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위한 기도

5월 21일 2009년

인터넷을 보면 ‘기도하는 개’라는 제목으로 별의별 비디오와 사진들이 떠돌아 다닌다. 그런가 하면 개를 위해서 기도를 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연중행사로 동물, 특히 개를 위해서 축복기도를 하는 날이 있다. 이 때에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애견를 데리고 와서 신부님에게 축도를 받는다. 아마도 병든 사람들이 예수님에게 와서 기도를 받고 나았다는 구절을 대충 읽고 무조건 받으러 오는 사람들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요즘 좀 영적으로 특출한 목사가 있다고 하면 별의별 사람들이 집회 때마다 꾸역꾸역 모여들어 안수 받을 차례를 기다린다.

당연히 하나님에게 기도하여서 축복받고, 몸에 병도 나으면 절대적으로 추천을 하면 했지 해가 될 것이 전혀 없다. 그러나 과정과 결과를 초월해서 진실로 예수를 믿는 사람들만이라도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고 기도를 받고 또한 남을 위해서 기도를 해주었으면 한다.

미국 기독교 월간지 중에 가장 신뢰감이 높고 보수적인 Christianity Today 2009년 5월호에, 중보기도에 관한 중대한 연구자료를 실었다. 내용인즉 중보기도를 받는 환자들과 중보기도를 안 받는 환자들의 회복 상태에 대한 통계를 낸 것이다. 비슷한 연구로 1873년도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결과는 “중보기도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였는데, 별로 커다란 파장이 없었다. 왜냐하면 자료를 수집하는데 순수한 Controlled Prospective Study 기준에 의하면 너무 미비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1988년도에는 내가 사는 동네인 샌프란시스코 병원에서 Randolph Byrd 연구였다. 그때 발표는 중보기도를 받은 사람들에게 훨씬 좋은 결과를 보고했었다. 그러나 이때의 방법도 ‘이중맹(unintentional unblinding)’ 검사를 포함한 ‘관계없는 함수관계(non-independent outcome variables)’ 등에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3년 전에 하버드 의과 대학에서 10년 동안 240만 달러를 투자해서 거의 완벽한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기독교계에서는 냉냉한 반응을 보이면서 슬쩍 넘어갔다. 때문에 하버드 대학의 보고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오직 문제점이 많은 1988년도 연구만 목사님들이 설교내용으로 사용한다. 사실 하버드 대학이 발표한 결과는 기독교가 주장하던 중보기도에 관련된 과학적 뒷받침이 되기는 커녕 정반대인 “중보기도를 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중보기도 안 받은 사람들보다 회복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STEP(Study of the Therapeutic Effects of Intercessory Prayer)이라 불린 이 연구는 1,802명이 동원되고 비용의 대부분을 John Templeton 재단에서 내어 줄 만큼 대부분 긍정적 결과를 예상했었다. 그런데 ‘만약에’ 부정적 예상을 완전히 초월하고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됐다는 결과는 기독교 쪽에서 먼저 인정하고 우리가 여태껏 믿고 가르쳐 온 우리의 중보기도 주장을 솔직하고 투명하며 의미있고 엄숙하게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

세 그룹 (A)기도를 알고 받는, (B)기도를 모르고 받는, (C)기도를 안 받는

A vs. B = B 그룹이 빨리 회복

B vs. C = C 그룹이 빨리 회복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달려들지만 하나같이 핑계 혹은 핀잔 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C.S. Lewis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이런 식의 중보기도는 앵무새에게 잘 훈련시킨…” 설명이 훨씬 정확하고 신빙성이 있다. 아니면 야고보 선배가 주장한 “행동이 따르지 않는 사랑(중보기도)은…” 이 아주 적합한 설명이다. 아니면 나 같이 믿음이 화끈하지 못하기에 15분 이상 기도도 못하고 예정설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주장하는 “하나님이 원래 계획대로 하실 것을…” 식의 설명이 있다. 그리고 이 통계에서 미지수는 기도를 안 받은 사람들을 위해서 아무도 모르게 뒤에서 기도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또한 하나님이 이 연구 결과 전체를 그분의 뜻과 계획에 따라서 완전히 주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의 생각을 종합해 보면 중보기도는 당연히 하나님의 주권과 목적을 찾고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때문에 중보기도를 하는 우리는 중언부언이 아니고 진실한 사랑의 기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과 관심이 행동으로 연결될 때 과연 진정한 중보기도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개를 위해서 기도해주는 가톨릭 신부를 보고 비웃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아씨스의 성 프란시스가 날아다니는 새와 사람을 해치는 늑대, 그 늑대를 죽이려는 개들과 그 외에 여러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세례를 주며, 그들을 위해서 기도와 축복을 한 것에 대해서 배워야 될 것이 있음을 시인해야겠다.

병자뿐이 아닌 모든 대상을 위해서 기도를 할 때, 여러 사람들이 말만 많이 되풀이 하는 것이 중보기도가 아니다. 진정한 예수쟁이로서 간구하고, 기회가 있을 때에는 기꺼이 실천에 옮기는 진실한 성서적 중보기도를 한다면, 과연 이것에 대한 결과를 과학이라는 얕은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