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개

통계에 의하면 5월의 어머니날과 관련된 선물, 전화, 꽃 등이 6월의 아버지날과 비교해서 상대가 안 될 정도로 많다고 한다. 반면에 아버지날은 연장해서 같은 주 금요일은 TYDTWD날이 붙어 준다. 작년에는 미국 전역에서 2만여 기업과 단체들이 호응을 했다. 나도 올해에는 TYDTWD (Take Your Dog To Work Day – 개를 오피스에 데리고 오는 날)를 잊지 않고 “몰라”를 오피스에 데리고 오려고 했지만 깜빡했다. 전날 “몰라”는 알아듣지 못해도 내가 사무실에 데리고 간다고 약속만 하고 지키지 못했기에 미안한 마음으로 저녁에 개 집 옆에다 등산용 자리를 피고 개와 대화를 나누며 밤을 지냈다. (당연히 아내에게 허락 받고)

이날은 당연히 국경일도 아니고 그저 장사꾼들이 만들어 낸 날이다. 원래는 Take Your Daughter To Work Day로 시작된 것을 영국에서 1996년 미국에서는 1999년부터 공식적으로 개를 출근시키는 날로 선전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역사 초기에는 여자들에게는 투표권이 없었고 당연히 재산 소유권도 없었다. 때문에 재산과 사업체는 아들들이 상속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아들이 없는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하려고 아니면 딸에게 사업체를 물려 주면 오히려 아들보다 나으니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딸들과의 관계를 개선을 도모하려는 전국적 연중행사가 있다. 내 자신이 처음으로 “딸을 사무실에 데리고 오는 날”을 들었을 때 컨설팅 해주는 손님 몇몇이 기억이 났다. 방역회사이다 보니 대부분 남자들이 우글거리는 사업체를 딸들이 맡아 운영을 하면서부터 아버지나 할아버지 때보다 매상을 10배 이상 크게 확장시킨 케이스가 내가 직접 목격한 것이 여러 개 된다. 이렇듯 여자(딸)에게 사업을 물려주기 첫걸음으로 TYDTWD에 동의한다. 24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내 주위를 돌아볼 때 결코 남자가 여자보다 사업을 잘 한다는 증거는 찾을 수가 없다.

우리 한국도 아직까지는 아들에게 물려주는 사업체가 대부분이다. 혹 딸만 있는 분들은 자신의 딸보다도 대신 사업체를 물려 받을 데릴사위를 선호하기도 한다. 아들에게 물려주건 딸에게 물려주건 혹은 데릴사위에게 물려주든 온전한 사업체를 자식들을 통해서 계승한다는 것은 권장 할만한 풍습이다. 단 이것이 손님들에게 이익을 주고 또한 직원들과 주주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전제로 할 때다. 이처럼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따른다. 이것을 얼마만큼 준비하고 있는냐에 따라서 “지금 내가 회사를 얼마나 잘 운영하고 있나?”를 측정하는 기회가 된다.

한국사정은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떠났기에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미국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이민1세로서 무조건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긴 근무시간은 겁내지 않고, 따라오는 위험한 악조건도 감수하며, 때에 따라 불법이민자를 직원으로 맘대로 쓰고, 또한 세금포탈도 겁없이 현찰박치기로 풀어간다. 여기에 대표적인 사업체가 식당, 세탁소, 후리마켓 등등이 있다. 그런데 모두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자식들에게는 절대로 물려주지 못한다”고 공공연히 선포한다. 그래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못할 사업체를 통해서 집 몇 채, 자식들에게 필요한 모든 교육, 그리고 Benz를 타고 근처에 골프장과 컨트리 클럽에는 단골이면서 왜 자식들에게는 돈 잘 버는 탄탄한 사업체를 넘기지 못하는가? 그것도 특히 딸에게는 왜 넘기지 못하는가?

세계 어디를 가도 부모가 하던 일을 자식이 물려 받아 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검증 받고 또한 장려 받을만한 풍습이다. 단 우리 한국사람들에게는 깊이 박힌 사실은 하다 못해 목사직이라도 멋있는 자리는 꽁수를 써서라도 물려주지만 구멍가게, 식당, 구두수선, 세탁소 등등 좀 멋없는 사업은 별로이다. 이것이 한국인들이 풀어야 될 커다란 숙제이다. 사실 사업 직종에 귀천이 없건만, 성서적으로도 전혀 하자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종사하는 노동직 (특히 Blue Collar)분들이 자식에게 물려 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망의 대상은 변호사, 계리사, 의사 등등 “사”자 들어가는 고수익의 전문직 만을 고집한다.

왜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현직에 만족하지 못하나? 특히 신앙심이 두터우신 분들은 자식을 꼭 목사로 기르려고도 한다. 사실 먹고 사는 필요 충족을 넘어 사역으로 볼 때도 결코 전문직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단 맹목적인 전문직이 갈망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구멍가게 혹은 세탁소 등의 노동업을 장인 정신을 가지고 운영하면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고 떳떳하게 사역하고, 많은 손님들을 상대로 전도하고, 직원들을 무한히 돕고, 자녀교육도 확실히 시키면서 때에 따라서 해외/국내 선교에도 종종 참석할 수 있는 천직인 것이다.

모든 사업체를 투명하고 완고하게 만들어서 꼭 자식들에게만 물려 주고자 계획하는 것이 아니다. 혹 자식이 맡아서 운영하면 하자도 없고 해가 돌아오지 않게 해야 한다. 즉 “주에게 하듯이...” 제대로 운영을 할 수 있으면 최상의 조건이 될것 같다. 내 사업장에 예수가 직접 사장으로 들어와서 운영을 해도 될 정도로 투명하고, 법적이고, 원칙대로 직원관리 그리고 현금거래 등을 할 수 있다면 최고의 모범 사업체가 될 것이다. 이것이 전문직 사업체이든 노동직 사업체이건 전혀 상관없이 딸에게도 자랑스럽게 물려주어 그 딸이 지금 내가 운영하는 수준을 몇 배 능가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의 꿈을 펼칠 수가 있다.

다시 한번 정리한다. 내 사업체에;

아직도 불투명한 부분이 있나? 아니면 남에게 보여주지 못할 부분이 있나? 왜 내 자식에게 물려주기를 원하지 않나? 이러한 질문들이 해결 됐을 때, 아들 혹은 딸에게 물려 줄 수 있는 사업체가 되는 것은 물론 언제라도 때가 되어서 주님이 부를 때에 지체하지 않고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사업계획서를 써놓고 마지막 검토와 조언을 아이들에게 받는다. 한발짝 더 나아가 내년 여름방학 때부터는 지금 대학생인 큰아들 주형이를 내 사업체에다 직접 관련된 훈련을 시켜야겠다. 그리고 막내딸 해피에게도 내 사업에 대한 꿈을 나누기 시작해야겠다. 내년에도 다시 올 아버지날 바로 뒤에 오는 TYDTWD날을 잊지 말고 제대로 준수 해야겠다. – 아마도 “몰라”가 내 기억을 상기시켜 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