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고기

서양에서는 개의 별 시리우스가 태양과 줄을 서는 때를 가리켜서 개의 날(Dogs Day)라고 한다. 이것을 한국에서는 삼복이라 부르는 7월을 중심으로 한 3개월 정도 아주 더운 때를 가리켜 일컷는다. 이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 한국적 풍습으로 보신탕이 아주 유행이다. 나 자신도 8월 한국방문 중에 보신탕으로 대접을 받아 본 기억이 난다. 이때 지나가는 말로 듣기를 요즘 한국에서는 워낙 보신탕이 많이 팔리다 보니까 개고기 공급이 원만치 않아서 중국에서 개고기를 수입한다고들 한다. 이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중국산 개고기는 한국산 개고기보다 맛이 뒷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한우’ 한국산 쇠고기와 호주산 혹은 미국산 쇠고기의 비교를 들어보았다. 당연히 한우가 맛있다고 우기는 사람들에게 미국산 고급 쇠고기를 한번쯤 권하고 싶다. 당연히 한국까지 가려니 냉동을 거쳐서 장사꾼들이 마진을 남기기 위해서 싸구려 미국산 쇠고기를 한국에다 갔다가 파는것을 최고급 한국산 쇠고기와 비교를 하니 당연히 한국산이 좋을 수밖에… 이것을 가지고 진짜 고급 미국산 고기를 못 먹어 본 분들이 우기시는 것이다.

완전히 subjective한 이슈를 가지고 objective하게 설명을 하려면 사실 끝이 없는 것이다. 중국산 개고기와 한국산 개고기에 같은 양념을 왕창하면 그 맛의 차이를 분별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기는 것이 한국산 개고기가 더 맛이 있단다. 이와 같이 미국산 쇠고기와 한국산 쇠고기의 차이점을 우기시는 분들에게 재미있는 연구를 소개하고 싶다. 2008년도에 들어서 CalTech(CIT)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와인에 대한 연구다. 우선 CalTech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MIT 와 쌍벽을 겨루는 대단한 연구 대학이다. 여기에서 와인을 가지고 다음과 같은 연구를 발표했다. 다섯 잔의 와인 중에 세 잔은 각자 다른 종류의 와인을 담고 두 잔은 같은 종류의 와인을 담아서 시험 맛뵈기를 한 결과의 결론은 똑같은 와인을 앞에 놓고 오직 가격을 하나는 싸구려, 다른 하나는 비싸게 붙이면 항상 비싼 가격을 붙인 와인이 맛이 좋았다는 것이다. 즉 맛에 따라 결정하는 상황에서 가격에 의해서 미리 이것은 맛이 좋으리라는 선입견 내지 편견이 앞선다. 이것을 마케팅 관점에서 아주 과학적인 연구 결과였던 것이다. 이 연구가 한국산 개고기 혹은 쇠고기에 대해서 결정적인 해답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대답은 되는 것 부인할 수 없다.

비슷한 경우가 또 있다. 한국에서 보약중에 가장 중요시 여기는 녹용이 있다. 사냥을 즐기는 나의 취미생활 때문에 노루와 엘크의 녹용 제품에 대해서 좀 알아 보았다. 얼마전 한국에서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녹용문제를 겸해서 설명해 보고 싶다. 한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약이라는 명목으로 엄청난 돈을 들여서 매년 건강을 유지한다. 이중에 가장 최고로 삼는 녹용의 상당한 양이 가짜였다는 사실이다. 원래는 러시아산 시베리아 녹용이 최고라고 하면서 카나다산은 광우병 때문에 아예 수입이 불법화됐고 호주산 녹용도 사실은 약효가 전혀 없기에 한약제로써는 시베리아 산 외에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문제가 한국에서만 사용된 녹용의 수량이 러시아에서 여러 나라에 수출된 전체량보다 많다는 것이다. 즉 누군가가 서류를 조작하여 가짜를 한국에서 속여 넘긴 사례이다. 그것도 지난 20여 년 간이나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가짜 녹용을 먹은 한국인들도 다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멧돼지 사냥을 하면서 제일 많이 부탁을 받는 것이 고기를 달라는 것이 아니고 멧돼지의 쓸개를 얻어 달라는 부탁이다. 교회의 어른들이 부탁을 하니 가끔 대여섯 개씩 가져다가 선심을 쓴다. 여러번 부탁을 받다보니 한방을 하시는 분에게 물어본다. 왜 멧돼지의 쓸개를 원하냐고. 대답이 한방의 전문가도 곰 쓸개 즉 웅담과 멧돼지의 쓸개를 분간 못하고 쓸 수 있다고 설명을 해 주신다. 워낙 분간이 안 되고 가짜가 많이 떠돌아 다니니까 한국 사람들끼리는 곰 웅담은 진짜를 증명하기 위해서 오른쪽 곰 발바닥을 동봉해야만 진짜로 인정한단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멧돼지 혹은 흔해터진 집돼지 쓸개를 웅담으로 생각하며 먹고 병이 나았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플라시보(Placebo Effect) 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엉터리 (어떤 의사는 이것도 완전한 의술이라 주장함) 방법이 범람하는 곳이 의학에서 뿐만 아니라 음식점, 술집에서도 매일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술맛만 좋고 가짜 녹용으로 몸보신 되고 또 가짜 웅담으로 병 낳고 그리고 한국산 쇠고기가 최고고 한국산 개고기가 최고라 치자. 그렇다면 과연 한국산 기독교가 최고인가? 아니면 미국산 기독교가 최고인가? 이것을 가지고 따지는 분들이 우습다.

나는 사실 한글을 읽을 수 있는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미국 사람들과 함께 성경을 읽다보면 정말 발음을 하기 힘든 지역 이름이나 사람 이름이 나온다. 엉거주춤 발음을 하는 미국사람들에게 한국 성경에 써 있는 확실한 발음을 들려주면 특히 히브리어나 헬라어를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 잘 아느냐”라고 물어본다. 그러면 으쓱하면서 너희 미국에 콜럼버스가 겨우 폭풍으로 헤매며 실수로 미대륙 땅에 발 디딜 때 한국에서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이라는 과학적 글을 개발해서 아주 정확하게 발음을 기록할 수 있는 배경을 설명해 준다. 이 말을 들은 순진한 미국 분들은 “그래서 한국에 기독교가 이처럼 빨리 발달할 수 있었구나!” 감탄하며 혼자 풀이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둔다.

한글을 포함해서 우리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월등하게 우수한 것이 많다. 문화도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검증된 것들과 화끈한 교육열, 하다못해 ‘빨리빨리’ 문화도 때에 따라 자랑할 만한 좋은 한류이다. 이러한 장점들을 확실히 개발하고 권장했으면 한다. 반면에 전혀 근거없이 “중국산 개고기보다 한국산 개고기가 월등히 좋다는…”는 식의 억지를 부릴 때 오히려 한국 것의 탁월한 장점도 상관없는 다른 단점과 과장에 휩싸여 묻혀버리는 과오를 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