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장로님

2010 6 23

 

하루는 아내와 함께 슈퍼마켓에 먹거리를 사러 갔다.  차를 파킹하고 가계에 들어가려는데 파킹장 끝에 눈에 익은 분이 보였다.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아서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틀림없이 내가 아는 사람의 윤곽이다.  아내에게 혹 저 사람을 아냐고 물어보면서 가까이 가보니 과연 다름 아닌 내 큰 동서이신 김 장로님이었다.  목에다 사인을 걸고, 샤핑 카트에다 6개 국어(한국, 베트남, 중국, 멕시코, 영어, 일어)로 사인을 만들어 부쳐 놓고 커다란 목소리로 예수를 믿으라고 외치신다.  그것도 각 나라 말로. (발음이나 정확히 하시는지 궁금하였지만 물어보지는 못했다.)

 

김 장로님을 지켜 보면서 언뜻 머리를 스쳐가는 그림이 있었다.  영화 장면이나 만화에 한 커트 같은 늑대나 야생개가 산꼭대기에서 달을 배경으로 목을 길게 내밀면서 울어 대는 모습이었다.  분명히 이 개는 누구엔가 자신의 위치와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달밤에 외치는 것이다.  이것을 듣고 길 잃은 개들은 집을 찾을 수 있고 적들은 미리 도망을 갈 수 있다.  사실 길을 잃고 컴컴한 달 밤에 개가 울어대는 소리를 듣는다면 나부터라도 우선은 겁이 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개의 자식이거나 그 개가 이끄는 떼거리 중에 길을 잃고 헤메던 개였다면, 그 소리는 아마도 귀에 번쩍 트이는 구원의 외침이 될 것이다.

 

왜 장로님은 더운 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데 뜨거운 아스팔트 파킹장 코너에서 자신의 시간을 들여가면서 예수를 믿으라고 외치고 서 계실까?  사실 싱거운 면이 없지도 않으신 장로님이지만 이 분이 불과 얼마 전까지 4~50명의 직원을 데리고 전자회사를 직접 운영하셨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실리콘벨리에서 지난 20여 년 간을 버티시면서 꾸준히 성장 시키셨다.  이제는 모든 사업을 아들에게 넘기시고 이처럼 아주 특이한 방법으로 자신의 구세주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시켜 주고자 자신의 체면은 물론 아까운 시간을 다 상관하지 않고 전도선교사역을 감당하시는 것이다.

 

이분이 가장 즐기시는 취미는 골프인 것을 나는 안다.  처음 결혼했을 당시 나의 큰 동서는 매년 골프를 350번 정도 치셨다.  설날, 부활절, 감사절 그리고 성탄절을 제외하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켈리포니아에 몇 번은 왔음) 골프장에 출근하셨었다.  그런데 그러한 열정이 이제는 전도와 선교로 방향을 바꾸어서 자신을 위해 즐기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평안과 즐거움을 소개 시키고자 아무런 청중이 없어도, 맞는 발음인지 틀린 발음이지 상관없이 여러 개의 외국어로 주 예수를 믿으라고 외치시는 것이었다.

 

이러한 외침을 보고 들으면서 과연 듣는 사람들이 교회를 향해 발을 디딜지 아니면 회개를 하고 자신의 방탕한 길에서 돌이켜 새로운 삶을 살는지 전혀 미지수이다.  그러나 사실 인정할 것은 우리의 하나님은 신묘막측 하시기에 엉뚱한 계기를 통하여 예수에 대한 좋은 소식을 접하게도 하신다.  또한 표면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속이 썩고 썩어서 정말로 삶에 벼랑에 가있는 사람이 지나가다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발길을 돌려서 정상적 삶에 첫 걸음이 된 사건에 대해서 기사로 읽거나 혹은 간증으로 듣는다.

 

야생 개가 달 밤에 산꼭대기 벼랑에 올라가 하늘을 쳐다보며 외침을 머리 속에 그려 본다.  장로님이 가끔 자신이 감당 못할 문제가 있을 때 기도원을 찾든지 아니면 주위에 모든 사람을 모아서 일정한 시간에 중보기도를 하든지, 저 높은 하늘을 올려다 보며 외치는 기도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야생 개가 달 밤에 산꼭대기 벼랑에 올라가 외칠 때 적들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발걸음을 돌린다.  사탄이 우리 그리스도인을 해하려 들 때 이 같은 기도와 말씀을 가지고 높은 곳에서 외치는 장로를 주위에 가진 사람들은 좀 안심할 수 있다.  그 사탄이 함부로 덤비지 못하게 미리 자신의 지경을 확인하면서 덤비지 말라고 경고를 단단히 주는 것과 같다.  내가 힘들 때 항상 이런 장로를 둔 사람들은 전화 한 통으로 기도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야생 개가 달 밤에 산꼭대기 벼랑에 올라가 외칠 때 그 개의 일행이 잠시 길을 잃거나 방황하다가 그 넓고, 가파르고, 깊은 계곡을 가로질러 쉽게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어떠한 교인이라도 자의던 타의던 상관없이 한두 번은 쉽게 시험에 빠질 수가 있다.  이럴 상황에서 내 귀에 익은 외침소리는 캄캄한 밤에 북두칠성이요 망망한 바다에서 보이는 등대 불빛인 것이다. 

 

내가 다니는 교회는 미국 남침례회에 속해 있기에 장로제도가 없다.  그러니 나는 평생 안수집사로서 김장로님 만큼이라도 확실히 달 밤에 벼랑에 서서 주님의 이름을 외치는 개 같은 집사가 되고 싶다.  아무도 듣지 않는다 해도 주님은 들어주실 것이고 우리 생각에는 듣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도 은연 중에 전혀 상관 없는 사람이 내 외침을 듣고 예수와의 관계가 시작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사실 지금 이 읽고 있는 이 개소리들도 비슷한 맥락의 하늘과 세상을 향해 막 짖어대는 목적 뚜렷한 개소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