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날

5/5/2009

미국은 참으로 이상한 나라이다. 연방 혹은 주 정부가 정해주지 않아도 목소리가 좀 크고 유명세가 있으면 “개나 소나”(아무나) 자유자제로 자신이 원하는 기념일을 만든다. 8월26을 National Dog Day!라고 선포한 Colleen Paige의 말을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 사람들에게 가장 가까운 동물로 나를 포함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개를 키운다. 이 개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또한 주인이 없는 많은 개들을 이런 행사를 통해서 입양하게 한다는 아주 좋은 취지의 날이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좋을지라도 막무가내로 날을 잡아서 ‘개의 날’을 만든다는 것은 좀 어색하다. 아마도 미국이니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평행이 될지는 몰라도, 한국에는 어린이날이 있다. 이날은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께서 우리 한국에 사는 어린이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시작된 기념일이다. 또한 1959년 11월 10일에는 국제연합 아동권리 선언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이처럼 자신들이 만들 수 없고, 수호도 못하는 연약한 아이들을 위해서 어른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교회에서는 매년 5월이 되면 여러 모양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만들어준다. 이것을 간혹 한글학교를 통해서 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예배에 포함하기도 한다.

미국에 이민 오신 1세들에게 미국에 온 동기나 목적을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자식을 위해서”라고 한다. 같은 맥락으로 미국에 흩어져 있는 3~4,000여 한인 교회 분들에게 물으면 2세 사역이 가장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로 예외 없이 떠오른다. 미국 어디에나 우리 한인들이 가는데 마다 생기는 것이 학원이고, 좋은 학군에는 항상 한국 학생들이 우글우글하다. 우리 한국사람들의 교육열은 아마도 지구 온화 상태에 일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높고 뜨겁다. 때로는 신문 지상을 통해서 읽을 때 한국에서 잘못 실행되는 교육열은 많은 사람들의 두뇌까지 뜨겁게 만들어서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행동하게 한다고 들었다. 아이들의 과외 공부비를 만들기 위해 부모가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또한 이러한 비용이 없을 때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터지는 사고들이 미국에 사는 나에게까지도 들려온다. 과연 어린이 날을 하루 만들어서 윤석중 선생이 작사하고 윤극영 선생이 작곡한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노래 한 곡을 부르면 무슨 해결책이 나올까?

이처럼 교육열이 높고 또한 열심인 한인 교회들이 우리의 2세 어린이를 어떻게 기르는가 돌아보자. 지난 35년간 교회생활을 했고, 지난 수년간은 교단 차원에서 특히 미국교회들과 한국교회의 차이점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어린이나 중고등부 학생들이 예배를 드리는데 미국 교회는 온 식구가 다같이 모여서 예배를 드린 후에 각 반으로 나누어진다. 아주 큰 교회는 예외일지 몰라도 대부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같은 시간에 부모님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는 물론 아마도 한국에 있는 교회도 예배시간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부모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이다. 이것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적 배경이 있을 법도 하다. 무조건 청소년들을 배려해서 따로 예배를 드리게 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부모들이 불편하니까 떼어놓는 심정으로 각자 예배를 드리는지는 한번 생각을 해봐야겠다. 미국에 있는 교회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완벽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우선 문화적으로 어른과 아이들이 같이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유교사상이 교회에도 침투한 것 같다. 아니면 아직도 우리 한국 문화는 아이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기에 그냥 따로 방치해 두는 것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문제는 우리 한인교회들이 2세가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교회로 돌아오는 확률이 20% 미만이라는 사실을 모든 목회자나 교인들이 알면서도 속수무책인 것이다. 다만 몇몇 교회들은 열심으로 청소년들을 위해서 투자하면서 정말로 그들의 장래를 위해 많은 고민과 헌신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와 헌신이 엉뚱한데 떨어진다는 통계를 볼 때 앞이 아주 캄캄하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고서야 어떻게 3~4,000개 한인 교회에서 불과 수십 개의 성공적 2세 교회가 아직도 없단 말인가? 특히 화끈하고 주체하지 못할 교육열을 가지고 있는 우리 한인들 사이에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영어 잘하고 신앙심이 조금 있는 사람은 모두 아주 가치(월급) 높은 2세 파트타임 사역자로 선택되고, 여러 교회에서 경쟁하면서 끌어가려는 희귀품이 되어버렸다. 교회에 재정이 좀 나아지면 무조건 풀 타임 영어 목사가 되는데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오로지 언어 하나 때문에 그 자리에 눌러앉게 되는 것이다.

전국적 ‘개의 날’이 만들어진 것과 같이 언젠가는 교회에서 한인 2세 청소년의 날이 만들어질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교회가 되지 말고 미리 우리들의 2세를 소중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