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병 난 개
4/15/2009
내가 관련이 돼 있는
CBMC라는 선교단체에서 모임이 있었다. 모임 전 날 주 캐나다와 미국 전역에서 모인 멤버들이 팀 빌딩
하기 위하여 Mercy Springs 온천에 가서 쉬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집에서 급하게 전화가 왔다. 집에 기르는 ‘몰라’가 눈병이 나서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전하는 말이 막내딸 해피는 까딱하면 울기 시작할 것 같으니까 빨리 와서 개를 병원에 데리고 가라는 것이었다. 마음은 급하지만 차에 같이 타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 오신 손님들과는 계속 대화를 나누면서 목적지에 도착하여 저녁식사까지 참석을 하고 급하게 부랴부랴 집으로 귀가했다.
집에 도착해서 급하게 ‘몰라’를 부르고 눈을 들여다 보니 자신의 앞발로 너무 비벼서 벌겋게 상기 되어있었다. 나까지 이렇게 안타까워서 안절부절 하다가는 딸에게 야단을 맞을 것 같아 침착하게 아내에게 부탁을 했다. 병원에 데리고 가기 전에 우선
안약을 눈에 넣어보려고 ‘몰라’를 부르니 근처에 와서는 계속 눈을 비비면서 슬슬 피한다. 할 수 없이 과자로 꼬셔서 차고에 끌여 들이고 목에 줄을 매었다. 눈에 안약을 넣으려니까 막 피하고 몸부림을 친다. 억지로 몇 방울 넣고 나니까
금방 온순해 진다. 과자를
하나 더 주고 풀어 주었다.
막내딸 해피는
벌써 어느 가축병원이 일찍 문을 여는지 찾아서 준비를 해 놓고
사실 조물주가 우리 인간을 만들 때에는 아주 예민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반사작용 혹은 본능을 통해서 눈에 이물질이 들어오려 하면 뇌에 기록이 되어있지 않아도 아주 자연스럽게 감겨지면서 눈동자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자연현상을 극복하여야만 안약도 넣고 콘택트렌즈도 낄 수 있는 것이다. 자연현상을 극복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아주 쉽고 간단한 것
같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주 힘든 일이다.
다행히 이세상에 나 같은 사람뿐만이 아니기에 검안과도 먹고 살고 안약과 콘택트렌즈가 있는 것이다. 아내와 막내 해피가 아침마다 끼우는 것을 보면서 감탄만 연발한다. 그런데 내가 기르는 ‘몰라’도 이 자연현상을 극복하고 부자연스러운 안약을 눈에 넣는 과정을 터득하고
순순히 눈을 나에게 맡기는 것이다.
정말 나는 개만도 못한 주인이 된 것 같다.
오죽하면 개도 자신의 눈이 가려우니까 전날 눈에 넣어준
안약의 효력을 인정하고 가만히 자신의 본능을 자제할까, 정말로 대단하고 똑똑한 ‘몰라’의 주인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 오히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간들이 대단하지도 않은 불편함
혹은 거북한 것을 참지 못하고 좋은 약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내 눈이 정말로 안 보이거나 아파서 내 의지로 혼자 못하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서 강제로라도 안약을 바르든지 렌즈를 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약은 아무리 좋고 특효가 있다 하더라도 일단
환자가 약발을 안 받기로 결정을 하면 어떠한 이론도 안 통하고 강제로 하려고 힘을 드려도 절대 받아들여 질 수 없는 약이 있다. 바로 구약과 신약이다. 이 약을 통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평안을 얻고, 새로운 삶을 누리며 극한 경우에는 생명과 직결되어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선사하는
만병통치약이다.
그런데 아주 보편적인 이 명약을 왜 사람들이 거절하나?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한 이론이
있겠지만 아직도 확실한 결론은 없는 것 같다.
그저 대부분 사람들이 이 명약을 복용해도 여기에 따르는 전제조건이 싫어서일 수도 있고,
복용하는 동안에 필수조건도 못 마땅하고, 아니면 복용 후 곧 지시대로 삶의 패턴이 바뀌어야
하는 것 조차도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이 만병통치약의 가격이 참 애매하다. 어떤 이에게는 완전히 공짜인 반면, 일정한 사람들에게는 소유한 재산은 물론 모든 것을 희생해야만 겨우 구입할 수 있는 아주 높은 가격표가 따라온다.
약값이 얼마인가를 따지기 전에 일단 약을 바르거나 복용해
봤을 때 좋은 효과를 얻었으면 하찮은 개도 더 해달라고 오는데 어떻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만병통치 약도 정당한 이유도 없이 거부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