을 잔뜩 흘리면서 무섭게 생긴 입으로 아주 상냥하게 무는 것이었다. 또 아이들이 풍선에다 물을 넣어서 던지는 장난을 하면서 “몰라”를 골탕 먹이려고 앞에다 갔다놓고 물어 오란다. 당연히 입에서 퍽하고 터지는 것을 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 때 모든 구경하던 이들이 놀란 것이 입으로 물풍선을 물었는데 터트리지 않을 정도로 살짝 물고 다니는 것이었다. 정말로 신기할 정도의 행동이었다. 이러한 행동을 주인이 훈련시킨 것도 아니고 또 이것을 어떻게 훈련을 시키겠나 그저 그의 DNA 에 박혀있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이것을 검증이라도 하듯이 다른 래바도 주인들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대답이다.

하루는 집에 동생이 자기의 개 Great Dane mix인 “찰리”를 데리고 놀러 왔다. “찰리”는 이번 여름에 주인을 따라 유럽여행을 떠나기 위해 아주 혹독한 훈련을 받아 기차는 물론, 버스 그리고 병원 등 공공 기관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자격증을 받고 그가 입고 다닐 수 있는 멋있는 Vest도 받았다. “몰라”와 함께 막 뛰어 놀다가 우리가 던져준 고기 조각 두 개를 “찰리”가 물기 전에 “몰라”가 다 입에다 물었다. 그것을 본 내가 얼른 “몰라”를 불러서 입에 든 고기를 하나 빼앗았다. 이것을 본 내 동생이 질겁을 한다. “아니 어떻게 입에 든 음식을 빼앗는데 개가 가만히 있냐?”고 전혀 이해가 안 된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개들이 일단 입에 음식이 들어가면 절대로 안 놓는데 레바도는 원래 개종할 때부터 작은 새를 주워와서 주인 앞에 내려 놓아야 하기에 살살 물고 또 입에 주인이 손을 집어 넣어서 꺼내도 당연해 하는 개인 것이었다.

이것을 보면서 기독교 생활에 적용되는 진리를 찾아 보았다. 특별한 하나님의 은혜로 예수를 영접하고 아주 좋은 제자 훈련과 최고의 성경지식을 가진 예수쟁이 1세 분들을 보면서 세상적 사람들과 많이 구별된 것을 본다. 이러한 분들은 어디에 내 놓아도 정말 예수쟁이로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한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않은 순간에 “본성이 들어난다”고 하면 설명이 될지 모르지만 “개 입에 손을 넣어서 먹던 음식을 뺏는” 식의 상황에서 꽉 물어버리는 사건이 터진다. 절대로 그럴 상황이 아닌데 거의 반사적 행동에 의해서 주위에 사람을 놀라게 한다. 이런 경우 기독교인으로서 여러 세대를 지낸 순종 혹은 양반 예수쟁이는 순조롭게 넘어가는 상황을 정기적으로 목격한다.

우리 한국 문화에서도 “며느리를 데려오기 전 친정 엄마를 보면 안다”고 따라서 양반집 규수를 찾는 이유를 연관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큰 아들 주형이를 진학 시킬 대학교를 찾는 과정 중 남가주에 있는 가주침례대학 (Cal. Baptist University)에 견학을 보냈다. 돌아와서 첫마디가 “이 학교에 입학원서를 넣겠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대부분의 학생들이 목사 혹은 집사 자녀들로 기독교 가정과 기독교적 세계관 안에서 성장한 아이들이기에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을 보여주고 싶고 또 다음 세대에 넘겨주기 위한 우리 부부의 계획이 아들의 입장에서도 이해는 물론 검증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를 드린다.

아이들을 가능하면 기독교 계통의 학교를 보내기로 아내와 결정하고 재정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아직껏 계속 실천하고 있다. 마침내 대학까지도 기독교 학교로 결정을 하고 나니 안심과 동시에 한가지 걱정이 앞선다. 대부분의 기독교 대학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평균 결혼 연령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세계관의 친구와 발전되어서 배우자가 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이성 관계이다. 결혼을 일찍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아니고 바로 미국 기독교 대학에 한국 학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한국산 진도개를 원하냐 아니면 외국산 순종 양반 개를 원하냐의 갈등이다. 당연히 한국산 순종, 순한 개가 있다면 금상첨화이지만 아직은 한국에 진정한 의미의 순종 개가 없는 것과 같이 교회는 많지만 진정한 기독교 문화와 세계관이 한국에 완전히 뿌리 내리지 못한 것 또한 어쩔 수 없이 받아드려야 할 사실이다. 때문에 부모로서의 바람은 한인 기독교 배우자가 우선이고 만약 선택이 한인과 기독교인 일 경우 당연히 기독교인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

2006년 7월 14일 Cal. Baptist University 등록일 참석차 호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