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소리

 

 

아침부터 아내가 큰소리로 나를 부른다.  어디 다치기라도 했나 걱정돼서 방에 뛰어 들어가보니 다름아닌 집에 기르는 몰라가 유리창문 밖에서 너무 시끄럽게 짖어대기에 사실 개가 짖는다기 보다는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낑낑대기 시작하다가 어웅어웅, 이잉이잉 정말 보채는 아이 마냥 자기와 놀자고 우는/짖는 소리이다.  나는 아침에 이 소리가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는 몰라 울고 짖는 소리가 없으면 이상하고, 은근히 아침에 몰라가 나를 깨워주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몰라 소리는 아내 귀에는 완전한 공해이고 잡음이다.  이와 같이 한 사람의 소음공해는 다른 사람의 기쁨이 될 수 있다.

 

어느 선배님 말씀 하시기를 명가(名家)에서는 세 가지의 소리가 끊기면 안 된다고 하시는데, 다음은 교회를 빗대어 내 나름대로의 보충설명이다.

 

첫째, 명가/교회에서는 애 울음소리가 있어야 한다.  즉 차세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새벽예배에 나가면 교회 뒤편에 서서 우는 아이를 데리고 기도회에 오는 부부가 있다.  처음에는 아주 신경을 건드리는 소리였다.  조용한 가운데 하나님에게 기도를 하려는데 애들 울음소리는 완전한 소음공해다.  허나 일단 교회에 애들의 울음소리가 차세대라는 것을 연결해서 생각을 해보니 애 우는 소리는 우리 교회에 보배소리로 들리는 것이었다.  유난히 미국에 있는 우리 한인 교회에서는 차세대에 대한 애착심이 많아서 무슨 일을 하던지 차세대를 위해서 한다고 슬로건은 항상 걸려있다. 반면에 우리 한인교회들이 똑같이 범하는 잘못은 아이들과 예배를 같이 보면 시끄럽고, 귀찮고, 거룩한 예배 분위기 망친다고 주일예배에서 쫓아내는 것이다.  이것을 멋이게 설명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독립심을 가르치기 위해, 혹은 자기들끼리 어려서부터 하나님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등등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댄다.  당연히 언어에 장벽이 있기에 불가불 따로 예배를 본다.  그러나 이것도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허물 수 있는 장벽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 편하기에 YM 혹은 EM이란 이름으로 몰아낸다.  어떨 때에는 우는 소리가 꼭 아이들 뿐이 아니고 다 큰 사람도 도움이 필요할 때에 내는 소리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시끄럽다고 귀찮아 할 것이 아니고 다음 세대 혹은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거리인 것이다.

 

둘째, 명가/교회에서는 송아지소리가 있어야 한다.  당연히 송아지는 농업적 표현이다. 이것이 농업이든, 어업이든, 공업이든 상관이 없이 즉 누군가는 정기적으로 일하고 작업하는 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교회만 해도 교회 건물 값어치가 최소한 5백만불은 되는데 이것이 정상적으로 혹은 생산적으로 사용되는 가치는 엄청나게 낮은 것이다. 주일과 수요 저녁, 그리고 금요일 조금 사용하고 나면 대부분의 건물은 비어있다. 우리 교회뿐이 아니고 대부분의 교회들도 사용도가 비슷하다.  그래도 진보적이고 앞서가는 교회들은 이웃과 다른 공동체에게 임대를 주던지 해서 건물이 아무도 쓰지 않는 낭비를 줄인다. 이것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교회에 어르신네 공경에, 아니면 꼭 우리교회 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성경을 가르치고 배우는 등등 아무튼 교회는 항상 시끌벅적 해야 된다는 것이다.

 

셋째, 명가/교회에서는 잔소리가 있어야 한다.  이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에 필요성은 자세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경험과 기도로 연륜이 쌓이신 장로 혹은 집사가 젊은 전도사 혹은 목사에게 잠언을 들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 오신 젊은 목사님을 앉혀놓고 나이도 지긋하게 드신 은퇴한 집사님들이 시어머니처럼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했었기에 이리저리 꼭 해야 한다는 식의 잔소리는 도움이 안 된다.  마치 시어머니가 필요한 잔소리를 때와 장소를 가려서 잘 해 줄 때에는 며느리에게 아주 큰 도움이지만 때와 장소도 못 가리는 잔소리는 진짜 고부간의 관계만 망가트리지 절대 건설적인 관계는 못 만들어 간다.  반대로 진심으로 돕기 위해서 해주는 잔소리를 무시하고 내 맘대로 서두르거나 편한 쪽으로만 일을 추진 하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왕 잔소리가 꼭 있어야만 한다니까, 가능하면 진심으로 돕기 위한 현명한 잔소리가 있어야겠고 또한 자신이 고쳐야 될 것을 꼬집어 해주는 잔소리는 대부분 쓴 소리와 같기에 얼른 받아드리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이것을 온순이 받아드리지 않을 경우, 본인에게는 커다란 손실이 되기에 가능하면 잔소리를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고 오히려 잔소리를 해 달라고 쫓아 다닐 수 있는 지혜도 높이 살만한 것이다.

 

이러한 교회에 필요한 소리 중에 몇 개 더 한다면 기도와 찬송에 소리가 있어야 될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교회에 당연히 있다는 가정하에 위에 세가지 소리만 말씀을 해주신 것 같다.  어린아이가 우는 소리, 송아지 우는 소리, 잔소리 정말 모두 값어치 없고 듣기 싫은 것들 뿐이다.  그러나 이것들이 교회 꼭 있어야만 한다는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모든 것이 새롭게 들린다.

 

아내에게는 개 짖는 소리가 잡음, 소음 등으로 들릴지라도 내 귀에는 음악과 명상을 하게 해주는 소리도 들린다고 하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정말로 내 마음가짐에 따라서 모든 것이 새롭게 들리는 것이다.  언젠가는 내 아내도 몰라 짖는/우는 소리를 감수하며 한 발짝 더 나가 도전을 받고 명상까지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공상을 하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