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 온 개

찾아온 개

매일 아침 버릇대로 일찍 일어나서 닭들에게 모이를 주고 가꾸는 채소밭에 물을 뿌리고, ‘몰라’에게 밥과 물을 준 후, 공 던지기 몇 번하고… 등등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금요일이었다. 직장에 출근을 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있는데 벼락같은 뉴스가 전해졌다. 아내로부터 온 전화에 ‘몰라’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이날따라 오피스에서는 중요한 프로잭트 때문에 여러 사람과 같이 일하기로 되어있는데 갑자기 개가 없어졌다니 큰 일이었다. 특히 우리 개 ‘몰라’는 좀 멍청한데가 있어서 아무나 잘 따라가고 그저 먹을 것만 있으면 행복하기 때문에 남에게 끌려가기는 아주 쉽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당장 없어진 개를 찾으러 집에 가서 목이 터져라 불렀다. 아무 반응도 없고 기다리다 지친 나는 차를 타고 동네를 여러 바퀴 돌면서 내 특유의 휘파람도 불고 ‘몰라’의 이름을 수도 없이 외치면서 보는 사람마다 길 잃은 개를 봤냐고 물어봤다.

온 동네를 다 누비고 다녀도 ‘몰라’는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사무실로 다시 나와서 혹시 하면서 동물 보호소(Animal shelter)에 전화를 걸어본다. 전화를 걸어 길 잃은 개 혹시 있냐고 물어봤다. 그 쪽에서 개의 색깔과 종자를 물어본다. 흰색깔의 래바도어라고 대답하니 바로 물어보는 것이 순종개 등록이 되어있냐고 다시 물어온다. 처음 ‘몰라’를 데리고 집에 올 때 따라온 서류 중에 등록과 또 컴퓨터 칩을 몸에다 박아 놓은 것을 기억 대로 대답했다. 그들이 잠시동안 전화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니 ‘몰라’를 자기들이 보호하고 있단다. 긴가민가하면서 너무 기쁜 나머지 거기의 주소도 알아보지 않고 전화를 끊고 아내에게 찾아오라고 부탁을 했다. 하루 종일 놀랜 마음이 가라 앉지를 않아서 그날은 공쳤다.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들어서면서 ‘몰라’를 불러본다. 막 뛰어 오는 그의 표정에는 조금은 미안한 감이 도는 것 같았다. 앞에 불러 놓고 알아듣든지 못 알아 듣든지 한참 야단을 쳤다. 아내는 개가 구치소에 갇혀있는 모습이 조금은 안되었다고 전해주면서 종이 쪽지를 하나 넘겨준다. 내용을 보니 집에서 얼마 가지도 못하고 잡혀서 구치소에서 사진(Mug Shot)을 찍히고 또 자신의 목 밑에 있는 컴퓨터 칩에 저장되있는 고유넘버를 읽히고 등 그 외에 다른 자료들이 써 있었다.

‘몰라’가 아무리 멍청하고 천방지축이라 하여도 상당히 집에 오고 싶었을 것이다. 동물 경찰에게 잡히지 않았으면 집이 과히 멀지 않았기에 아마도 혼자 “찾아온 개”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구치소에 갇히게 된 후에는 주인인 내가 수소문하고 전화로 찾은 후 아내가 구치소까지 가서 벌금을 내고 주인이 “찾아온 개”가 된 것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영리한 개라도 일단 잡힌 후에는 꼼짝 못하고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혼자 “찾아온 개”가 됐으면 아무런 탈없이 넘어갈 것을 주인이 “찾아온 개”가 되니까 얻어 터지지는 않았지만 야단도 맞고 구박도 받는다. 그런데 나도 참 한심한 것이 일단 ‘몰라’가 돌아온 것 자체가 좋아서 야단을 치면서도 과자를 주고 며칠 동안은 특별한 관심을 쏟아 주었다.

우리가 건물 뿐이 아닌 예수님 품의 상징적 고향인 교회에 자진해서 “찾아온 교인”인지 아니면 주님이 “찾아온 교인”이 될지는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나는 대학교 시절 영어 숙제를 하다가 예수를 믿게 됐다고 떠들었는데 뒤돌아보니 사이사이에 누군가는 나를 찾아와서 초청을 했다. 사실 고등학교 때에 예수를 믿지는 않았어도 교회는 빠지지 않고 다녔고 예수를 만났을 당시에도 교회는 다니고 있었다. 아마도 계속 교회를 다니고 있었으니 쉽게 진정한 교회로 향한 길을 찾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수를 믿은지 거의 30여 년이 되는 요즘 돌아다보니 그때에도 벌써 예수께서 나를 찾아 오셔서 나를 이끌었기에 내가 교회를 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예정론 아니면 자유의지론들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나에게는 이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교회를 찾았던, 예수가 나를 찾아 오셔서 교회를 찾게 했건, 진짜 중요한 것은 지금 예수와 같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께서도 나와의 교제를 즐기신다는 것이다.

내가 예수를 처음 믿을 때만 해도 나름대로 나는 자유로운 몸이었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교회를 찾을 수 있었고 내가 싫으면 교회를 등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한 좋은 조건이 항상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좀 철이 들면서 깨우쳐간다. 내 주위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상황이라는 구치소에 갇혀서 산다. 먹고살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 결혼이라는 조직에 붙잡힐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조건으로 인해서 예수와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이다. 절대로 내 힘으로써는 뚫고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방법은 예수가 보내준 기회가 찾아와서 나를 풀어주고 교회로 인도해 줄 때가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진해서 교회를 찾아오면 거의 아무런 사건없이 그냥 지나간다. 그런데 일단 사고를 치고 구치소에 갇히는 식으로 어떤한 사고나 사건이 구실이 되어서 예수가 직접 혹은 누구를 시켜서 찾아왔다는 것은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 내가 붙잡히는 부자유스러운 즉 자유의지가 아닌 타의로 교회를 찾아오는 것이다. 이때 타의로 움직이는 과정이 많은 사람들이 잘 표현이 되지는 않으나 그냥 “시련”이라 부른다. 내가 내 발로 되돌아 올 것 아니니까 할수 없이 억지로 시련을 겪게 하며 일단 안전하게 붙잡아 놓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이다.

‘몰라’가 집을 나가서 돌아 다닐 때 큰 길가에 빠른 차들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언제 차에 치일지 모르는 것이다. 특히 ‘몰라’처럼 멍청한 개는 차가 자신을 치면 다친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아둔하다. 그러니 얼마나 동물 경찰에 잡힌 것이 다행인지… 사람들이 시험을 통해서 예수를 믿었다는 간증을 많이 들었다. 이 분들이 정말 이때 시련으로 인하여 구치소에 갇히는 과정이 그들의 생명을 구했다는 사실을 정말 아는지. 어떻게 보면 우리 인간들이 ‘몰라’보다 그다지 똑똑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