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앞에 오리들

2010년 4월

오리야, 오리야 뭐하니?

뒤에 막지나 다니는 차들이 무섭지도 않니?

너희는 집도 없고, 아파트도 없고, 오피스도 없는데 하루 종일 어디에서 지내니?

천천히 산책하고 있단다.

차들이 우리들이 사는 이곳에 뛰어들지는 않는단다.

집은 몰개지 내기 싫고, 아파트는 너무 좁고, 오피스도 필요 없단다.

오리야, 오리야 뭘 먹고 사니?

너희는 직장도 없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데 어떻게 사니?

너희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니? 제일 좋은 식당은 어디니?

채소(풀)도 먹고, 고기(달팽이)도 먹고, 어떤 날은 국수(지렁이)도 먹어.

나도 나르는 기술도 있고 수영도 잘한단다. 그런데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먹고

살기는 어렵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것은 따로 없어, 그냥 먹을 것만 있으면 감사하고, 특별히 양념도 없고,

요리 같은 것은 시간 낭비야. 식당에도 별로 안가. 그냥 웰빙으로 먹고 살어.

오리야, 오리야 뭘 입고 사니

너는 화장도 안하고 옷도 안 바꿔 입니?

털은 언제 깍고, 언제 어디서 목욕하고, 쇼핑은 어디서 하니?

우리는 단벌 신사 숙녀란다.

워낙 잘생겼기에 화장도 안하고, 정형 수술도 필요 없단다.

털은 계절 따라 통째로 갈아 입기에 깍을 필요가 없고 목욕도 비가 많이 오는 날

천천히 걸어 다니면 된단다. 그리고 쇼핑을 갈 필요가 없단다. 유행 따라

살 필요도 없고 자연미로도 항상 만족해…