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망난이

개망난이

5/12/09

며칠 전 어린이 날을 맞아서 한국 어린이를 중심으로 노트를 했다. 내용을 좀 정확하고 충실히 하려고 한국에서부터 신앙생활을 하신 어느 장로님께 여쭤봤다. 한국에서는 왜 어린아이들과 어른들이 같이 예배를 안 드리는지에 대해서 의견을 물어보니 예상치 않았던 대답이 나왔다.

내 나름대로 가지고 있던 이유는 혹 유교사상에 영향을 받아서, 감히 어른들이 예배 드리는데 어린아이들이 같이 참석하면 좀 거북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혹은 좀 보수적인 분들은 설교 내용에 하나님 아버지를 어른과 아이들이 같이 부른다고 할 때 설교를 듣는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가 갑자기 형제가 되어버리는 좀 웃기는 자리를 피하고자 따로 예배를 본다고 까지도 짐작을 해봤다. 그리고 극단적으로는 한국 문화상 아이들에게는 아직 인격적으로 취급을 안 해주기에 차별대우라고 막다른 결론까지 몰고 갔다.

그런데 장로님이 지적해준 한 가지를 생각해보니 참으로 현실적인 이유였다. 우리 한국사람들이 아이들을 기를 때 참으로 버릇 없이 기른다는 것이었다. 즉 한국이나 미국에서 우리 한인들이 예배를 드릴 때 어린이와 같이 드리지 않는 이유는 한인 아이들이 너무 버릇 없이 떠들고 제대로 예배 분위기에 적응을 못한다는 결론인 것이다. 한때는 대한민국이 “동방예의지국”이란 말까지 들을 정도로 예의 바르고 아주 온순하며 또한 여기에다 백의 민족이라 하여 아주 깔끔하고 등등의 단어를 더듬으면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사실 그 장로님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우리 예수쟁이 1세 부모들끼리 나누면 가끔 튀어나오는 대화의 내용 중에 우리 한국아이들이 좀 버릇없고 공공장소에서 떠들며, 보편적으로 관리가 안 되는 애들이라고 결론을 내린 적이 기억난다. 다시 말해서 우리 한인 아이들은 대부분, 과장해서 표현을 하면 “개망난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나 자신도 포함을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지난주 대학을 졸업한 장남은 어디를 가도 사고는 치지 않지만, 무슨 일이든지 엉뚱하게 저질러서 주위에 사람은 물론 교장들도 모두 그를 기억한다. 졸업식장에서 유별나게 이상한 색안경을 끼고 등단해서 졸업장을 받으며 교장과 악수를 하지 않고 흑인 갱단들이 하는 주먹으로 툭 치는 인사를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튀는 기질을 기억시킨다. 아무리 내 아들이지만 좀 너무 튄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가 “개망난이”라는 소리는 절대 듣지 않을 것이다.

가장 한인 아이들의 행동을 손쉽게 볼 수 있는 곳은 식당이다. 한국 식당이건, 일본 식당이건, 미국 식당이건 어른들은 가만히 앉어 있는데 소리치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십중팔구 한국아이들이다. 이것이 어느 정도 보편화됨에 따라,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예의도 없이 뛰어다니고 시끄럽게 구는 “개망난이”는 한국 아이라고 짐작을 한다는 것이다. 한동안은 나도 이런 아이들을 붙잡아서 좀 조용히 하라고 점잖게 야단을 쳐봤다. 그래도 대부분 어른들은 좀 미안하다고 대신 사과하면서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간다. 그런데 나를 가끔 황당하게 만드는 분들은 자신의 애를 왜 야단치냐고, 오히려 나를 쫙 째려보면서 자신의 아이를 확 낚아채간다. 이런 분들의 뒤를 보면서 나름대로 불쌍하게 생각하면서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는 불변의 옛말을 되새겨 본다.

이런 “개망난이”들과 함께 어떻게 같은 장소에서 예배를 보나. 그러니 할 수 없이 따로 예배를 드리게 하고 자신들은 거룩한 주일을 보내지만 자신의 애들은 예배 대신에 TV나 보고 게임이나 몇 개하고 하나님과는 만날 기회는 고사하고 정작 교회는 그저 놀기나 하는 곳이며 어른들끼리 거룩한 체하는 곳이라고 가르치는 꼴이 된다. 이러한 사실도 대부분 부모들은 모르고 지나간다. 왜냐하면 단 한 번도 아이들의 예배에 참석을 안 해봤기에. 교회 뿐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신들이 외치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과연 몇 번이나 학교에 가 봤으며 선생과 대화를 나누고 또한 학교에서 간곡히 부탁하는 봉사활동에 참석했나 생각을 해보면 왜 우리 한인 아이들이 “개망난이”란 과장된 단어와 연관이 되는지 이해가 된다.

무조건 성적이고, 유명한 대학 합격만이 목적이지, 행실과 언사, 마음가짐 그리고 영적 상태는 둘째라는 식의 교육에 물들여있는 우리 한인 2세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주어야 될지 모르겠다. 삼강오륜을 가르쳐도 좋을 것 같다. 그것 보다도 성경을 제대로 배우게 해도 더욱더 좋을 텐데. 아니면 내가 한국 국민학교 때 배우던 반공도덕도 쓸만하겠다. 이것저것 모든 것이 좋은 성적과 일류대학에 입학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면 최소한 일반 상식과 기본 예의는 알고있는 우리 한인 2세들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