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탕견 (Prodigal Dog)

 

새 집에 이사하고 1-2주일 지난 뒤였다.  인디안 사역지인 아리조나에 가는 도중인데 전화에 메시지가 있어서 들어보니 집 옆에 있는 국민학교 선생님 한 분이 전화를 주셨다. 학교 마당에 아이들이 많은데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있어서 붙잡아 학교 사무실에 가두어 놨다는 메세지다. 개를 집에 데려 올 때 목걸이에다 내 전화번호와 개 이름(Mola Yi)을 새겨 놓은 것을 선생님이 봤던 것이다. 덜컹 겁이 났다. 만약에 몰라가 아이들을 물었으면 어떻게 하나?, 학교 사무실에 기물들을 파괴하면 보상을 해주어야 하나? 등등 급한 마음으로 집에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집에 없었다.

사실 며칠 전에도 개가 집을 나가서 아이들 셋이 모두다 개를 찾으러 온 동내를 헤맨 경험이 있기에 속으로 다짐 한다. 이 개를 단단히 혼내서 다시는 집밖에 나가지 못하게 해야지. 집 담을 다시 한번 점검해서 절대로 못 빠져나가게 해야지 등등. 잠시 후 집에 전화를 거니까 아내가 받는다. 급하게 아내에게 빨리 옆에 있는 학교에 가보라고 난리를 친다. 아내도 자기도 지금 개가 없어진 것을 알아서 찾는 중이라고. 이렇게 전화로 막 대화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아내가 다시 전화를 해 준다고 하면서 급하게 끊었다.

 

잠시 후 아내의 전화를 받는데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걱정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생기가 넘치고 재미있어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였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초인종 소리를 듣고 앞문을 열어보니 몰라가 서 있었다. 목거리에는 임시로 잡아 맨 밧줄이 묶여 있었고 그 뒤에는 옆에 있는 국민학교 선생님이 서 있었다. 선생이 설명해 주기를 혹시 개가 집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목에다 임시로 끈을 묶어서 사무실 밖으로 내놓은 후 개가 가는 데로 좆아 온 것이라고.  하도 멍청하게 굴고 아직도 강아지의 얼굴인 몰라알아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이 사실을 전화로 받고 나는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하루 종일 만나는 사람들과 전화로 통화하는 누구에게나 똑똑한 몰라 자랑 하느라고 정신 없이 지냈다.

 

집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개를 붙잡아 알아 듣지도 못하는 개에게 칭찬을 해주고 특별히 맛있는 과자와 뼈다귀 등 아주 최고의 개가 되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성경에 써있는 돌아온 탕자에 대해서 새로운 깨우침을 얻었다. 단 아무리 돌아온 개가 신기하고 착하고 귀여워도 그리고 집에서 기다리다 돌아온 이 탕견을 맞이 할 때에 기쁨이 아무리 크다 하여도 주님이 우리를 기다리는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을까?

 

이 야단 법석을 통하여 조금이라도 돌아온 자의 기쁨을 느꼈다.  그러나 이 정신 없는 개 몰라를 통하여서 배우는 것은 그때 잠깐 동안의 기쁨보다 훨씬 더 큰 기쁨과 이 것을 매일매일 반복하여서 즐기게 해주는 그의 행동에 대해서 쓰고 싶다.

 

어느 개나 마찬가지로 안다.  개들은 주인이 집에 돌아올 때 너무나도 반갑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어떤 개들은 오줌을 질질 싸면서 돌아온 주인을 반겨 준다. 억지고 시켜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개들이 귀여움 받으려고 연극하는 것도 아니고 이들은 정말로 주인이 반가운 것이다. 이 반가움이 꼭 출장을 며칠 동안 갔다 온 것도 아니고 아침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온 주인을 꼭 남북 이산가족 만난 상황처럼 만들어 버린다.  좀더 자세히 보니까 시간 차이도 별로 나지도 않은 잠시 자신의 눈에 안보이다가 다시 보이면 똑같이 정신 없이 반기는 것이다.  이것은 누가 시키는 것도 절대 아니고 그냥 그들에 근성인 것이다. 왜 개들이 사람들에게 최고의 친구라 불리는지 감이 잡힌다.

 

몰라가 나를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탕자인 것처럼 아주 반갑게 반겨 줄 때 그리고 자신의 잠자리에 가서 먹다 남은 뼈다귀와 자신의 장난감들을 물고 와서 내 앞에 놓고는 선심을 써 가면서 반겨 줄 때 정말 내 자신이 나를 볼 때도 한심 할 정도로 개가 귀엽다.

 

수 년 전 우리 교회에서 목사님과 안수 집사님들 간에 갈등이 폭발하여서 깨지는 과정상 교인들도 뿔뿔이 흩어지다 보니 요즘에는 안 보이시는 김 장로님 한 분이 계시다.  그분을 처음 뵈었을 때 이상 할 정도로 그분은 자상하게 열심히 인사를 하시고 또 인사 말씀 중 항상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수고 하십니다, 반갑습니다 등등 격려와 사랑의 말씀이 꽉 차신 분이었다.  보는 사람들에게 모두 너무나도 반갑게 인사를 하시는 것을 볼 때 처음에는 왜 저렇게 정신 없이 억지로 인사를 하고 다니시나? 하던 눈빛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해가 되고 그분이 진심으로 인사와 격려를 하시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이고 요즘에는 그분을 못 뵈다 보니 조금은 섭섭한 때도 있다. 교회에 가도 보는 사람들끼리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는 식으로 대충대충 지나다 보니 교회 생활이 담담해 진다.  교인 수가 전에 비해 반도 안 되는 상태에서도 오히려 예전보다 사람들이 멀어져 보인다. 아마도 교인들 끼리 싸우는 과정에서 파편을 잔뜩 맞았나 보다.

 

정신 없는 몰라 개에게 배워야겠다.

사람들을 보면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사람들을 항상 그리워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련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지만 나 자신만이라도 열심히 다른 사람들에게 격려의 말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어야겠다. 혹 그 김 장로님이 우리 교회에 다시 오실지는 모르나 교회 밖에서라도 뵐 기회가 있으면 진심의 감사 말씀을 전해야겠다. 그분에게는 죄송한 표현이지만 김 장로님은 개 같은 장로님 멋있는 장로님이시다. 

대학교 시절 시청률이 상당히 높았던 TV SHOW CHEERS란 방송물의 주제 가사가 생각난다 You wanna go where people know, people are all the same; You wanna go where everybody knows your name 누구든지 각자의 존재를 인정 그리고 반겨주는 곳에 가기를 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