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개

7/6/10

 

미국 독립기념일을 우리 교회 몇 가정들이 산에서 캠핑을 하면서 지내기로 했다.  다른 해 같았으면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지나갔겠지만 올해에는 담임목사님이 부임한지 불과 1달 밖에 안됐으니까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다음날 아침에 스타벅 커피를 가지고 몰라 앞세워서 가 봤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목사님과 교우들은 밤새 늦게까지 찌개를 끓여서 먹으며 실컷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텐트에서 잘 쉬셨단다.  아이들은 몰라 둘러쌓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데리고 놀았다.  몇 시간을 같이 지내다가 하산할 시간이 되어서 짐을 챙기는데 나는 요즘 팔꿈치에 침을 맞는 등 오랫동안 아픈 것에다 꾀병까지 있다 보니 짐을 싸는데 별 도움이 안 된다.  미리 하산을 해서 화장실에서 볼일보고 나오면서 산 위를 올려다 보니 아내가 몰라 앞세우고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가물가물 보였다. 

 

내 고유의 휘파람을 불면서 아내에게 몰라 묶고 있는 줄을 놔주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몰라가 나를 향해서 막 뛰어온다.  나는 팔을 벌리고 몰라가 확 뛰어오르길 기다렸으나 거의 내 앞에 와서는 딴청을 부린다.  그래도 거의 100미터 거리를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옆길로도 새지 않고 뛰어온 몰라가 너무나도 대견했다.  특히 몰라가 뛰어오는 길 옆에 다른 개들이 두 마리나 있었기에 나는 몰라가 오다가 삼천포로 빠지리라 예상을 했었다.  그런데 나의 예상은 멋있게 빗나가고 몰라가 직선으로 나에게 달려온 것이었다. 

 

몰라가 나에게 직선으로 달려온 것에 대한 나의 감격한 반응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적으로 이 장소에 오면서 커피를 사왔는데 생각보다 무거웠다.  특히 팔이 요즘 아프다 보니 산에 오르면서 상당한 짐이었다.  그런데 일단 캠핑한 분들이 많은 땀을 흘리며 짐 싸는 모습을 보면서 캠핑을 오면서 이민 가방들을 챙겨서 왔냐고 핀잔을 주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몇 달 전에 인쇄한 시닉의 외침이 생각났다.  주전 300년 대에 당시 사람들에게 시닉 가르치던 재물 욕심의 절제 중요성을, 그리고 누가복음 10 4절에 기록된 전대나 배낭이나 신발을 가지지 말며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상기했다.  너무나 편하게 지내려고 가져온 이 짐들 때문에 더 힘이 빠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가능하면 간소한 생활 방식을 추구해야겠다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구절 바로 뒤에 기록된 것이 길에서 아무에게도 문안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사실 구약 열왕기하 4:29에도 인사를 하지 말라고 하니 좀 궁금하였다.  그러나 하산을 하면서 몰라가 나를 향해서 뛰어오면서 다른 개들에게 인사도 안하고 뛰어온 것을 나는 한 것 즐기면서 모든 궁금함이 풀렸다. 

 

사실 아무리 유명한 개든지 똥개든지, 순종인지 잡종인지, 만나는 모든 개들의 인사는 자신들의 냄새를 상대에게 알리고 또한 자신은 상대방의 뒷구멍에 코를 들이대고 삥삥 돌면서 인사차례를 한다. 그런데 몰라는 이러한 개들 간의 인사와 에티켓을 다 무시하고 주인인 나에게 달려오는 것이 최고의 목적이 되어 나를 즐겁게 한 것이다.  개는 그저 나에게 빨리 오는 단순한 목적이 있었지만 조물주를 섬기면서 그의 아들을 믿는 우리에게는 사실 빨리빨리 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명이 있다.  이 사명을 성취하기 위해서 달리는 우리를 지켜 보시는 조물주는 우리가 한눈 팔지 않고 일직선으로 사명을 위해 뛸 때 너무나도 즐거워하실 것이다.

 

교회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까 특히 안수집사, 이사, 선교사, 회장 등등의 타이틀도 생기게 되면 내 개인 신앙생활만 열심히 하던 평신도 시절보다 할 일들도 많아진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받게 되고 또한 무관한 사람에게도 인사를 해야 할 때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내 성격상 누구에게 일부러 인사를 하지도 않지만 또한 누구에게 타이틀을 들먹이며 받는 인사는 아주 불편하다.  그래도 인사를 받고 하면서 치레를 하다 보면 상당한 시간이 소비되고 또한 비용도 정비례해서 올라간다. 

 

에티켓을 따지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많아져서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목적지에 가는데 시간을 지체하게 되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아예 시간을 못 지켜서 기회를 놓쳐 도중 하차하게 만든다면 이것을 단호하게 절제할 줄도 알아야 하겠다.  조물주가 우리를 불렀을 때에는 사실 사람들과 사귀고 친하게 지내라고 일수도 있지만 아마도 거기에 머무르라고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내 자신을 돌아다 본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인사 받고 인사 치레하는 삶이 나의 목적이 아닐 터인데 너무나 여기에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 같다.  아니면 이것을 핑계 삼아 정작 해야 할 일들을 등한시 하는 것이 아닌지 재검토하게 된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나와 조물주의 사이에는 아무것도, 누구도, 언제 상관없이 무조건 일직선으로 달려야겠다.

 

겨우 100미터를 일직선으로 뛴 몰라는 하루 종일 내 트럭 뒤에 타고 나와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특식으로, 그리고 트럭에 오르고 때마다 너무 높기에 몰라 내가 직접 들어서 올려주는 후한 대접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