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Cook Book

 

얼마 전부터 교회에 노인 어른들을 주일 아침이면 모시게 됐다.  운전을 못하시거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40분 정도 운전하면서 여기저기서 모셔다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집에 모셔다 드린다.  마땅한 담당자가 없어서 이리저리 밀리다가 나에게까지 봉사의 차례가 왔다.  처음에는 주일이면 나도 바쁜데 이것까지 맡아서 해야만 하나 하면서 불편한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노인어른들의 옛 배경을 알게 되고 그분들의 옛날이야기를 듣자면 너무나 재미있어 운전하는 시간이 모자란다. 

 

이런 분들 중에 한 분이신 광욱 어른이 계시다.  이분은 육이오 동란이 나면서 바로 어린 나이에 미군부대 요리사로 시작한 인생은, 호텔들은 물론 이 기술로 월남에까지 장기 출장을 다녀오셨다.  나도 요리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하루는 이분이 손수 적으면서 수집한 요리책을 나에게 빌려주면서 필요하면 얼마든지 복사하라는 허락을 하시면서 책을 나에게 넘겨주시는 표정을 보면서 정말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장인정신에 소유자를 만난 순간이었다. 

 

책은 보통 노트북이었지만 영어도 힘드신 분이 차분차분, 한자한자 옮겨 쓰신 후에 물에 젖으면 잉크가 흩어지니 그 종이 위에 양초먹이듯이 크레용으로 살짝 덮어 놓으셨다.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기며 그분이 이것을 얼마나 정성 드려서 만들었는지 손끝에 와서 닿는 촉감이 달랐다.  이것을 사진기로 찍으면서 내용을 읽어볼 때 아마도 장금이가 부엌에 숨겨있던 자신의 엄마가 적어놓은 비밀문서를 읽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