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피

9/30/10

 

이 세상에서 자식 자랑하는 사람을 가리켜 팔불출이라고 부른다.  누가 뭐라 불러도 좋으니 내 딸 자랑을 해야 하겠다. 

 

내 딸의 정식 법적 이름이 해피 Happi. 이것을 줄여서 Hap이라 부른다.  이름을 만들어놓고 주위사람들이 말해 주기를 해피 라는 개 이름이 한국에서는 상당히 흔하단다.  아무튼 미국에서는 상당히 특이한 이름이기에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그리고 개와 관련해서 해피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 기르던 개의 코를 물어 뜯어서 개를 꼼짝 못하게 한 사실이 있다.  그때부터 어차피 개의 이름을 가진 해피에게 특이한 별명이 주어졌다.  투정을 하거나 오빠들과 싸움질을 하면 우리가 해피를 빗대어 똥 강아지라 부른다.  이것이 요즘에는 애칭이 되어서 귀여운 짓을 했을 때도 자는 빼고 그냥 강아지라 부른다.  아이들 셋을 다 키워서 장남은 대학 후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차남은 이제 대학 3학년이고, 우리 강아지는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막내 딸이다 보니 절대 먼 곳에 대학은 안 보내리라 나 혼자 다짐한 것과는 상관없이 멀리 오리곤 주에 있는 Willamette 이라는 학교에 가버렸다.  심심하면 막내와 문자전화를 하는데 평상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다. 

 

그러던 중 어제는 멀리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해피로부터 자랑하는 문자전화가 왔다.  내용이 얼마나 좋았으면 벌써 장장 5시간을 운전하면서 완전히 지친 나에게 웃음은 물론 차 안에서 나 혼자 큰 목소리로 Yes. Hap, way to go! 라고 외쳤다.  사실 해피 자신의 자랑거리를 별로 나타내지 않는다.  학교에서 우등상장을 싹쓸이 했을 때에도 당일 학생들 앞에서 불려나갔기에 알았지 미리 부모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리고 밴드부에 리더자리를 은근히 원하면서 확정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내색도 없었다.  아마도 부모가 칭찬에 좀 인색한 면이 있기 때문인지 아무튼 자랑을 모르는 애로 자랐다.  그런 해피 나에게 문자를 보낸 것은 아마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어느 무엇보다도 자신이 성취한 것이 아빠를 가장 즐겁게 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해피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만약 그가 학교에서 All A 받았다고 전화를 했으면 아마도 So what do you want - a trophy or something? 한술 더 떠서 Why not A+라고 적당히 웃으면서 넘겼을 것이다.  특히 오빠들보다 점수는 항상 잘 받고 열심이니까 좋은 성적은 당연지사고 또한 우리 부부가 학교 성적에 매달리는 것도 아니니 자랑에 대한 칭찬이 별로 발란스가 맞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해피 보낸 문자 자랑은 나뿐만이 아니고 아내에게도 칭찬도 받았고 또한 그것에 대해서 포상까지도 받게 되는 행동을 한 것이다.

 

우리 똥 강아지가 헌혈을 한 것이다.  항상 오빠들까지도 헌혈을 열심히 하고 아빠도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헌혈을 강조하는 것을 아는지라 대학에 가기 전부터 나와 같이 헌혈하는 곳에 가자고 졸랐었다.  그런데 내가 일에 쫓겨서 정신이 없다 보니 동행 해주지를 못했었다.  그런데 자신이 알아서 학교에서 헌혈을 한 다음 아빠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면서 주위 사람들을 돕는 길은 많다.  우선 돈으로 무숙자나 외국에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도울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을 내서 봉사를 함으로 일정한 단체나 재단을 도울 수도 있다.  그러나 헌혈이야 말로 돈과 시간을 능가하는 훨씬 값어치 있는 생명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벌써 돌아 가신지 30여 년이 되어가는 나의 아버지가 임종 전에 자신이 투병하면서 받은 백인들의 피를 사회에 돌려주라고 하신 간곡한 부탁을 받들어 나 자신도 거의 20여 년 동안 꾸준히 헌혈을 했고 내 여동생들도 나 못지 않게 자주 헌혈을 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제자들에게도 헌혈을 강조하는 것을 내 자식들은 목격해 왔다.  때문에 아빠를 가장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자랑거리는 내가 중요시하는 것을 자신이 실천에 옮겼을 때라는 것을 제대로 알았기에 강아지가 뜻 밖의 자랑 문자를 보낸 것이다.

 

오늘 아침 QT를 하면서 디도서 3:14절에 우리가 열매 맺는 삶을 살기 위해서 준비를 배우게 하라는 가르침을 되풀이 하면서 정말로 나는 내 자식들에게 좋은 열매를 맺게 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친 것에 대한 자부심에 하루 종일 팔불출 행세를 하고 다닌다.  그 구절을 한 단어로 축소한다면 LEGACY라 할 수 있다.  내가 죽은 후에 내가 얼마나 배웠고, 얼마나 벌었으며 등등에 대한 내용은 사실 아무도 기억 못하는 것은 물론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죽은 후에라도 내 자식들이 그 들의 자식들에게 할아버지를 소개 할 때 얼마만큼의 헌혈을 했나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해서 동참하게 했나를 이야기 할 때 나름대로 조물주에게 나도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오래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 묘에 가서 당신의 손녀와 강아지의 피 자랑이나 실컷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