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개 죽음

개의 개죽음

5/29/09

2009년 4월 초에 남가주에 어느 가정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던 Lucy 라는 Weimaraner 강아지 한 마리가 주인의 어린 딸이 실수로 열어둔 문 사이로 나와서 길을 거닐다가 차에 치었다. 사고의 차 운전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지나갔으나 뒤 Lucy, a Weimaraner, was hit by a vehicle near the intersection of Valley Center Road and Chaparral Terrace in Valley Center earlier this month. 에 따라가던 사람들이 차를 정지하고 개를 돕기 위해 가축병원에 데리고 갈지 어떻게 해야 될지 우왕좌왕 하고 있을 때 어느 지나가던 동물을 나름대로 사랑한다는 사람 하나가 여러 사람들이 아무것도 못하고 엉거주춤하는 행실을 나무라며 자신의 차에 가서 망치를 가지고 와서 개를 안락사를 시키기 위해 개의 머리를 치기 시작했다. 여러 번 맞고도 안락은 고사하고 더 괴로워하니 주위 사람들은 더욱더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이다. 드디어 경찰이 와서 죽지도 못하고 괴로워하는 하는 개를 총으로 쏴서 안락사를 시켰다. 정말 개죽음을 당한 개가 된 것이다.

이 기사를 읽고 비참한 개의 개죽음이 자꾸 머리에 떠올라 한동안 괴로움에 시달렸다. 그런데 지난 주 금요일 퇴근길에 라디오에서 대한민국의 전 대통령이 죽었다는 것이다. 옛날에도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미국 방송국이 당시에는 가장 오래된 교회 중에 하나인 우리교회에 와서 인터뷰를 했었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물어보는 질문에 무엇을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러나 특별히 슬프거나 울면서까지 감정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대충 기억나는 것이 오직 나라를 사랑했었던 대통령이었었고 나름대로 자신의 최선을 다했었다는 점을 말한 것 정도였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히 기억 나는 것은 내 인터뷰가 TV에 나왔나 지켜보는데 태극기를 뒤집어 달은 것이 눈에 띄어서 Channel 11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서 설명을 했더니 뉴욕에 있는 ABC 본사에 전화를 하란다. 그래서 영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전화를 걸어서 태극기를 고쳐서 올바로 달으라고 거의 3일 동안 여러 번 요구를 했다. 그때만 해도 작고 가난하기에 아무도 몰라주는 나라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내 나름대로의 울분을 터트린 기억이 난다.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도 나에게는 별로 피부로 느낄 정도의 사건은 아니다. 단 이제는 나도 나이도 들었고 그래도 한국 정치에 관심이 있기에 가끔 한국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서 접했기에 나름대로 의견이 있는지라 조금은 답답하다. 아니 솔직히 모국에 대해서 많이 답답하다. 왜 한 나라의 대통령을 권력에서 물러났다고 씹고 짓누르려야 하나 – 정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은 이국 만리에 떨어져 사는 나에게도 느껴졌다. 우리가 하나 기억을 해야 할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사랑했다는 사실은 인정을 해 주어야 정상이라는 생각이다. 방법과 이념이 나와 좀 다를지라도 한때 그와 동조했었고 또한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었는데.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좀 조심은 하게 된다. 내 자신이 너무나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모르다 보니 그 분이 얼마나 지탄을 받아야 될 분인지는 몰라도 지나치다는 느낌뿐이다. 그렇다고 요즘처럼 분향소를 만들어놓고 많은 분들이 울며불며 할 정도로 좋았던 분이었다면, 이 분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여태껏 어디에 계셨었습니까? 아무리 돌아가신 분이라 하더라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었으며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다. 너무나 감정적으로 한 가지라도 싫으면 무턱대고 욕지거리하면서 데모에 단식투쟁까지 하다가 갑자기 하나라도 다른 방면으로 좋아지거나 불쌍해지면 아예 성인을 묘사하다시피 이세상에 저런 분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떠드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되는 고등학생에게 지금 한국에 상황을 물어보니 아주 재미있는 대답이다. “한국 사람들은 있잖아요 인터넷보고 무조건 우르르 해요. 촛불시위도 그렇고 이것도 그냥 남들이 하니까 같이 하는 거에요”란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도 얼마든지 잘못 보일 여지가 있는 처세들인 것이다.

결론을 낼 수 없는 주제다 보니 결론 보다는 서로를 이해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라도 전해지면 좋겠다. 다시 개죽음을 당한 개의 이야기로 돌아 가보자. 당연히 개가 차에 치었으니 보는 사람들이 모두 마음 아파하고 아쉬워 한다. 그러나 이 개를 붙잡고 울어버려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단호하게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좀 지혜롭게 대처 하려는 사람도 있다. 이것 모두 개를 위해서 한 것이지만 결국은 경찰에 의하여 생명을 마감하는 개를 지켜본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충격이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살을 했다는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고, 여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가 그분의 사인에 대해 이런저런 괴소문이 떠도는데 정말 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답답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