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마이트 (Termite) 개

한국에는 없는 흰 개미라 불리는 터마이트가 있다. 이 벌레는 전 미국 전역에 깔려있는데 특히 습기가 높은 남부에 많다. 땅속에서도 살며 날아다니기도 하는 이 벌레의 피해는 매년 전 미국에 화제, 홍수, 지진 그리고 폭풍의 모든 피해를 다 합한 것보다도 더 많다고 한다. 사실 이 벌레 때문에 내 사업체가 먹고 산다. 보편적으로 부르기를 방역회사라 부르는 페스트 컨트롤 회사를 상대로 사업을 지난 25년 간 하다보니 일반적으로는 절대 필요도 없고 또한 관심도 없을 가지각색의 전문적 지식에 의한 조언을 부분적으로 배운다.

우선 터마이트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한다. 흰 개미라 불리는 이 벌레는 나무를 먹고 산다. 때문에 집에 이 벌레가 살기 시작을 하면 집 기둥을 잠시 동안에 다 먹어버리고 완전히 껍데기만 남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온전한 기둥이나 대들보 혹은 담장 등의 나무들이 손가락으로 푹 찌르면 와플 과자부서지듯 쉽게 구멍이 난다. 눈으로 보아도 잘 안 보이는 피해 때문에 집에 기둥이나 대들보가 없다고 상상을 해보자. 아주 작은 지진이 오거나 폭풍이 몰아치면 집이 왕창 가라 앉는다. 어떤 사진은 집이 계란을 깬 것과 같이 완전히 두 동강이 나는 집을 타임즈 주간지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이처럼 건물에 대한 피해가 엄청 나다보니까 정부나 은행에서 집을 매매할 때는 터마이트에 대한 검사를 꼭 받게 규정한다. 이러한 검사를 하는 방역회사를 상대로 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주고 관리에 관한 사항을 돕는다. 이러한 흰 개미 찾기 사업을 하는 방역회사들 사이에서 요즘 인기를 얻어가는 터마이트 개가 있다.

아무 개나 데려다가 냄새를 잘 맡는 기능을 살려서 훈련을 시키면 사람들이 들어가기 쉽지 않은 집 밑에 개를 풀어 놓아 흰 개미를 찾게 하는 것이다. 일단 개가 터마이트의 냄새를 맡고 짖으면 사람이 밑으로 기어가든 아니면 부분을 적당히 표시해서 마루 위에서 뜯든지 하는 것이다. 개를 잘 사용하면 사람이 힘들이고 집 밑을 막 기어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받은 개들의 가격은 보통 $6,000 가량 된다. 이처럼 값이 비싼 개까지 동원되는 인간 문명과 벌레의 싸움에 촛점이 되는 터마이트 (흰 개미)에 대한 배경을 돌아보면서 배울점이 있을 것 같다.

인간 사회 조직을 벌레들을 통해서 배운다면 많은 사람들이 웃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수많은 책들이 꿀벌을 중심으로 쓰여졌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표현할 때 벌처럼 일을 한다고 한다. 또 하나의 열심히 사는 벌레가 개미들이다. 이러한 벌들과 개미들을 합쳐서 연구를 해보면 터마이트 조직이라 할 수가 있다. 우선 여왕이 있고 이 여왕을 위해서 보조하는 남자들이 있고 천적인 개미들과 다른 터마이트 콜로니와 싸우는 군인들이 있고 가장 많은 숫자인 일꾼들이 있다. 모두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조물주가 만들어 준 무기용 이빨과 일할 때 필요한 몸의 모양 등을 잘 사용하여서 자신들의 사회를 잘 이끌어 나간다. 이러한 조직을 보면서 나름대로 설명을 하는 것이, 주어진 탈란트대로 열심히 살라는 깨우침도 있고, 터마이트 경우에는 여왕이 죽으면 남자 도우미가 성전환을 해서 여왕이 되기도 하는 기적적 변화까지 배우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멋있는 터마이트가 꿀벌처럼 여러 연구에 대상이 되지 못하는 배경은 사실 꿀벌은 인간들에게 무한한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우선 천연음식 중에 최고로 치는 꿀이 있다. 많은 문화에서 약으로까지 간주되는 꿀에다 최고급 양초의 원료 그리고 요즘 신문에까지 떠들썩하게 하는 꽃가루를 옮겨서 열매를 맺게하는 유익한 점이 있다. 이러한 이익에 비해서 터마이트는 집을 망가트리기에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찾고 죽여야만 하는 것이다. 인간의 능력만으로 할 수가 없으니까 개까지 동원을 해서라도 터마이트는 찾아서 죽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인간 문화에 천적처럼 인식되는 터마이트가 만약에 다 죽어 없어졌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국 전역에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산불을 컨트롤 하는데 문제가 된다. 쓰러진 죽은 나무를 터마이트가 불과 몇 달이면 모두 먹어서 가루로 만들어 버리기에 산불에 연료 역활을 못하게 한다. 또한 쓰러지거나 밑둥을 잘라버린 땅속의 죽은 뿌리가 그냥 썩어 없어지기를 기다리자면 상당한 시간이 걸림은 물론이고 그 위에 건물을 지으면 오랜 시간 동안에 썩으면서 땅이 꺼지기 때문에 건물의 기반이 흔들린다. 반면 터마이트가 있으면 짧은 시간에 죽은 뿌리를 제거해 주기에 땅을 단단히 해놓고 집을 지을 수 있다. 조건과 환경에 따라서 해충이 하루 아침에 익충으로 바뀔 때가 있는 것이다.

요즘 자연에 대한 문명이 당면하는 커다란 문제는 하나의 문제를 극복하면 그것 때문에 다른 문제가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하면 꼬리를 물고 다른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인간의 능력으로 자연을 대적하자면 무한한 노력과 연구로 찾아낸 해결책 자체가 궁극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턱대고 당장 불필요하다고 아니면 해가 된다고 결정을 하는 즉시 삭제를 하거나 제한을 시켜놓고 보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문제의 해결책도 신중히 검토에 검토를 거쳐서 적용해야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회나 사회에서 대중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치적거리는 사람이나 혹은 표면상 도움은 커녕 해가 된다고 낙인이 찍힌 사람을 보면 이러한 사람들도 조물주는 목적이 있어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즉 때에 따라서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바로 우리 눈에는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터마이트 개는 집을 망가뜨리는 해충인 터마이트를 잘 찾아낸다. 그러나 터마이트를 찾았다고 해서 모두 다 멸종을 시켜버리면 다른 방면에서 더욱 큰 피해를 주는 것과 같이 인간 사회에도 당장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대뜸 잘라버리거나 멸종시키는 실수는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