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악대 개

 

 

집에서 기르는 개 몰라는 훈련은 제대로 받지는 못했지만 (어떤 이들은 훈련을 주인이 제대로 안 시켰다고 주장) 타고난 버릇이 있다.  이것은 결코 주인이 가르친 것이 아니고 피에 섞여서 났다고 할 정도로 직감적으로 하는 짓이다.  매일 아침 마당 뒤에 있는 그의 집에 목에 묶여있는 줄을 풀어주면 잠시 동안 펄쩍펄쩍 뛰고 머리를 막 뒤흔들어서 몸 풀이를 한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내가 자신의 밥을 가지러 갈 때 나를 좇아 오는데 바로 내 왼쪽에 서서 걸으며 나와 발걸음 속도를 정확히 맞춘다.  항상 신기해서 나는 정지해보기도 하고, 급히 걸어보기도 하고, 아주 천천히 걸어보기도 한다.  예외 없이 내 옆에 착 달아 붙어서 정확하게 속도를 지킨다.  설사 딴청 피우다가 자신이 한두 발짝 앞서가다가 내가 정지를 하면 부지런히 뒤돌아와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빙그레 웃는다.

 

개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몰라래바도 리추리버과의 개이기에 보통 Gun Dog이라 부른다고 설명을 해준다.  즉 사냥개, 그 중에서도 새를 쏴서 떨어뜨리면 주어오는 개란다.  중요한 것은 지난 200여 년 동안에 개종을 시킨 것이 총을 쏠 때는 자연히 자신의 귀를 틀어막고, 절대로 주인 앞에 서있지 않으며, 바로 옆이나 약간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주인이 명령하면 떨어진 새를 주어 오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개를 앞에 보내서 새를 푸드득 나르게 하는 (Kicking up the bird)도 하지만 대부분 주어오는 것이 첫 임무이기에 이름도 리추리버 (주어오는)라 한단다.  때문에 따로 훈련을 시키지 않아도 절대로 주인 앞에 가지 않고 옆에 자리를 지키는 것도 몸에 완전히 배어있다.

 

얼마 전 막내 해피가 여름방학 동안 합류한 Oregon Crusaders 군악대 행사를 구경갔다가 지난 6년간 지켜본 몰라 버릇이 머리를 스쳐면서 깨닫는 유리카(Eureka) 순간이 있었다.  막내 해피는 오리곤에 위치한 윌라멧(Willamette)이란 대학에서 음악교육학과 그리고 영문과를 공부하고 있다. 이제 겨우 1년 마치고 방학 때에 내려왔는데 잠시 후 오리곤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그 주에 유일한 군악대(Drum Corp)에 고적대장(Drum Major) 자리를 급하게 찾고 있으니 신청을 해보라는 것이다.  워낙 하고는 싶었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실력이 아직은 딸릴 것으로 예상해서 포기하고 지난 3년 동안 일하던 파리바겟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갑자기 다가온 기회에 응해서 오빠의 도움으로 비디오도 갑자기 만들고 컴퓨터 영상 인터뷰를 하는 둥 수선을 피우더니만 장학금을 받고 불과 1주일 만에 다시 오리곤으로 날아가 버렸다.  나와 아내는 막내가 집에 와서 여름방학 동안이라도 재미있게 지내나 했더니만 겨우 군악대 고적대장 자리에게 딸을 고스란히 빼앗겼다.  궁여지책으로 딸을 잠깐이라도 보려고 북미주 순회공연 떠나기 직전에 오리곤까지 가서 처음으로 해피가 지휘하는 군악대를 본 것이다.

 

여기서 놀랜 것이 대부분 대학생들로 만들어진 집단인데 완전히 군대와 같았다.  행진을 할 때 줄을 맞추는 것을 보면서 완전히 몰라와 내가 장난 삼아서 내가 빨리 걷다가, 정지하고, 천천히 걷기도 하며 가끔 뒷걸음을 칠 때 몰라는 신기할 정도로 나와 호흡을 맞추어서 옆에 붙어있는 것이었다.

딸이 공연하는 시간은 불과 10분 정도였는데 이것을 위해서 2달 동안 매일 훈련을 한다는 것이다.  다른 주에서 온 팀들과 서로 경쟁을 하는데 점수를 매기는 것과 채점자들의 숫자 그리고 방식도 내가 아는 보통의 방법과는 너무나 달랐다.  모든 경쟁 게임이나 팀 스포츠는 잘하는 스타가 한 둘, 아니면 소수만 있고 나머지 멤버들은 잘 보조하고 커다란 실수만 없이 자리를 지키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군악대는 잘하는 한 둘의 스타가 전혀 없고 100여 명의 모든 대원이 똑같이 잘해야만 점수를 제대로 받는 것이다.  그 중에 한 두 명이 못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점수가 삭감되어 떨어지는 즉 가장 약한 사슬에 모든 것이 걸려있다는 것이다.  다른 스포츠는, 약한 사슬을 다른 멤버가 도울 수도 있지만 군악대만은 절대로 개인 각자가 자신의 몫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 자신도 평생 여러가지 단체운동을 해봤다.  축구, 야구, 농구, 럭비, 미식축구 그리고 배구 등등 모든 운동이 항상 한 두명은 아주 잘하고 나머지는 머릿수만 채워주고 대충 넘어간다.  그런데 이 군악대는 옆에 사람과의 속도조절을 해서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무거운 악기를 연주하면서, 지휘자를 보고 정말 팀워크의 극치였다.

 

교회나 사회 공동생활을 하려면 팀워크는 당연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팀워크는 20%의 멤버들이 80%일을 하고, 나머지는 겨우 20%의 일을 나누어 하기에 거의 눈에 띄지 않기에 존재하는지 조차도 모를 지경이다.  즉 목사나 집사들이 북치고, 장구 치며, 나팔 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에 나머지 교인들은 주인의식은 고사하고 완전히 손님처럼 행세를 하면서 대부분은 난 몰라라 식의 교회 생활이다.  만약 교회가 군대라면, 그것도 막강한 사탄을 상대로 흉악한 마귀들과 싸워야 하는 군대라면 우리가 정말 준비가 되어있나 점검을 해봐야겠다.  몇 명만 열심히 그리고 용감히 싸운다고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교인 각자가 자신이 맡은 사역을 제대로 감당해야만 한다.  그리고 혼자 뛰는 것이 아니고 옆에 사람들과 호흡과 발걸음도 맞추고, 무거운 악기(십자가)들고, 찬송가 부르며, 지휘자(예수) 인도함에 따라 제일 약한자(초신자)들도 따라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기르는 몰라는 아주 타고난 훌륭한 군악대 개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