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감는 개

선천적으로 개들은 물을 싫어한다고 많이 들었기에 “몰라”를 처음 목욕 시킬 때 만반의 준비를 했다. 목에 끈을 묶는다, 그것도 짧게 단단히 묶었다. 물을 차갑게 하면 개가 싫어 할 것을 예상해서 따듯한 (Warm) 물을 준비하고 시작했다. 열심히 몸과 얼굴에 비누칠하고 물을 퍼서 천천히 몸에다 부었다. 개가 싫어하리라 했던 나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뛰기는커녕 개는 완전히 목욕을 즐기는 것이었다. 혹시 싶어 얼굴에도 물을 살짝 뿌려보았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저 개가 발광을 안 하는 것이 고마워서 빨리 끝내려고 서둘렀다. 얼굴에 묻은 비누를 물로 씻으려고 한 바가지 정도를 잔뜩 뿌렸다. 당연히 막 뛸 줄만 알았던 개가 가만히 있는 “몰라”가 이상 했다. 정말로 이 개가 자신의 이름을 따라서 뭘 몰라서 가만히 있나? 할 정도였다.

며칠이 지난 후 기회가 있어 서점에 들러서 찾아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몰라”가 뭘 몰라서가 아니고 이 Labrador (래베도얼) 종자들이 원래 개종되기를 Retriever (주워 오는) 개이었다. 어부들이 배에 실은 물고기를 나르다가 물에 도로 빠지는 고기들을 물에서 건져 배로 돌아오는 일을 시키기 위해서 개종한 개라고. 개털이 짧아서 물이 많이 젖지도 않고 앞발이 유난히도 힘 좋고 넓다. 어깨도 수영을 잘하는 사람처럼 떡 벌어진 것이 다시 보니 완전히 수영개이다. 당연히 물에 들어가서 떨어진 물고기를 주워 와야하니 물을 좋아할 수 밖에, 이렇게 어선에서 쓰던 개들이 수영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을 물어서 가지고 와야 되니 당연히 살살 물어서 고기에 이빨 자국이 나지를 않아야 된다는 것을 배웠기에 항상 살살 문다.

우리 “몰라”도 있지만 아주 유별날 정도로 확실하게 발가락 사이에 물 갈퀴가 있는 개들이 있다. 무전기가 없던 옛날의 어부들이 배와 배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으로 폴추기스물 개( Portuguese Water Dog)라 부르는 이 개는 오리와 같은 물갈퀴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목적이 있는 개들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태어날 때부터 몸에 밴 특성이 있다. 비슷한 특성이 미국 본토 인디언 개 (Native American Indian Dog)에게도 있다. 목적이 꼭 물에서 수영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겨울에 산 속에서 사냥할 때 눈 속으로 발이 빠지지 않도록 물갈퀴 (눈 신발)가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 인간을 만들 때 무턱대고 만든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나름대로 ‘하나님이 필요에 따라서 환경과 조건 또한 주위에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통하여 수정해 가면서 쓰신다’고 믿는다. 아주 외람된 설은 아니지만 나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것을 본다. 하나님이 어떠한 목적을 이루시기 위하여 이 목적에 맞는 조건과 환경 및 장소와 동역자를 마련해 주신다고 믿는다. 이 준비는 태어날 때부터 어느 족속으로 태어나고 성별과 부모의 배경 등등 모든 조건이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이미 준비된 가운데 우리는 태어나고 이 모든 조건을 가지고 마지막 결정권을 개개인에게 맡긴다. 이러한 준비는 꼭 물질적인 것에 한정 되는 것이 아니고 성격과 인격까지도 형성된다.

이 “목적 있는 창조론”을 이해하면 어린아이를 기르는 집에서 사나운 공격용 개를 피할 것이고 가능하면 순하고 혹 물어도 다치지 않는 종류의 개를 선택 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수 년 전 변호사 부부가 기르던 개들이 이웃을 물어서 사망케 했다. 이 결과로 개 주인 두 사람 모두 감옥생활을 치르고 있다. 얼마 전에도 같은 종류의 개들에 의해서 주인의 12살짜리 아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러한 사고가 날 때 마다 여론은 사방팔방으로 뛴다. 개를 기르지 못하게 하자, 주인들을 훈련 시켜야 한다, 개를 기르는 라이센스를 발부하자, 개들로 하여금 새끼를 치지 못하게 하자 등등. 사실 이 개들이 개종된 목적을 알고 거기에 맞추어 개를 선택하면 쉽게 해결 될 것을.

농구 선수를 보면 대부분 6척이 넘는 사람들이다. 이런 간단하고 확실한 사실을 놓고 왈가왈부 좋아하는 분은 “작은 고추가 맵다”등을 고집하면서 키 높이와 농구선수 사이에 관련이 없다고 우긴다. 나는 동의 할 수 없다. 한국에 갔을 때 TV에서 농구경기를 봤는데 키 큰 흑인 선수들이 한국 프로팀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에 프로팀에 한국의 작은 고추선수는 아직 보지 못했다. 반대로 키가 짧은 사람들이 잘하는 기계체조와 숏트랙 스케이트는 항상 아시아계 몸집 작은 이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고 오히려 키가 큰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볼 때 불안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와 같이 모든 일에는 태어날 때 적합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구분된다.

아쉬운 것은 교육 시스템을 돌아 볼 때 주어진 자질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무조건 노력과 연습 위주로 한다. 그렇기에 대학 교육방법도 단순히 돈벌기 위한 직업교육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유명한 사람들의 조언에도 스며있다. 예로 발명 왕 에디슨은 땀과 노력이 99퍼센트라 하였다. 그러나 1퍼센트의 주어진 달란트가 없었던들 과연 에디슨이 발명왕이라 불릴 수 있었을까? 갈렙의 관점에서 볼 때 기독교 세계관은 우리는 태초부터 목적이 있기에 따라서 창조 되었지만 세상의 세계관은 삶에 목적이 조물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조물주가 있다고 하기는 싫으니까) 각자의 노력으로 하루하루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선천적으로 물을 좋아하는 “몰라”를 보며 다시 한번 나의 기질, 나에게 주어진 삶의 목적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