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은 개

4/3/09

얼마 전에 Mike Vicks라는 유명한 미식 축구선수가 불법인 개 싸움을 시키다가 경찰에 걸려서 신문상에 떠들썩하게 며칠 장식한 적이 있다. 어쩌면 슬쩍 넘어갈 뻔했던 사건이었지만 일단 신문에 대서특필로 나오다 보니 애견가들이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결국 그를 감옥소에 보냈다.

그가 오늘 또 한번 신문에 실린다. 감옥에 갈 때만 해도 연봉이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상당한 부자였다. 그런데 그가 오늘 다시 메스컴을 타는 이유는 파산 신청을 했기 때문에 재판을 받는 날이고 그의 지나온 과거와 오늘날의 실정이 공개적으로 밝혀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아무리 써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의 부자였는데 감옥소에서는 청소부로 시간당 겨우 10센트씩 받고 지냈다. 그리고 지금은 집행유예와 자택감금 등의 제한을 받으면서 노무자로 시간당 10달러씩 받으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을 라디오에서 뉴스거리로 읽으면서 아나운서가 뒤에 여론을 빗대어 냉소적으로 살짝 첨가하는 내용인즉 그의 이야기를 영화화 혹은 책으로 쓰기로 해서 벌써 50만 달러에 흥정이 오갔단다. 이러한 뉴스를 출근시간에 차에서 듣다 보니 나에게는 이 축구 선수가 시니컬한 풍자로 ‘매 맞은 개’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법정에서 판사에게 자신의 파산 신청을 받아 줄 것을 요구한다. 정말로 자신이 저지른 개 싸움에 대해서 그리고 그 개들을 총으로 쏴 죽이고, 물속에 빠뜨려 죽게 한 것에 대해서 아주 미안하고 철저히 회개하는 중이란다. 정말 그가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데 모두가 긍휼을 베풀어야만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도 좀 미심쩍은 데가 있다. 왜 앞으로 많은 돈을 벌 사람이 오늘의 빚을 갚지 않기 위해 파산신청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채무자들에게 미안하고 진실로 갚기를 원한다면 몇 개월만 기다려달라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을 파산신청을 함으로써 아예 모든 것을 법적으로 탕감 받으려 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계속 매 맞은 개가 자꾸 생각난다. 개들이 무엇을 잘못해서 얻어 터지면 아주 조용해지고 꼬리를 뒷다리 사이에 껴놓고 눈도 못 맞춘다. 그런데 사실 개들이 자신이 잘못한 것을 이해 해서라기 보다는 그저 얻어 터졌으니까 하는 행동이다. 결코 이것이 개가 회개하고 앞으로 절대 이런 나쁜 짓을 안 한다는 보장은 없다. 만일 여러 번 반복을 하면서 잘못하고 계속 얻어 터지거나 야단을 맞으면 아마도 맞기 싫어서라도 기억을 하고 조심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축구 선수가 만약 파산신청을 했으면서도 자진해서 모든 빚을 나중에라도 갚는다면 당연히 회개하고 진실로 미안한 마음을 액면 그대로 받아드릴 수 있겠다. 그러나 그냥 임기웅변으로 판사 앞에서 빚 몇 푼 탕감을 받으려고 한다면 완전히 무효로 끝난다.

개들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꼬리만 내린다고 회개하며 반성한다고 생각을 하면 큰 오산인 것과 같이, 어느 한 고비를 넘기기 위해 교회에 참석한 분들이 예수를 제대로 믿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커다란 착각이다. 개나 사람이나 야단을 듣고 매를 맞으면 일어나는 반사작용을 잘못 해석할 때에 뉘우치는 것 같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진짜로 회개하는 것 같기도 하다.

30여 년 전, 내가 예수를 믿고 얼마 되지 않아 있던 일이다. 한동안 유명하던 가수가 커다란 시험과 환난을 겪은 후에 예수를 영접한 후에 옛적의 나쁜 버릇을 버리고 제대로 살기로 결정했다는 간증집회가 있었다. 내용은 “자신이 잘나서 막 살아가는데 어느 날 하나님이 모든 길을 막고 오직 신학교에 가게 했다”는 식의 너무 판에 박은 간증이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아멘 하면서 받아드렸다. 문제는 얼마 후에 다시 연예인으로 인기가 오르니까, 자신이 전에 한 간증을 까먹은 것인지 아니면 거짓 간증이었는지,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이 딴짓을 하는 것을 보았다. 당시 주위에 예수를 믿지 않는 친구가 나에게 놀리기라도 하듯, 그 가수가 공개적으로 예수를 부인했다는 말을 들었냐고 물어본다. 은근 슬쩍 긁어보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사건을 통해서 우리를 인도하신다. 그러나 진심으로 반성하며 돌이킨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급하니까 적당히 미안하고 회개한 척을 하는 건지, 최소한 자신까지도 속은 동기가 성서에 비춰볼 때 어떻게 검증될 것인지는 한 번쯤은 짚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