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개 꼬리

우리 개 “몰라”는 어느 누가 봐도 항상 웃는 얼굴과 막 흔들어대는 꼬리 때문에 무서운 개보다는 다정한 혹은 거의 바보스러울 정도의 개로 인정을 받는다. 사실 대부분의 래브라도(Labrador)들은 똑같은 표정에다 비슷한 꼬리질을 한다. 단 “몰라”가 하는 짓 중 특이한 것이 있다면 아주 기쁠 때는 꼬리를 좌우로 치지 않고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리는 것이다. 그것도 가끔 방향을 바꿔가면서 돌린다. 우리 가족과 “몰라”를 잘 아는 사람들은 “몰라”의 꼬리침을 풍차라고 부른다.

풍차속도도 천천히 돌릴 때도 있고 빨리 돌릴 때도 있다. “몰라”의 꼬리 돌리기 (Tail Spin)을 보면서 단어를 잠시 생각 해 본다.

옛날, 아주 옛날에, 아마도 내가 20대 후반으로 기억난다. 회사일로 산타바바라 카운티 감옥소에 컨설팅해 줄 때다. 짧은 기간동안 자주 비행기를 타고 Burbank(남가주) 비행장에 내려서 차를 빌려서 다시 북쪽으로 약 1시간 반 정도 올라가야 된다. 자주 하다보니 시간 낭비도 있고 또한 재미위주로 사는 내 인생관 때문에 아예 경비행기 조종을 배우면 어떨까? 하고 잠시 배운 적이 있다. 첫 레슨 때 강사가 수아 강조한 것이 바로 추락(Tail Spin)때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엔진이 꺼지거나 잠시 아래위를 분간 못하는 순간에 겁이 나서 조종관을 꽉 붙잡고 어떻게 해보려는 노력 때문에 오히려 추락사고가 난다고 한다. 추락(Tail Spin)때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은 조정관을 완전히 놓아버리는 것이란다. 비행조정 강의를 끝내지도 못하고 경비행기 조종면허는 당연히 받지도 못했다. 또한 당시에 일어난 사건 때문에 지금까지도 비행기 타는 것을 꺼려하며 산다. 그때 얻어들은 강의내용들은 전혀 기억도 나지 않고 필요하지도 않지만 아직도 Tail Spin에 대한 것만은 기억이 난다.

엔지니어들이 경비행기를 디자인할 때 안전성과 연료를 제일 적게드는 방법으로 엔진이 없이 바람을 이용하여 날게 되는 글라이더(Glider)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우선은 비행중 프로펠러를 돌리는 엔진이 꺼지거나 이상이 생겼을 때 차분히 글라이드를 하면서 비상 착륙지를 찾는다. 요즘에도 종종 고속도로상에 경비행기가 비상 착륙하는 경우를 뉴스를 통해서 접한다. 인간들이 처음에 새들이 나는 것을 보면서 인조 날개를 만들어 달기도 하고 발로 밟는 자전거 페달을 이용하여 날개를 치는 스타일 등을 통하여 날기위한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이 모든 노력의 첫걸음은 글라이더였다. 전혀 엔진도 없고 그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람에 의지하여 모든것을 맡기는 것이었다.

이때 강사가 하던 말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이론적으로는 조종관을 놓으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경비행기가 곤두박질(Tail Spin)을 할 때는 기억을 못하고 자신이 급하게 비행기를 조종하려고 더욱더 꽉 조종관을 잡는다고 한다. 때문에 경비행기 조종에 기본 상식이 조종관을 놔주는 것이란다.

기본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위태로운 상태를 맞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꽉 붙잡는 조종관… 이것이야 말로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 본능일 수도 있다. 부부간에 있는 불화 혹은 자식을 키우는데 닥치는 문제점 그리고 교회나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인 관계사이의 마찰 등 모든 이슈들이 경비행기 조종과 흡사하다. 특히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분들에게는 진짜 적합한 케이스다. 하루살이처럼 운영되는 사업체를 내가 어떻게 해보려고 안간힘을 다 쓴다. 어떤분은 표현하시기를 “엄마 젖 빨던 힘까지 다 쓴다”고 한다. 내가 매일 벌어야만 먹고 살수 있는 사업장에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불법적인 것과 비도덕적인 방법도 정 급할 때는 솔깃해지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될 때 정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또한 주위에 이런 위치에 서있는 분들에게 어떤 조언이나 위로의 말을 전해야 될지 캄캄하다.

내 주위에는 CBMC라는 선교단체를 통해서 만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많다. 그들과 속사정을 다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면 어려운 사업도 문제지만 상당수의 회원들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는 과정에 비자관계와 영주권 때문에 시달리는 고통이 예상을 넘는다. 내가 존경하고 아주 모법적 예수쟁이인 미션통신사 도 사장이 요즘 영주권 문제를 1주일 앞두고 금식기도를 하면서 변호사들 마저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임해서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는 말을 털어놓을 때 다시 한번 조종관 내려놓기를 상기한다.

사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사업체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하지 않나? 이것 또한 압박감일 수도 있고 책임감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남편이기 때문에 혹은 가장이기 때문에 아니면 목사이기에, 무엇무엇 담당이기에, 책임자이기에… 너무도 자주 당연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다.

모든 문제를 무책임하게 외면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상황을 제대로 읽어서 정말로 내가 내려 놓아야 될 때를 잘 식별해서 정말로 Let Go할 때 안전 착륙할 수 있는 것이다. 빙글빙글 도는 꼬리 (Tail Spin)가 개꼬리일 때는 그냥 귀엽고 재미있지만 이것이 내가 직면 할 수 있는 추락(Tail Spin)일 때를 예측하면서 우선은 이론을 통해서 잘 기억 해야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구에게나 닥칠 진짜 앞뒤, 아래위를 분간하지 못할 위험한 상황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바람을 가르는 듯한 성령의 힘과 지혜를 의지하여 안전 착륙이 되기를 바란다.

성경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옛부터 성령을 바람으로 묘사한 구절들이 있고, 이러한 성령은 그냥 존재하는것 뿐이 아니고 필요에 따라서 움직임을 조성할 수도 있다. 내일은 조종관을 온전히 내려놓은 도 사장을 위해서 같이 금식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