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담 (Dog Fence)

 

한국의 담장과 미국의 담장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자랄 때 집을 삥 돌아가면서 시멘트 혹은 브로크 담 위에 병을 깨뜨려서 유리조각을 박아놓았던 것을 많이 보았다.  당시 우리 집은 아버님이 안목이 깊으셨던지, 유리조각을 넣지 않았었다.  아마도 극성스런 아들이 다칠까 봐 미리 알아서 준비하신 것 같다.  어쩌면 유리조각이 없으니까 내가 그 위를 걸어 다니고, 내 친구들도 우리 담벼락을 넘어다니고, 그 위에서 놀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반면에 미국의 담장들은 아주 빈약한 나무로 만들어서 그런지 보기에 허스름 하다.  좀 비싼 집들은 멋으로 벽돌이나 쇠창살로 하지만 대부분 판자를 사용한다.  또한 지역에 따라서 중부 지방에는 집과 집 사이에 아예 담이 필요가 없음은 물론 너무나 넓은 땅이기에 담을 쌓을 수도 없는 곳도 있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이 담의 모양이나 자료뿐만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담의 목적이 다른 것이 아마도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한국의 담은 남이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이고 미국의 담은 안에 것이 밖으로 못나가게 하는 목적이다.  그 외에 중요한 다른 점은 한국의 담은 부와 권력의 상징도 될 수 있으나 미국의 담은 법적인 상징이 상당히 축적 돼있다.  만약 한국에서 누가 담을 넘어오면 도둑이야라고 소리는 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허스름하고 낮은 담이라도 일단 넘어서 남의 지역에 들어가면 총기소유가 자유로운 나라인지라 커다란 해를 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담의 목적이나 모양은 각각 나름대로의 문화와 환경에 따라서 다르다.  이러한 것을 뒤로하고 우선은 우리 집에 담과 내가 기르는 개와의 배경과 경험을 통해서 생각을 해본다.

 

mola-house-b가끔 늦게까지 잠을 잘 수 있는 주말 아침에 정신 없이 몰라가 짖어댄다.  꼭 어느 개와 목숨을 걸고 싸울 것 같이 으르렁대면서 짖어댄다.  그런데 정작 몰라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 보면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다른 개들은 쳐다 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친다.  그런데 유독하게 담 건너편에 있는 개들에게는 괜히 시끄럽게 짖어댄다.  상대편 개가 엄청나게 크고 사나울지라도 상관이 없다.  마찬가지로 쥐꼬리 만한 작은 개도 담을 두고 반대편에 있는 개를 향해서는 겁 없이 짖어댄다.  당연히 이처럼 몰라나 쥐꼬리만한 다른 개들도 다 겁 없이 덤비는 이유는 담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담이 없어서 정말로 자신이 상대편 개와 싸워야 한다면 정말로 이렇게 용감히 짖어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사회 생활에서도 사실 마찬가지다.  상대편과 11로 만날 때는 아무런 소리도 못하다가 군중심리에 휘말리면 뒷북만 친다.  담 뒤에 숨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던지는 사람에게 마이크를 주고 말하라면 완전히 하던 짓도 멍석을 깔면 못한다…”는 속담이 정답이다.  남에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들보면 확실치도 않은 이야기를 너무나 쉽게 옮긴다.  이것도 담 뒤에 숨어서, 아니면 담에 가려서 제대로 보지도 못한 사실을 넘겨짚어서 떠들어 댄다.  이러한 오해나 헛소문을 해소하는 방법은 당연히 11로 만나서 물어보고 대답하면 아주 쉽게 해결이 된다.  하찮은 개들도 11로 만나면 서로의 서열을 알기에 또한 섣불이 덤볐다간 자신이 다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조심이 앞서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도 이 같은 일반상식 아니면 기본상식을 활용하면 많은 문제를 손쉽게 비켜 살수 있는 것이다.

 

담 뒤에 숨어서 말 한마디로 남의 흉을 본다거나 나쁜 소문을 퍼트릴 때 입히는 피해는 오히려 앞에서 한방 때리는 것보다 훨씬 클 수가 있다.  그러니 무슨 문제가 있을 때에 담 뒤에 숨어서 시끄럽게 짖어대는 것보다는 정정당당하게 담을 허물고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통해서 아니면 필요에 따라서는 주먹질이라도 몇 번해서 깨끗하게 마무리 짖는 것이 성숙한 방법이다. 

 

하루는 마당에서 일을 하면서 담 뒤에 있는 개를 향해서 짖어대는 몰라를 유심히 쳐다봤다.  막 짖어대는 몰라의 소리가 보통 때 보다는 좀 달랐다.  담 넘어 있는 개를 보니 몰라보다 더 온순하게 생긴 개였다.  서로 담을 사이에 두고 앞뒤로 뛰어 다니더니만 담장 판자 사이가 좀 넓어서 코를 넣을 수 있을 정도에다 눈을 들이대면 좀 잘 보이는 곳을 찾더니만 서로 꼬리를 치면서 끙끙댄다.  좋고 친할 사이를 갈라놓는 담이 될 수도 있기에 담이 없이도 살 수 있다면 아주 행복한 삶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사정은 잘 모르지만 미국에서 담 없이 사는 동내는 좋은 동내로 간주한다.  왜냐하면 남들이 들어와도 걱정이 없고 나의 개는 훈련을 받아서 남에게 해가 되지 않기에 꼭 담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투명한 삶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아무튼 담이 없는 것은 자신감이 있어야 하겠고 부끄럼이 없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즉 남이 내 것을 훔치러 왔을 때 지킬 자신이 있고 언제라도 내 것을 남에게 나누어 줄 준비가 된 사람에게는 담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내 집은 물론 사업 그리고 마땅히 교회의 담도 헐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되면서 어디서 읽었는지도 모르는 앞에서 못할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말아라라는 현명한 말이 뇌를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