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순종 진돗개

 

 

중학교 1학년까지 한글을 배운 내 실력으로 ‘진짜 참기름’이란 문구을 보면서, 어떤 무식한 사람이 이처럼 한글을 엉터리로 사용하나 비웃던 내가 일부러 ‘진짜 순종 진돗개’라는 말을 사용해 본다.  당연히 ‘순종’이란 단어에는 ‘진짜’가 암시되어있기 때문에 보충 설명을 해야만 읽는 분들이 이해가 될 것 같다.  순종 진돗개는 대충 ‘한국에 대표적인 진도 출신의 개’ 즉 그런대로 한국민의 성격도 좀 닮고, 나름대로 족보도 있고 한눈에 척 봐도 멋있게 위로 말린 꼬리며 바짝 올라선 귀 등을 보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의도적으로 앞에다 붙인 ‘진짜’는 한국인다운 한국인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해본다.

 

한국이 요즘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상당히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서 서서히 진돗개도 세계적 좋은 개들 중에서 순종 계열에 오르고 있다.  아직은 못 받았지만 언젠가는 가장 수준이 높다는 AKC(American Kennel Club)에서 인준을 받을 것이다.  진돗개를 사랑하는 분들은 왜 지금까지도 인준을 못 받았는지 의아할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시급하고 단순한 것이 서류다.  즉 족보를 누구라도 인정해줄 정도의 수준에서 잘 보관하고 다음 세대로 넘겨야 되는데 이것을 임의적으로 이 단체, 저 단체에서 서로 자기들만이 진짜라고 우기고, 서로 인정을 안 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순종의 기준도 각 단체들끼리 서로 주장을 앞세우기에 혼돈이 있다고 한다.  꼭 이것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오히려 영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진돗개를 UKC(United Kennel Club)FCI(Federation Cynologique Int’l)등에 등록 시키기 위해서 마련한 서류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언젠가는 AKC에서 인준 받는 순종은 한국보다는 영국이나 미국에서 먼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당연히 순종은 최소한 4~5대 이상 똑 같은 모양의 개가 나와야만 인정을 해준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를 The Kings Academy 라는 사립 기독교학교를 다녔다. 매일같이 차를 태우고 다니다 근처에 사는 가족과 알게 되어서 약 2년간 합승(Car Pool)을 하게 되어 그 집 아이들 2명과 우리 애들을 하루씩 걸러서 운전을 해주었다. 하루는 그 집에서 자신들이 사용하지 않으니까 우리에게 사용하라고 선물을 주는데 한국에서나 구할 수 있는 작게 접히는 고급 돗자리였다.  우리가 묻기를 “어디서 이런 물건이 있었냐?”고 물으니 자기네는 한국 물건을 선물로 받은 것이 많다는 것이다. 의아해서 더 자세히 물어보니 1900년도 초반부터 한국에 선교사로 파견된 집안이었다.  더욱 신기로웠던 것은 이 아이들의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한국에서 태어난 완전한 순종 한국 사람이었던 것이다. 

 

윌리엄 린턴 - Linton (한국명 인돈) 선교사는 1912 6조지아 공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같은 해 823일 선교사의 자격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거의 한달 후 920일 목포에 도착했다. 그날 저녁만 먹고 바로 배를 타고 군산으로 떠난 그는 영명학교 교장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그 후 1922배유지(Bell) 집안의 딸 인사례(Charlotte)를 아내로 맞아 결혼을 하고 1926년 전주로 옮겨 신흥학교에서 영어와 성경을 가르쳤다.  그의 아들들은 모두 한국에서 출생했다. 특히 넷째 인도아(Dwight) 목사는 1978년 귀국할 때까지 31년간 한국에서 활동했고 셋째 인휴(Hugh)는 콜롬비아, 프린스턴에서 공부하고 1953년에 내한하여 농촌선교사로 사역하다 한국에서 생을 마감하여 순천에 안장되었다.  인휴 선교사의 6남매 중에 다윗은 대전에서, 스테벤은 콜롬비아 대학에서 한국에 관한 연구로 박사, 인요한(John)은 지금도 ‘유진벨재단’에 몸담고 북한에 결핵 퇴치사역 등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의 5대 손을 2년 동안 내 차에 실어서 등교시켰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은퇴하시고 애틀랜타로 가시면서 산호세에 다녀가신다는 소리를 듣고 식사 한끼 대접하고 싶다고 부탁을 드렸다.  아내와 같이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사모님이 완전한 한국어(전라도 사투리가 살짝 섞인)로 또박또박 물어보신다. “요즘 한국여자들은 한복을 많이 입지 않아요…  왜 그런지 아세요?” 라고.  내가 대답을 못하고 멍청한 표정을 보시더니 웃으면서 대답을 가르쳐 주신다. “아마도 한복 옷고름을 맬 줄 몰라서 그래요  말을 듣고서 수 년 동안 교회나 한국인들이 모인 곳에서 여자들에게 한복 고름을 맬 줄 아냐고 많이도 물어본 기억이 난다.  대답은 상당수가 “할 줄 안다” 예상했지만, 많은 분들이 “요즘 시대에 뭐 하러…대답이였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중학교 1학년 겨우 마치고 미국에 와서 영어배우랴, 대충 공부하고 나서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사업 때문에 정신 없이 바쁘다.  하나님의 은혜로 아내를 만나서 자식 3명 낳아서 나름대로 기독교적으로 기른다고 사립학교 보내기도 벅찼다.  그리고 교회에서는 고작 안수집사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지만 별 성과도 없고 열매도 없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예수쟁이 생활이다.  자식들은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완전 2세이고, 나 자신도 반쪽 한국인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한국을 위해서 뚜렷한 사역이나 일을 제대로 한 것도 없으니, 뒤돌아 보면 창피한 이민자 한국인의 삶이다.

 

경주 이씨 국당공파 39대 손이라 자칭하는 ‘순종 진돗개’인 나에게 Linton 선교사 가족을 비교해 본다면 그들은 정말로 ‘진짜 순종 진돗개’인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보다도 한국을 더 사랑하고 그들은 한국을 위해서 삶을 희생한 것이다.  내 자식들에게라도 한국을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될 것을 이제야 새삼 깨닫는 창피한 진돗개인 나 자신을 점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