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개

캐나다는 내가 사는 미국과 엄청나게 긴 국경을 공유하면서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아서인지 별로 아는 것이 없다. 관심 밖의 캐나다가 나에게 다가온 이유는 CBMC라는 선교단체 때문이었다. 산호제에 El-y 지회를 설립하고 북미주 y-CBMC를 섬기는 과정에서 캐나다 지회의 David Yoon과 Harley Kim, Kevin Joe, Solomon Kim 등등의 동역자/선배/친구들 덕분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기회가 주어져서 직접 캐나다를 몇 번 방문을 하다 보니 더 친근감이 간다. 일단 관심을 가지고 보니 캐나다와 나와의 관계가 아주 먼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우치게 된다. 우선 내가 속해있는 남침례교의 거장인 Dr. Henry Blackaby가 캐나다 출신이고, 나의 관심사인 개와 인디언에 관련된 많은 책의 저자 Farley Mowat도 캐나다인이다. 또한 내가 섬기는 대학의 이사회운영방침인 Policy Governance를 저술한 Dr. John Carver도 캐나다인이다. 이런 것들을 모두 나열하고 보니 캐나다가 없이는 미국의 종교, 문화, 역사 등의 여러 방면에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얼마 전 토론토에서 CBMC 북미주 대회를 개최하였다. 250여 명의 회원들이 캐나다와 미국을 포함한 북미주는 물론, 한국과 유럽, 중국 회원들이 참석한 이 대회에서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특별순서를 담당한 두 분에 대하여 기억을 더듬어 본다. 한 분은 줄리어드 음대 출신의 세계적 첼로 연주자인 배수령 자매이고, 다른 분은 한인계 최초의 캐나다 연방상원의원 Yonah Martin이다. 두 분의 공통점은 우선 한인 1.5 ~ 2세로서 한국말은 하되 간단한 대화 정도 수준뿐인 영어권 분들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사람 모두 한인들 차세대에 상당히 높은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자신의 재능과 배경, 경험을 총동원해서 차세대들이 캐나다 혹은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할 때 발판이 되어 돕고자 노력하는 분들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캐나다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개 종자들을 많이 배출한 나라이다. 그 중에 특별히 ‘요한의 개(St. John’s Dog)’라는 지금은 멸종된 이 개의 배경에 바탕을 두고 이번 대회에서 나의 관심거리였던 영어권 강사들의 차세대 세계관을 들여다보며 토론토 CBMC 북미주 대회를 상기해 본다.

우선 ‘요한의 개’에 대한 배경을 살펴보자. 영국에서 만들어진 이 개가 캐나다 동북부의 뉴프랜드(Newfoundland-새천지)에 뿌리를 내렸다. 14세기부터 어업을 주도한 푸르투갈(Portugal) 선박에 알맞게 개종된 이 개를 중심으로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골든 리트리버(Golden Retriever), 체사픽베이 리트리버(Chesapeake Bay Retriever) 등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배경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Farley Mowat이라는 캐나다인 작가가 멸종 직전의 ‘요한의 개’를 보존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내용을 접하고부터이다. 이 개가 이 동네에서 한때는 사랑을 받고 자리를 잡아서 원래 고향인 영국과 계속적으로 왕래를 하면서 번창하였다. 그런데 19세기 말에 들어와서 갑자기 그 동네의 경제적 기반이 어업에서 목축업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개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 법적으로 개를 가진 사람들에게 불공평한 세금을 부과 시키고 또한 영국에서도 광견병 예방이라는 이유로 개들의 왕래를 금지시켰다. 이러한 상황을 몇 년 거치면서 ‘요한의 개’의 수가 급격히 저하되어 몇몇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멸종하는 사태에 직면하였다.

지금 캐나다와 미국에 이민을 와서 새로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한인 2세들이 나름대로의 문화를 만들어가면서 아주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예측하지 못할 환경이 언젠가는 닥칠 수도 있을 텐데, 그때에 다들 보따리 챙겨 한국으로 돌아갈 입장도 안 된다. 그렇기에 캐나다 혹은 미국 주류사회에서 성공할 정도의 실력과 기반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언젠가는 열심히 쌓아놓은 우리 나름대로의 문화와 한류 전체가 순식간에 멸종되는 위기를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한 배 교수와 마틴 상원의원 등이 추구하는 차세대를 위한 투자와 희생 및 비전에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노력이 없이는 우리 2세들이 주류사회에서 바뀌는 상황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를 못하는 것이다. 불과 북미주 이민 역사 100여 년에 이처럼 자리를 온전히 잡은 민족은 드물다. 그러나 이것은 배수진(背水陣)을 포함한 1세들의 성공담이고, 앞으로 이런 성공담이 어떻게 2세와 3세에 걸쳐서 이어지느냐에 따라서 역사는 판단을 할 것이다. 오늘날 상황처럼 바뀌는 파장이 짧고 높은 전례는 없었다. ‘요한의 개’와 같은 상황에 부딪히기 전에 1세들이 의도적으로 우리의 문화와 전통 및 재원들의 뿌리를 캐나다와 미국 땅에 넓고 깊게 내려야 하겠다. 이처럼 시급하고 중대한 도전을 앞서가는 CBMC 구성원들은 물론 차세대를 위해 고민하는 모든 사역자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드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