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개

 

한국에서 개를 키울 때는 개밥을 따로 구입하지 않고 식구들이 먹다 남은 것을 먹였다. 우리가 지금 기르는 몰라, 개를 위한 전문점에서 파는 밥을 사다가 먹인다.  먹이를 시간을 정해서 하루에 2번씩 정확한 양을 조절해서 주는 사람도 있고 나 같이 자유롭게 먹으라고 그릇에다 왕창 담아 놓고 개보고 알아서 먹으라고 방목하는 사람도 있다. 웬만한 정상적 개들은 먹을 만큼 알아서 먹기에 과식문제는 없다고 한다.

 

몇 주전 주말은 오래간 만에 집에서 지냈다. 아내도 외출하고 애들도 없기에 뒷마당에 나가서 몰라와 놀았다.  주인을 닮은 개 몰라는 공 던지기 서너 번 하더니만 지친 것인지, 재미없다는 것인지 내가 던진 공을 물어오다가 중간에 내려 놓고 와서 내 옆에 들어 눕는다.  나도 날씨도 좋은 날이니 얼마 전에 새로 공사한 깨끗한 콘크리트 위에 누웠다. 개와 함께 잠시 낮잠을 자다가 부스럭 소리에 깼다.  집 주위에 커다란 소나무들이 많다 보니 그 나무에 사는 다람쥐들이 뒷마당에 까지 내려와서 놀다가 우리 몰라의 밥그릇 속에 들어 앉아서 개밥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옆에 누어서 코까지 골며 자는 몰라를 깨웠다.  뛰어가서 다람쥐를 잡는 광경을 목격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내 기대를 채워주지는 못할 망정 몰라는 천천히 일어나서 가더니만 물만 조금 마시고 다시 돌아와서 내 옆에 눕는다. 한심하기도 하고 이 개가 정말 뭘 몰라도 상당히 모르는지 자신의 밥을 다람쥐가 먹어 상관없이 자신의 것도 챙길 줄 모르는 바보스럽게 보이는  몰라를 쳐다보았다. 개는 그렇다 치고 간이 커다란 다람쥐 또한 신기하였다. 어떻게 개밥을 훔쳐먹나?

 

이 광경을 목격 한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찰하였다. 정기적으로 다람쥐가 내려와서 개밥을 먹는다. 자신의 밥도 지키지 못하는 개의 주인으로써 B.B. 공기총을 가지고 이 다람쥐들로부터 개밥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사하고 몇 달 동안은 지붕에 뛰어다니는 이 다람쥐들 때문에 잠을 설친 분풀이도 할 겸 또 사격 연습 삼아 개밥 보초를 섰다.  한국말 중에 먹는 개는 건드리지 말라고 배워서 개가 음식에 상당한 욕심이 있는 것으로 넘겨 집었는데 사실 이것이 자신이 배가 채워 질 때까지이고 일단 자신이 배 부르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방목 스타일로 기르는 우리 몰라는 일단 자신의 필요가 충족만 되면 다람쥐건 고양이건 누가 옆에 와서 자기의 음식과 물을 먹고 마셔도 상관을 않는 것이었다.

 

이러한 개를 가진 주인이 개로부터 한 수 가르침 받는 계기가 생겼다.  내가 성경을 읽는 중 룻기를 읽게 되었다. 한 여자가 시집을 갔으나 남편이 죽고 시동생들 마저 다 죽고 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자신의 친정과 생이별을 하고 다른 나라로 이민을 와서 제일 처음 찾은 직장이 바로 밭 농사를 추수하고 지나간 뒤를 좇아 다니며 찌꺼기를 모아서 생활하는 일이었다.  당시 풍습이, 일단 추수를 하고 지나간 자리에 떨어진 것은 다시 줍지 않고 지나가는 나그네와 꼭 필요한 사람들이 먹고 살수 있게 하기 위하여 흘리고 사는 나름대로의 사회제도가 있었다. 이러한 제도에 의해 생활을 유지하던 며느리 룻과 시어머니 나오미가 동내 유지인 먼 친척의 도움으로 나중에 다윗 왕의 선조가 되는 구절을 읽었다.

 

이러한 글을 읽으면서 요즘 세상을 둘러본다. 부자면 부자일수록 절약을 실천한다는 명목으로 너무 짜게 산다. 주위의 친척과 또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그들이 부스러기라도 먹고 살려 할 때 그것마저 빼앗아서 자신의 재산을 늘린다.  그러나 다른 방향에서 보면 이렇게 짜게 살아야만 부자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내 자신과 직속가족이 힘든 것은 본체만체 하면서 내 직원과 남들의 필요에 먼저 신경을 쓰기에 내 재산 모우기가 쉽지는 않다.  때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기에 내 자신이 부자가 못 되는 핑계를 여기에 두고 싶지 않다. 그저 돈을 버는 일은 위에서 내려주는 달란트와 피눈물 나는 희생과 노력이 항상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 진짜 부자는 절약을 하되 남들의 것을 빼앗아서가 아니고 자신이 생산하고 개발한 것이므로 성경의 부자 보아즈처럼 필요 할 때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는 주저없이 주위의 사람들을 충분히 돕는다. 다행히도 내 주위에는 짠돌이 부자들이 꽤 있지만 그래도 진짜 부자들도 많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다짐한다, 하루 빨리 제대로 부자가 되어야지 필요할 때 한 푼 두 푼이 아닌 왕창 돈을 풀어서 남들을 도울 수 있다고. 내 자신이 필요할 때는 모든 것을 절약하고 남들과 나누지도 않고 절대로 낭비하지 않으나 내 필요가 충족된 후에는 아주 풍요하게 남들에게 자선을 베푸는 몰라 정말 멋있는 부자 개이다.

 

부자?

부자란, 돈에 지배당하지 않고 단지 의식주 해결의 차원을 넘어 현대문명의 각종 혜택을 누리며 여유와 풍요속에 인간다운 품위를 유지하면서 양질의 삶을 위하는 인생이라 하겠습니다.

부자란, 스스로 절제하는 삶을 살고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진 것을 나누면서 사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부자란, , , 성숙한 인격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사람입니다.

부자란, 마음이 넉넉하고 여유로운 사람, 나보다 남을 세워주는 사람,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입니다.

부자란, 단지 물질적인 외에도 성공과 행복,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누리며 사는 사람입니다.

부자란, 행복으로 가는 기회이자 가능성인 부를 가치있게 행사할 아는 사람입니다.

부자란, 돈을 많이 가진 자가 아니라 돈을 좋은 곳에 만족하며 사용할 아는 그런 사람이 바로 진정한 부자입니다.    - 작가 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