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으로 무는 개

어렸을 때 아버님이 사냥을 같이하러 다니던 영국산 포인터 ‘킹’이라는 개가 있었다. 기억으로는 내가 3 ~ 4때 였기에 앉으면 나와 키가 비슷할 정도의 아주 크고 늠늠한 개였다. 언젠가는 한번 어머니가 그 개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셨다. 개가 아주 영리해서 주인인 나를 동네 아이들이 밀거나 때리려는 모습을 보면 개가 먼저 뛰어가서 그 큰 입으로 등을 물어버리는데 다행히도 많이는 안 다쳐도 치료비를 물어주기 위해서 아버님의 봉급에 일부를 차지 했다고.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항상 끝맺음은 ‘킹’이 아주 충실하고 멋있는 개였다는 것이다.

만약 ‘킹’이 우리집 개가 아니고 옆집 개였다면 그 개를 충실하고 멋있는 개라고 표현을 할까 아니면 무섭고 막물어 대는 못된 개라 할까 생각을 해 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모든 일을 자신 중심으로 한다. 그렇다고 자기 중심으로 하는 것 자체를 절대로 나무랄 수도 없다. 사실 좋은 책에도 기록되어 있기를 남을 상대할 때 내가 받고자 하는 대로 하라고 황금률이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가르침이 없이도 무조건 사람은 자기 중심으로 하는 것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2008년도 부활절은 다른 해에 비해서 훨씬 앞당겨져서 다가왔다. 보통 4월에 있을 부활절 행사가 올해는 3월23에 이루어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00년 전에 한국이 일본에게 식민지 되기 직전 옥신각신 하던 때였다. 일본은 북으로 올라가 중국과 소련등의 커다란 나라와 힘겨루기 위해 디딤돌로 한국을 점령할 때였다. 당연히 한국은 당시 봉쇄사회로써 밖에 문명과는 좀 거리가 떨어지는 아직 개발 도상국이였다. 때문에 일본의 군력에 꼼짝 못하고 나라를 빼았기는 과정에서 일본은 한국민이 아주 게으르고, 술만 먹고, 자신들의 나라도 제대로 운영을 못하기에 일본이 돕기 위해서 한국을 식민지 삼아야 한다고 억지의 주장을 했었다. 일본인들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아주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한국은 농사에 의존한 사회였기에 겨울이 되면 특별히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그냥 놀음과 술이 어디에나 있었고 또한 여자와 아이들에 대한 대우는 사실 아주 미비하기 짝이 없을 때였다. 여기에다 당파 싸움과 그외에 몇몇가지의 한국의 나쁜 풍습을 좀 부풀려서 이야기해서 일본의 침략정책을 정당화했었다.

여기에 맞춰서 국제여론, 특히 미국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일본은 스티븐스라는 미국인을 포섭해서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면을 중심으로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하는 일에 동조를 했다. 이 스티븐스가 샌프란시스코에 온다는 뉴스를 들은 몇몇 피끓는 한인들 중에 장인환 그리고 전명운 이라는 청년들은 자신들이 희생해서라도 스티븐스를 저지하기로 결정을하고 이것을 행동으로 옮긴 날이 바로 1908년 3월 23일 이었다. 정확히 100년이 지난 오늘 미국에 귀화한 한국인으로서 이 때의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을 해 본다.

내가 기르던 개 ‘킹’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아이들을 물으면 충실한 개지만 만약 다른 사람에게 충실한 개가 나를 물을 경우에는 완전히 몹쓸 개가 되는 것이다.

당시에 9.11 사태가 없었으니 망정이지 만약에 지금과 같은 엄격한 테러를 상대하는 법이나 환경이었다면 이 젊은 한국 청년들은 아예 이러한 일을 주도하지도 못했을 수 있고, 나중에라도 훨씬 심한 벌을 받았을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예측은 뒤로 미루고 아주 처음부터 다시 더듬어 봐야겠다. 이들이 과연 애국지사인가? 아니면 테러리스트인가? 특히 미국에서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나라에서 스티븐스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 한국을 저하하고 일본을 동조한다 하여도 이것은 엄연히 종교의 자유와 같은 수준의 어느 누구에게나 주어지고 행사할 수 있는 권리였다. 이러한 권리를 내가 빼앗고 어떠한 절차도 밟지 않고 바로 처형을 했다는 것은 한번쯤은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을 해 보아야 될 것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만약 오늘이라도 어떤 미친놈이 한국을 저하하는 언사와 한국의 적국을 돕는 행동을 하고 돌아다니는 놈이 있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할까 생각해 본다. 십중팔구 나도 과격한 대응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히 개인의 생각이요 개인의 행동이다. 이것이 확대되어 나라의 정책이 되고 민족의 뜻으로 반영이 된다면 커다란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다.

당시에 집 한채 값이 $2,000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돈도 별로 없던 한인들이 모금한 변호비용 $8,500은 지금 돈으로 $4백만 이라는 아주 화끈한 금액이다. 한인이 몇 명 되지도 않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또 돈을 막 벌지도 못하는 조건에 사는 분들 사이에 이 정도의 거액을 모금했다는 것은 한국인 전체적으로 두 청년의 행동을 동조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절대 힐책하기 위해서 지적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한번쯤은 돌아보고, 꼭 이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내 중심이 아니고 상대편 입장 혹은 최소한 삼자 입장에서 일을 검토했으면 한다.

우리 한국인들 사이에는 모두 동의하는 사실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들이 다른 민족에 대해서 상당히 배타적이고 인종차별은 어느 누구도 우리를 따라오지 못한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할 때 만약 우리 한국인들끼리 다른 민족 혹은 인종에 대해서 비판할 때 그들이 우리의 대화 내용을 알아 듣는다면 무슨 반응이 있을까? 우리끼리 흑인들 아니면 인디언들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문화는 게으르고, 술마시고, 여자 학대하는 문화라고 망언을 서슴치 않는다. 이런 우리의 편견을 바탕으로 몇몇 목소리 큰 사람은 과연 흑인이나 인디언 총에 맞아 죽어도 되는 것인가? 결과로 그 저격수는 영웅이 되는 것이다. 다방면에서 볼 때 과연 장인환, 전명운 청년들은 애국자인가 테러범인가?

애매한 질문에 그래도 쓸만한 대답을 좋은 책에서 찾아 본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명하신 모든 도를 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